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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an 20. 2018

남편이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남편의 녹내장 단계별 극복 과정 


하나,
정확한 진단만 나와도
병의 절반은 이긴 거다.


독일에서도 몸이 아픈 증상은 있는데 정확한 병명이 나오지 않아 그것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정확한 병명이 진단되기만 해도 병의 절반은 이긴 것이라고...

어떤 병인지를 명확히 알아야 그에 적합한 치료 방법아낼수 있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같은 병일 지라도 알려져 있는 증세와 달라 먼길을 돌아 찾아지는 경우들도 있다.

남편의 경우가 그랬다. MRI를 찍고, 종합병원에 입원해서 안구 검사와 안면 검사를 하고, 시간별 혈압과 안압을 체크하고 시신경 단층 촬영을 하고 나서야 녹내장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동네 안과에서도 정기 검사 때면 늘 하던 것이 안압 체크인데 남편은 언제나 정상 수치의(10-21 사이) 안압이었다.

또 보통의 녹내장의 증세는 주변의 시야가 점점 좁아지며 보이는 것이 적어지면서 가운데 쪽으로 시야가  좁아지는 것인데 남편은 가운데 시야부터 좁아지기 시작했다.

한국과 아시아에서는 녹내장 환자들 중에 70 프로 이상이 정상 안압이라 하는데 독일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주로 안압이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 까지가 오래 걸려 남편은 시간도 시신경도 많이 잃었다.


둘,
병 받아들이기


남편의 녹내장 진단이 나오고 바로 떠오르던 단어 실명...

물론 녹내장이라 해도 모두 실명 이 되는 것이 아니고 관리만 잘 해 주면 된다 하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러나 그때까지 녹내장 하면 실명률이 높은 안구 질환이다라는 것 하나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급하게 찐계란을 먹고 목이 메듯 가슴이 답답해 왔다.

그리고 혹시 진단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여태 까지 꾸준히 안과 검진도 받았었는데 몰랐을 리가 없잖아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수없이 반복했다. 


런다고  남편의 왼쪽 눈도 녹내장이 진행되었고 오른쪽 눈은 이미 진행이 많이 되어 시신경의 손상이 60 프로가 넘는다.라는 진단 결과는 바뀌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왜 진작 몰랐을까? 라며 화를 내다가.. 이렇게 눈이 많이 안 보이게 되었는데 더 나빠지면 어쩌지?라고 걱정이 되다가...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이게 어디야 라며 위안을 하고.. 이것이 정말 우리에게 일어난 실제 상황인가?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하는 마음들이 그네를 탔다.



셋,
절망하지 않기

병에 따라 시간이 걸려도 완치가 되는 병도 있고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것도 있다.

녹내장은 후자 중 하나로 꾸준히 평생을 관리해 주어야 하는 질환인데 사람에 따라 상태에 따라 약물 치료, 수술 등의 여러 가지 치료법들이 있다.

남편이 처음 썼던 안구 점안 약은 몸에 맞지 않아 심한 두통과 부작용이 있었다.


그 후에 남편은 두 가지 약을 섞어서 쓰고 있는데 어느 날 병원에서 안압 체크와 시력 검사를 받고 오는데 오른쪽 눈 시력이 더 떨어진 것 같아 마음이 많이 힘들었었나 보다.

길에 마주친 어느 노인이 가슴에는 노란 베지를(독일의 시각장애우 벳지) 달고 지팡이로 땅을 더듬어 짚으며 걸어가는 모습이 남의일 같지가 않아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고 했다.

지금도 남편이 담담히 전하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매운 것을 삼킨 듯 목안이 따가워 온다.

그날 안경을 벗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 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편은 말없이 한동안 침울해했다.

왜 아니겠는가? 아직 이렇게 젊은데.. 그동안 얼마나 고생해서 공부했는데... 여기서 더 시력을 잃게 되면 그렇게나 좋아하는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데.... 상상 만으로도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아니겠는가...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은 젊은 주인공이 어떻게든 사회초년생으로 사회 속으로 나아가 살아 보려는 내용의 영화를 몰두해서 보고 있는 남편에게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 잃어버린 60프로의 시신경을 생각하지 말고 남아 있는 40프로를 생각하자고...  

누구나 자신에게 찾아 온 고난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 보다 그무게가 배가 된다.

그러나 마음속에 절망이 가득 스며 들 지라도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한다 바로 지금.

더 늦기 전에.....



몸에 맞는 생활 개선 매뉴얼 찾기

시간이 지나며 남편은 점차 자기 페이스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두 가지 약을 섞은 안구 점안 약은 안압을 유지해 주었다.

먼저 병원과 동료들 에 남편은 녹내장과 눈의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진료 시간을 줄이기 시작했다.

남편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나니 매달 들어오는 수입의 차이는 컸지만 당장 정기적으로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혈액 순환에도 도움이 되는 운동을 하다 보면 손실된 시신경을 다시 회복시킬 수는 없다 해도 남아 있는 시신경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매주 수요일 저녁 남편과 함께 기공을 시작했다.

기공은 일할 때 와 수면을 취할 때의 자세가 좋지 않아 어깨 근육이 자주 뭉치던 남편에게 맞는 운동이었다.

딱딱하던 어깨 근육과 곳곳의 근육들이 샤워를 하고 난 직후처럼 자연스레 풀어지며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뻑뻑하고 무겁던 눈의 피로도 조금은 덜어졌다.

운동하고는 별로 친하지 않은 특히나 유연성 하고는 거리가 먼 나는 온몸이 나무토막 같다고 해서 별명이 뻣뻣 공주다. 기공 첫날 강사가 어떤 동작을 해도 계속 틀리고 뻐등 거리고 있으니 이런 거 처음 봄 하는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었다. 그런데 남편에게 도움이 된다 하니 가기 싫어도 함께 했고 그러다 보니 나도 이제는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그리고 남편은 잠 안온 다고 침대 위에서 종종 켜 보던 스마트 폰도 더 이상 켜지 않고 시력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눈동자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고 시신경에 도움이 된다는 지압점들을 찾아 시간 날 때마다 눌러 주며 유해 산소에 의한 세포의 손상을 막아준다는 항산화제 안티옥시단트 중에  하나인 눈의 혈류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아스타잔틴 Astaxanthin 과 엉겅퀴에서 축출한 간 기능 보호제 를 매일 보약 먹듯 잘 챙겨 먹는다.



이런 각각의 치료 노력 들이 남편의 손실되어 버린 시신경을 돌려놓을 수는 없겠지만 남아 있는 시신경을 지키고 유지하는 데는 분명 작용을 하고 있다. 녹내장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는 남편 더 이상의 시신경을 잃지 않고 이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치료 이므로...


다섯
매일 매 순간 감사하기  

남편이 녹내장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우리는 그동안 매일 매 순간 해오던 모든 평범한 것들에 대해 감사한다.

함께 걸어서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할 수 있음에..

비 온뒤 잠깐 나온 파란 하늘을 같이 볼수 있음에.. 떨어진 식료품 들을 사러 함께 시장을 갈 수 있음에.. 것이 났다  것이 더 났다 별차이 없는 물건을 놓고 서로 투탁 거릴 수 있음에...우연히 발견한 맛집에서 따사로운 햇살 받으며 맛난 것을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음에... 막내가 숙제도 안 하고 뺀질거리며 놀고 있는 것에 참을 인자를 새기며 같이 째려볼 수 있음에... 늦게 들어오는 딸내미를 함께 걱정하며 기다릴 수 있음에...

가물에 콩나듯 소식을 보내 오는 큰아들의 사진을 함께 보고 또 보고 할수 있음에....

어쩌다 보는 한국 드라마를 손뼉 치며 함께 볼 수 있음에...손톱깍기 쓰고 어디다 두었느냐 서로 타박 할수 있음에...별것 아닌일에 감동 하고 아무것도 아닌일에 삐지며 이렇게 변함없이 함께 늙어 갈 수 있음에...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을 남편이 읽어 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러므로 우리매일 매일은 어제와 다르게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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