지난 주말에 장을 본 후 일주일 만에 장을 보러 갔다. 네 식구가 삼시 세끼를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요즘, 일주일이면 오래 버틴 거다.
그래서 떨어진 채소 몇 가지 과일 그리고 휴지만 사서 빨리 와야지 하고는 서둘러 마트로 갔다.
그런데,.... 분위기가 지난주 하고는 확연히 다르다.
겉에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주말 시장 같아 보이지만 사람들 사이로 흐르는 묘한 긴장감은 마치, 팽팽하게 잡아당긴 고무줄 또는 가득 불어서 언제 빵 하고 터질지 모르는 풍선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은 이번 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만 명이 넘어섰고 지금 이 순간 17,372명의 확진자가 나온 상태다.
거기에 이웃나라 이탈리아는 코로나가 시작된 중국보다 사망자가 많은 3천 명을 넘었다는 소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와의 전쟁이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을 여실히 전해 주었을 것이다.
마트마다 코로나 관련 경고문들이 붙어 있고 이제는 사람들도 그 경고문 들을 때 지난 세일 품목 광고 대하듯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넓지 않은 마트 안에서 카트를 밀며 이쪽저쪽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 간에 서로 2미터 간의 거리 유지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였다.
과일을 고르다 어느새 옆에 있던 사람과의 간격이 조금 가까워 지자 간격 유지 하라며 날카롭게 쏘아 대는 아주머니부터 이건 곧 끝날 거야 라며 혼잣말 인지 모두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게 중얼중얼거리며 다니는 할아버지까지 현실이지만 현실로 받아들이기 난감한 지금의 상황이 버거운 사람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들어온다.
마트 창문에 붙어 있는 2미터 거리 유지를 해 달라는 작은 표지판이 고속도로 교통표지판처럼 크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쪽 코너 저쪽 코너에서 불쑥불쑥 들어오는 사람들과 간격 유지를 하느라 채소도 과일도 골라서 담고 자시 고도 없이 필요했던 것들 위주로 후딱 하니 담고 빠진 것이 없는지 얼른 종이에 적어간 목록들을 확인했다.
아참, 휴지 그런데 역시나 휴지는 없었다. 뭘 샀나 생각해볼 여지도 없이 쌀 벌한 분위기에서 장을 보다 보니 한 것도 없이 피로가 몰려온다.
계산대 앞 누군가 급히 손으로 쓴 것 같은 종이 판 에는 최소한 1미터 간격을 유지해 달라고 쓰여있다.
카트와 카트 사이에 벌어진 간격 만으로는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 일 것이다. 계산대 까지가 유난히 멀게만 느껴진다.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서서 빨리 계산이 끝나기만 기다리다. 구하지 못한 휴지를 사러 드럭스토어 dm데엠을 갔는데... 거긴 한층 분위기가 더 싸 했다.
문 앞에 붙어 있던 다른 손님과 직원들에게 최소한 1,5세 티 미터 간격을 지켜달라는 것과 모든 제품의 테스트를 하지 말아 달라는 것과 (결국 이것저것 손으로 만져대는 것을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감염 경로가 될 수 있으므로 ) 현금이 아닌 카드로 결제를 해 달라는 것과 기침예절(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손으로 가리거나 공중에 대놓고 하지 말고 팔로 가리고 하라는..)등이 적혀 있는 경고문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그런데 계산하려고 하니 직원이 모든 위생제품 (손세정제를 비롯한 물휴지, 휴지 등등은)은 무조건 일인당 하나만 가져가라고 하는 거다.
아, 이래서 분위기가 싸 했구나.... 이제 독일도 사재기하는 것 때문에 사는 것을 제한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이러다 이동제한도 시행되겠는걸..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끝내 휴지는 아무데서도 구할 수 없었고 이러다 휴지 없이 살아야 하나?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학부모들 단톡 방인 왓젭 그룹에서 띠링하고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
방금 전 바이어른 주는(독일 남부 뮌헨이 속해 있는 주) 외출금지령을 내렸다 한다. 헤센도 그렇게 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메시지 내용과 모퉁이 돌아 보이는 약국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약국도 한 번에 세명만 들어갈 수 있다) 위태로이 오버랩되며 마음속에 스산한 바람 한줄기가 스쳐 지나간다.
어쩌면 저희가 살고 있는 헤센주를 비롯해 독일의 다른 주도 내일부터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 하는 외출금지령이 내려 질지 모르겠습니다.
점점 분위기가 악화일로 되어 가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하고 시작 도 하기 전에 벌써 부터 마음이 지칩니다.
그동안 한국에 계신 분들은 이 시간들을 어떻게 견디고 계실까 새삼 대단하시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쪼록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조만간 또 소식 올리겠습니다. 심란해서 병원 이야기 쓰기 이전에 순서 바꿔서 주말 풍경부터 먼저 올립니다 독일에서 김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