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독일의 부활절은...
오늘까지 독일은 부활절 연휴다. 평소 에도 달력에 빨간 날 공휴일 이면 조용한 독일이지만 이번 부활절 연휴는 그 분위기와 느낌이 완전히 다른 색을 띤다.
기독교적 의미 외에도 부활절은 가족, 일가친척들 간의 만남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의 설날 또는 추석 같은 독일의 고유 명절이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 한참 전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이모, 삼촌 들은 부활절 연휴에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선물 들을 사러 다니고 부활절 토끼가 가져다 줄 달다구리 담을 바구니부터 그 안에 넣어줄 사탕 초콜릿 등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그래서....
언제나 부활절 전이면 시내의 백화점 들과 상가들에는 토끼 인형 들과 알록달록한 달걀들로 성탄절 전에 크리스마스트리 못지않게 데코레이션 하고는 했고.....
이때가 찬스다 하며 판매량을 늘리려는 백화점과 상점 들의 판촉 전략으로 아이들 장난감들이 부활절 세일에 들어가고는 했다.
그리고 시내에는 부활절 장터가 서고 귀여운 토끼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는 했었다.
코로나 시대의 부활절
그런데 2020년 코로나 시대에 맞는 독일의 부활절 은 다르다. 백화점과 상점들은 문이 열린 곳이 없었고 시내에 장터는 서지 않았으며 일가친척 들과의 만남도 어려워졌다.
지역신문들에는 마스크 쓴 토끼와 달걀 그리고 마스크 쓴 부활절 토끼가 달다구리 사탕 대신 휴지를 가져다준다는 웃픈 코로나 현실을 반영하는 코로나 시대 부활절 토끼들이 등장했다.
또, ARD tagesthemen 등의 TV 뉴스 방송에서는 코로나 시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절실히 요구되는 요즘, 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독일 사람들이 부활절 연휴를 보내고 있는 모습들이 차례로 방송을 탔다.
그중에서도 몇 년 전 우리가 살고 있었던 바이어른 주의 뉘른베르크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자 손녀의 부활절 선물을 문 앞에 가져다주고 베란다에서 손 흔들고 있는 손자 손녀에게 멀리 서서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아마도 70대의 할머니 할아버지 에게도 5살 7살의 손자 손녀 에게도 그 모습을 짠한 웃음으로 지켜보는 30대 엄마 아빠 에게도 이번 부활절은 생애 다시없을 특별함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 장면을 뉴스로 보고 있던 우리에게도 한동안 그 장면이 남아 있을 만큼 말이다.
그리고...
코로나 가 바꿔 놓은 메시지
연휴 내내 수시로 울려대던 핸디 안에는 친구들로부터 도착한 부활절 메시지와 짧은 동영상들이 담겨 있었다.
예년 같은 즐거운 부활절 보내라는 메시지와 함께 건강히 지내세요! 라는 코로나 시대 인사와 "부활절, 우리는 집에 있을 거야!"라는 집콕! 격려 메시지 그리고 "함께 라면 뭐든 할 수 있어!"라는 집콕과 사회적 거리 두기의 동참을 독려하는 응원의 메시지가 주를 이루었다.
그렇다,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일상 속에서, 각자의 삶이 더 중요하고 개인의 생활이 더 우선시되는 독일에서 이제는 우리 함께 하자는 응원의 메시지가 소리 없이 퍼져 나가고 있다.
개인주의가 곳곳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는 문화이지만 독일 사람들에게도 우리라는 것에는.....
가족, 일가친척, 친구 그리고 아이들 유치원, 학교, 직장 등 밀접하게 관련된 그 모든 것이 포함된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로 모두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하는 이때... 모르는 그 누군가도
서슴없이 우리가 된다.
그리고 그 우리를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아낌없이 날린다.
우리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콕을 실천한다면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이다.
오늘 우리 집 멍뭉이 나리 산책시키다 지나간 휴교령 내려진 동네 유치원에도 알록달록한 부활절 달걀 대신 걸린 아이들이 손수 그린 캠페인 깃발이 묵직한 메시지를 싣고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많은 도움의 손길로 우리는 나아갈 수 있다."
코로나로 폐쇄된 아이들 놀이터와 나란히 걸려있던 아이들이 만든 깃발의 메시지가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아이들이 예전처럼 놀이터에서 손에 모래흙 묻혀가며 깔깔거리고 친구들과 미끄럼틀 타며 놀 수 있는 날을 빨리 되찾아 줄 수 있는 지를 말해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