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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21. 2019

남편이 녹내장 스탠트 수술을 받았다

일반적이지 않은 녹내장.


남편의  양쪽 눈이 녹내장으로 진단받은 지 도 일 년이 넘었다.

그동안 점안하는 약들도 몇 차례 바꾸었고 하루에

성분이 세 가지나 되는 약을 시간 나누어 점안하고 있다.

워낙 진단 당시에도 오른쪽 눈의 시신경이

많이 손상된 데다가 남편은 보편적인 녹내장 증상과는 조금 다르게 정상 안압에 안구 가운데 쪽 시신경 손상이 많은 상태였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보통 안압의 수치가 10에서 21인데 남편은 18에서 20 사이인 정상수치의  안압이었지만 녹내장이었다.

거기다 보통 녹내장 이 진행되면서 점차적으로 시야가 좁아지면서 주로 눈의 중앙 쪽으로만 보이는는 것에 반해 남편은 처음부터 가운데 쪽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독일 안과에서 이야기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녹내장이다.

남편이 사용 하는 녹내장 점안약들...
스탠트 삽입 수술을 결정했다.


정기검진이 있던 날 종합병원 안과 과장인 남편의 예전 동료이자 친구인 렌하트는 말했다.

남편의 오른쪽 눈이 손상된 시신경이 너무 정중앙에 많이 몰려있고 점안약으로도 안압 조절이 아주 잘 되는 편은 아니니 스탠트를 삽입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스탠트 삽입이라는 것이 다소 생소한 것인 데다가 어쨌거나 눈 안에 뭔가 이물질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 걱정스러운 내게 렌하트는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남편의 시신경 상태를 단층 촬영 한 검사서. 검은색이 손상된 시신경이다.


녹내장 스탠트란?


독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하기 시작한 새로 생긴 녹내장 수술 방법의 하나인데 기존에 수술보다 부위가 훨씬 작고 부작용도 적어서 수술 예후가 좋다고 했다. 눈 안의 물이 밖으로 원할이 빠져나가지 못해서 안압이 올라가고 그로 인해 시신경이 손상되는 녹내장 증상을 작은 관을 눈 안에 넣어 주어서 잘 빠져나가지 않던 방수를 나갈 수 있게 인위적으로 길을 만들어 주어 안압을 조절해 준다는 것이다.

또, 관이 워낙 작아서 눈의 이물감도 기존의 수술 방법 보다 훨씬 덜하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이런 수술비도 자비로 하는 것이 거의 없고 대부분이 의료보험에서 해결이 되므로 부담스럽지 않고 수술 도 간단하다 하고 무엇보다 수술 예후가 좋다 하니 남편의 동료이자 옛 친구들이 수술해 줄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서둘러 수술 날짜를 잡았다.


 문짝에 Augen Op 라고 씌여 있고 핑크 종이 들이 붙어 있는 곳이 수술실 로 가는 첫번째 출입문 이다.
드디어 D데이 수술실 앞에서


그렇게 해서 잡은 수술 날짜는 병원 휴가의 막바지 이자 주말인 이번 금요일이었다.


아침 7시 40분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종합병원 안과 수술실 앞 대기실에는 수술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 들과 보호자 들로 붐비고 있었다.

우리 동네 종합병원 안과 클리닉은 커다란 건물 몇 개로 구분되어 있는데 큰 건물 M3 일층에는 접수처와 환자 대기실 그리고 진료실들이 복도 전체로 나뉘어 있고 계단을 타고 올라가 이층에는 커다란 대기실과 수술실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다.

그 출입구 앞 대기실 복도에서 남편이 이름이 적힌 하얀색 팔찌를 차고 수술실로 향한 지 두 시간이 넘어가도록 나는 복도 끝 문이 열리며 수술이 끝났다며 나를 호명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이 끝나면 환자의 보호자가 출입문 안까지는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환자에게 채워 주는 팔찌

그런데...

간단한 수술 이라면서 뭣이 이렇게 오래 걸리나 이제나 저제나 복도를 서성인 지 두 시간 반 이 지나 도록 남편은 응급 수술 때문에 한차례 수술 시간이 밀려 아직 수술실로 들어 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몇 년 전에 딸내미 다리 수술 때도 하루 종일 걸리더니 오늘도 그러려나 싶어 아침이라도 미리 먹고 기다릴걸 그랬나? 하다가 아니지, 그러다 아침 먹으러 간 사이 날 찾으면 어쩌나? 머릿속 생각 또한 왔다 갔다 하며 한층만 내려가서 길만 건너면  카페테리아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체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역시나 크던 작던 수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는 사람을 멍하게 만드는 것 같다.


보통 독일의 입원실에 비해 병원 분위기가 적고 가정집 내지는 펜션 같은 아늑한 분위기의 안과 병동 입원실
생각보다 힘들었던 수술


그렇게 수술이 시작되기를 기다린 시간만 세 시간이 넘어 수술 과정이 모두 끝나고 우리가 병원에 온 지 다섯 시간이 넘어 남편은 입원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간단한 수술이라 해도 마취하는 시간과 의식이 깨어 나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수술 시간이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 전신마취 까지는 아니라던 마취는 의식은 중간중간 있으되 약기운에 취해 비몽사몽인 이여서 남편은 마치 영화에서 나오던 수술실 전등과 의료진 얼굴이 뿌옇게 됐다가 다시 보였다가를 반복하며 영혼이 육체를 이탈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 과정이 많이 힘들었던지 입원실 침대에 누워 남편은 한동안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그 모습이 왜 그리 짠하던지....


괜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지려는 것을 애써 모른 체 하며 뒤늦게 들어온 병원 점심 식판을 만지작 거렸더니 다른 한쪽 눈도 제대로 못 뜨며 정신없어하던 남편은 뜻하지 않게 아침, 점심 내리 두 끼를 굶고 있는 마누라가 배가 고파 그런 줄 알고 자기는 밥 생각 없으니 나더러 환자 밥을 먹으란다.

졸지에 아픈 남편 뉘어 놓고 환자 밥에 침 흘리는 마누라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덴쟝....


독일 병원 점심 식사. 닭고기 소스에 쌀밥 그리고 양상추 샐러드 쵸코 푸딩
병원 내에 있는 아이스크림가게


하루 종일 입맛이 쓴지 먹지도 않고 힘없어하던 남편은 오후 늦게 막내가 사다준 아이스크림을 맛나게 먹었다.

마취 등의 수술 과정이 힘이 들어서 지치 기도 했겠지만 어쩐지 남편은 마음이 더 힘들어 보였다.

녹내장이라는 것이 진행되고 있는 병이고 그래서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어도 완치는 어렵다 라는 말들을 한다.


그래서 어쩌면 남편도 자기도 모르게 때때로 실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기도 하나 보다.

오늘처럼...


한쪽 눈이 가려진 체 안경마저 쓰지 못하고 잘 보이지 않는 한쪽 눈만을 의지 하고 움직 이려니 새삼 마음이 힘들어졌는지 모르겠다.

아이처럼 아이스크림을 맛나게 먹던 남편이 이야기했다.

"눈 하나라도 보이기만 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진짜로 눈 하나로는 괜찮지 않을것 같아"...



한쪽 눈에 하고 있는 커다란 안대와 손목에 감고 있는 브라뉼레 (수액 주사 꽂이) 만 아니라면 ..병원 같지 않은 분위기의 입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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