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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31. 2020

남편의 녹내장 에 관한 의문이 풀렸다.


안개가 자욱해 바로 앞도
잘 보이지 않던 날이였다.


남편이 녹내장 진단을 받은지 2년이 되었다. 그 시간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를 떠올린다면 녹내장 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순간과 작년 겨울 어느날 이였을 게다.


녹내장 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로 안구 안에서 흐르는 물 즉 방수가 원할이 빠져 나오지 못하고 그안에 고여서 안압을 높이고 종국에는 시신경을 손상 시켜 실명에도 이를수 있는 위험한 안과 질병 중에 하나다.

예전에는 백내장과 함께 노인성 질환중 하나였는데 요즘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사용,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젊은 층에서도 많아지고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에서는 정상 안압에서도 녹내장이 많이 발생 한다고 한다.

그만큼 원인도 연령층도 다양하다는 이야기 인데 노인도 청년도 아닌 중년의 남편은 원래 근시가 심한 고도근시 다.그리고 직업상 스트레스도 많고 컴퓨터를 사용할 일도 많다.어찌 보면 녹내장이 발생 할수 있는 요인들을 고루 갖추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해할수 없는 것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녹내장이 시작된 눈의 위치 였다.녹내장이 진행 되면 보통은 눈의 주변부터 시신경이 손상 되기 시작 해서 점점 시야가 좁아 지는 것이 특징인데 남편은 눈의 정가운데 부터 시신경 손상이 시작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그점이 계속 의문으로 남았다.그래서 나는 우리가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나 녹내장과 유사한 다른 질병 인데 오진된 것이라면? 등의 여러가지 다른 가능성을 놓고 고민 하며 시간날때 마다 안과 질환들을 검색 했다.

그러다 우연히 내 눈에 띄인 것은 망막혈관패쇄증 이라는 것 이었다 갑자기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것으로 눈의 중풍 이라고 불리우고 있는 질병 이였다.

그질병을 더 들어 가 보니 망막중심정맥패쇄증 이라는 것이 있었다.이름도 긴 그병은 망막 혈관 중에서도 정맥이 막혀서 안압이 급 상승하고 시력이 떨어지며 드물게는 신생 녹내장도 유발 할수 있는 질병이라 나와 있었다.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지만..

나는,혹시 남편의 녹내장이 그것으로 비롯 된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 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였다.


얼마나 더 나빠졌길래..


남편은 안과 기검진을 다녀 와서 얼굴이 어두웠다. 뭔가 있다 싶어 물었더니

지난번에 비해 양쪽 눈의 상태가 더 나빠졌다는 거다. 한쪽 눈은 그여름에 스탠트 수술까지 했기 때문에 더 좋아 지진 못해도 최소한 더 나빠지지는 않아야 하는거 였다.그래서 주치의가 3개월에 한번 받던 기검진을 이제는 한달에 한번 받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는 거다.

그리고 독일에서 녹내장 대가로 불리는 도르트문트 대학병원의 교수님 에게 한번 진료를 받아 보면 어떻겠냐고 했다는 거다.


우리는 독일에서 가정의 개인병원을 하고 있다.

우리 병원 에서도 치료 중이던 환자가 호전 되다가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을때 잡혀 있던 혈액검사나 테라피를 빨리 당겨서 하거나 또는 환자들을 대학병원 이나 종합병원 으로 보낸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바꿔 말한다면 남편의 눈상태는 매달 기검진을 받아야 할만큼 나빠졌다는 것이고 또 다른 전문의의 의견이 급하게 필요한 상태라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그날 저녁,남편의 안과 주치의 에게 전화가 왔다.그분은 남편이 개인병원을 개원 하기 전에 일하던 대학병원의 옛동료 이자 친구 다,해서 평소 에도 가끔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는 사이다.

전화의 내용은 그분이 직접 도르트문트의 계신 교수님 에게 연락을 취해서 예약을 받아 놓았는데 바로 내일 이라고 갈수 있겠느냐는 것이다.아무리 친구라 해도 본인 일도 아닌데 그렇게 까지 애를 써 주었다는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러나 알수 없는 불안이 파도 처럼 밀려 왔다.

아무리 친구 스를 썼다 하나 독일에서 이렇게 빨리 병원 예약을 잡을수 있었던가? 그것도 크리스마스 연휴가 코앞인 때에?

지난 봄 남편과 독일에서 녹내장으로 유명한 대학병원 중 하나인 마인쯔 대학병원에 갔던 것이 떠올랐다. 그병원은 전국에서 찾아 오는 녹내장 환자들이 많아서 안과 에서 아예 녹내장 진료 요일과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그럼에도 진료 예약 하는데 까지 몇개월이 걸렸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 남편의 상태가 그만큼 응급하다는 것을 반증하는것 같아 무서웠다.


우선, 남편은 직원들에게 개인 사정으로 내일 병원 진료를 볼수 없음을 알렸다.그러나 너무 갑작스레 병원 문을 닫으면 환자들이 불편해 질 터이니 직원들은 같은 시간에 병원에 출근 해서 처방전, 소견서 등 미리 부탁 받았던 의사 서명이 끝난 서류 들을 내어주는 일,앞으로 해 주어야 할 서류들을 받는 등의 업무 처리를 부탁 했다.그리고 혹여라도 생길지 모르는 응급한 상황에 대비 해서 급한 환자들은 동료 가정의 병원 에서 대신 진료를 받을수 있도록 했다. 개인병원을 개원 하고 예정에 없던 사실상 휴원은 처음 있는 일이였다.


병원일을 해결해 두고 다음날 아이들 먹을 아침, 점심 준비를 미리 해 놓았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간을 보는둥 마는둥 대충 만들어서 아이들이 챙겨 먹을수 있도록 간단한 식사 준비를 해 두었다.

병원 예약 시간이 오전 10시 우리집에서 도르트문트 까지 자동차로 빨리 가도 2시간은 걸릴것 이다.진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수 없으니 아우토반 사정이 좋다 해도 집에 도착 하면 오후 늦은 시간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였다.



깊은밤을 날아..

밤새 뒤척이느라 깊은 잠을 이룰수 없었던 우리 부부는 맞추어 놓은 시계 알람 보다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섰다.

다행히 아우토반 사정도 나쁘지 않았고 예약시간 보다  한시간 이나 먼저 도르트문트에 도착했다.

그런데...병원 찾아 헤매다 보니 예약시간이 다 되어 갔다.

독일은 대학병원의 모든 과가 한건물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가령 내과와 외과 등이 같은 건물에 있어도 안과 또는 피부과 산부인과 등은 여기 하나 저기 하나 띄엄 띄엄 다른 건물로 나가 있는 경우 들이 많다.

이것은 대학도 캠퍼스에 모여 있지 않고 온 동네에 단과대 별로 흩어져 있는 특징과 같다 하겠다.

그래서 남부의 에얼랑엔 이나 중부의 괴팅엔 같은 들을 대학도시 라 부르는데 그 작은 도시들은 주로 대학 건물과 대학병원 건물 들이 도시의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 주소지는 같아도 따로 구분 지어 있는 건물들 중에서 안과 병원 건물  찾아야 한다.

우리가 네비게이션에 입력한 주소 대로 도착해 주차를 한곳은 도르트문트 대학병원 본원 건물과 가까운 곳이였고 거기서 물어 물어 찾아간 안과병원 건물은 그곳에서 길건너 골목 끝에 위치 하고 있었다.

그덕분에 이와중에도 다른병원의 시스템에 호기심이 많으신 남편은 남의 병원 구경 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나는 예약 시간 늦을까 애가 탔다.


어?뭔 사보험?

그렇게 여유 부리는 남편과 찾아 간 안과 병동 에서

의료보험 카드와 안과 주치의 소견서를 들고 접수처 에서 접수를 하러 갔다.그런데 직원이 남편 에게 사보험 이 아니였냐고 물었다.

?뭔 사보험?


독일의 의료보험을 크게 공보험,사보험 으로 나눌수 있다. 공보험은 개인의 나이와 소득에 따라 매달 일정의 의료보험료를 지불 한다.그리고 병원에 진료를 가야 할 경우 의료보험 카드 하나로 거의 모든 진료비를 대신한다. 그러나 사보험일 경우는 다르다 개인의 나이와 소득 뿐만 아니라 선택한 혜택 기능에 따라 지불 해야 할 보험료가 다르다.또 병원 진료 후에 진료비 계산서가 집으로 우송 되고 본인이 먼저 진료비를 지불한 후에 보험회사 에서 다시 돌려 받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병원에 책정 되어 있는 의료수가 가 사보험 자 들이 훨씬 높게 되어 있다.정리 하자면 사보험 자들의 진료비가 더 비싸게 잡혀 있다. 당연히 병원 입장 에서는 사보험 자들을 더 선호 할수 밖에 없는 이유다.(의료보험 이야기는 사실 이렇게 간단히 쓸수가 없다 여러가지 길고 복잡한 이야기들이 포함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다음번에 천천히 나누기로 하고...)


남편은 공보험 이기 때문에 사보험 자 들 처럼 집으로 진료 계산서를 따로 받는 것으로 하고 접수를 마쳤다.

알고 보니 때마침 그날은 사보험 자들 중에 교수 특진 예약자 들만 오는 날 이였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살면서 의료보험료 외에 진료비를 따로 내어 본적이 없던 터라 조금 낯설기는 했지만 빠르게 진료를 받을수 있게 된것 만으로 감사 했다.


그렇게 환자대기실에 들어 가니 대기실 부터 달랐다. 복도를 지나 오며 힐긋 거렸던 다른 대기실은 딱딱한 나무의자로 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촘촘히 앉아 있었던 것에 비해 그곳의 대기실은 보기 에도 좋아 보이는 가죽소파 들로 되어 있고 공간도 2배 이상 넓었으며 카푸치노, 라떼 부터 오렌지쥬스, 물 등의 음료 까지 골고루 비치 되어 있었다.

마치 같은 비행기 안의 이코노미 좌석 과 비지니스 석의 차이 라고나 할까?

남편덕?에 럭셔리 한 대기실에서 편히 앉아 기다리고 있었지만 마음은 바늘방석 이였다.


그렇게 의문이 풀렸다.


대기실 에서 진료실로 안내된 우리는 거기서 젊은 의사를 만났고 지금까지 남편의 녹내장 진행 과정을 이야기 했다.교수님의 어시스턴트라고 소개한 그 의사는 교수님 진료 전에 안압체크 부터 단층촬영 까지 여러가지 검사가 다시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남편은 복도가 달리 있던 검사실 들로 왔다 갔다 하며 검사를 받았고 나는 남편의 옷을 들고 검사실 복도를 따라 오간지 1시간 30분쯤 되었을 무렵이였다.

모든 검사가 끝나고 아까 진료 트를 작성 하던 젊은 의사의 진료실로 다시 안내 되었다.

그 젊은 의사는 하나 하나 꼼꼼하게 기록된 검사 내용 들과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 들을 체크 했다.

그 의사는 지금 남편의 눈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을 차분하고 친절 하게 설명해 주었지만 정작 궁금했던 몇 가지 의 질문, 예를들어 왜 작스레 상태가 더 나빠졌는지..왜 눈의 정중앙 쪽 부터 시신경 손상이 시작 되었었는지...등에 대한 정확한 답은 주지 못했다.


나는 혹시 이번에도 지난번 마인쯔 대학병원 에서 처럼 직접적인 해결책을 얻지 못한체 진료가 끝날 까봐 심란 했다.필요 하다는 검사는 다시 다 받았고 개월 사이에 남편의 녹내장 진행이 빨라 졌으며 시신경 상태가 더 나빠 졌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병원 문 까지 걸어 닫고 두시간을 달려 왔는데 아무런 해결책을 못 얻고 이대로 돌아 가게 되면 어쩌나...

혼자 머릿속이 복잡하던 순간에 누군가 진료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 왔다.

어?아까 검사실 복도를 오가며 잠시 스치듯 지나치며 본 사람 이였는데...

그분이 교수님이였다니...

나는 녹내장의 대가 교수님은 작고 마르고 날카롭다 못해 신경질 적으로 보이는 사람일 것이라 상상 했다. 왠지,눈 처럼 작고 섬세한 부위를 진료 하고 수술 하려면 그래야 할것 같았다.

그런데 그교수님은 체격도 크고 목소리도 체격만큼 쩌렁쩌렁 성격도 서글서글 해서 마치 정형외과 선생님 같은 느낌 이였다.


그러나 진료 기록을 훓어 내리는 예리한 눈매는 매의 눈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핵심을 꽤뚫고 있는 날카로운 진단은 주저함 없이 명확 했다.

자동차로 2시간을 달려 와서 검사를 받고 기다린 시간에 비해 특진 시간은 길지 않았다. 

15분 남짓의 진료 시간이였지만 우리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의문들이 풀렸다.


남편은 내가 혹시나 하던 망막혈관패쇄증이 아니라 녹내장이 확실했고

특히나 왜 남편의 녹내장은 일반적이지 않게 눈의 가운데 부터 시작 되었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이유를 그날 알게 되었다.남편은 고도근시로 인해 수정체가 가운데 쪽으로 휘어 있어서 그쪽 부터 시신경 손상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목에서 머리쪽으로 올라가는 혈관 검사는 했는지, 이비인후과 에서 검사는 받아보았는지 수면 무호흡증 테스는 해보았는지 등 스탠트 수술과 점안으로 안압을 유지 하고 있음에도 녹내장이 빠른 시간안에 더 진행된 원인이 될수 있는 요소 들을 체크해 나가는데 있어 빠르고 정확 했다.


교수님은 이야기 했다. 새로 처방 받은 점안 약이 제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이제 남편 에게 남은 방법은 수술 뿐이고 만약 수술을 하게 된다면 큰수술이 될것이라고..

독일 에서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병의 정확한 진단만 나와도 그병의 반은 이긴 것이고 그 병에 관한 명의를 만난다면 행운을 만난 것이라고..


우리는 그 행운을 만난지 6개월이 지났다.남편은 그동안 새로이 처방 받은 점안 약을 잘 사용하고 있다 그전에 썼던 약보다 훨씬 잘 맞는 다고 한다.가지고 있던 의문점 들도 풀리고 모든게 명확해 졌지만 그럼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녹내장에서의 완치란 최선을 다해 더 나빠지는 것을 막고 지금의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남편은 두가지의 약을 하루 세번 점안 하고 있고 원할한 혈액순환을 위해 우리집 멍뭉이 와 자주 긴 산책을 나가며 권유 받은 영양제 들과 자연축출물 식품 보조제 들을 시간 맞춰 성실히 복용 중에 있다.

그런 남편이 조금이라도 덜 피곤 하게 맘편히 푹쉴수 있도록 돕는 것도 스트레스 쌓이지 않게 놀아?주고 웃겨 주는 것도 내몫이다.

내일도 그다음날도 남편의 눈이 지금 처럼만 유지 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말이다.


독일 사람들은 앞이 보이지 않게 안개가 자욱한 날 아침 이면 "아 오늘 날씨 좋겠다!" 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길도 보이지 않게 뿌옇던 안개가 걷히고 나면 파란하늘에 눈이 부시도록 화창한 날씨가 고개를 내민다.어쩐지 우리의 인생을 닮았다.그러니 막막하고 갈피를 잡을수 없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분명 맑게 개인 순간이 찾아 올 것이다.

이글이 남편 처럼 녹내장으로 몸과 마음이 힘든 분들 또 그렇게 힘든 가족을 둔 분들에게 소리 없는 응원과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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