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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22. 2020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나만의 공모전 낙방 위로법 5.

매번 넘어진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얼마 전 참가했던 한 공모전의 발표가 났다. 결과는 이미 그럴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했던 결과라 해서 실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마음 한구석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었으니 역시나 여도 실망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푹신한? 위로 라도 받아 볼까 싶어 원래도 처진 눈 고리를 최대한 내리며 짧아서 있나 없나도 모르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어 주며 남편에게

"여보야 나 또 안됐어"라고 했다.


그런데, 마치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짜장은 까맣잖아"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뭐 알고 있었잖아!"란다. 이런 겁나 솔직 담백한 인간 같으니라고...


인터넷에서 글을 쓰기 시작 한지 어느새 햇수로 7년 남짓 되었고 브런치에서 글을 쓴지도 4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비록 존재감 없는 글일 지라도 4백 개 고 개최되는 공모전마다 부지런히 참가했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된 적은 없다.

만약에.. 공모전 낙방도 경력이 된다면 난 이 분야에서 꽤나 경력자인 셈이다.

그러나 경력이 두둑하다 한들 실망감마저 단박에 사라 지지는 않는다.


나는 어릴 때 참 잘 넘어지는 아이였다. 그래서 어린 시절 사진에는 죄다 무르팍 깨져서 빨간약 바른 것이 대부분일 정도로 말이다.

그때도 넘어질 때마다 아팠다. 아무리 자주 넘어져서 낙법을 익혔다 해도 넘어지면 일단 아프다.

지금 어디선가 나처럼 속상해하고 있을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나만의 낙방 위로법을 나누고자 한다.


나만의
공모전 낙방 위로법 5.


무슨 일이던 시간 들여 열과 성을 다해 준비했는데 떨어졌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많은 박탈감과 상실감을 안겨 준다. 그것이 참가했었다는 참가증 한 장 없는 공모전 일 때는 더하다.

그래서 나는... 낙방했다는 것을 알게 된 당일에는...

1. 되도록 당선작을 찾아 읽어 보지 않는다.

공모전에서 떨어지고 나면 보통 가장 먼저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당선작 찾아 읽어 보는 것인데..

오늘 하루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며칠 지나면 당선작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작가들의 당선 후기를 통해서 던, 브런치 홈을 통해서 던..) 소개될 것이고 그때 읽어 보아도 늦지 않다. 그러나 오늘은 패스.


공모전에 참가한 모든 글들을 객관성을 가지고 점수를 매겨서 한 줄로 세울 방법은 없다. 심사하는 분들은 기계 가 아닌 사람 임으로 당연히 주관적인 요소들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내 입에 맞지 않다고 해서 맛없는 음식이라 단정 할 수 없듯이 그 공모전에서 뽑히지 않았다 해서 자동으로 모자란 글이라 재단할 수 없다.


그러니.. 당선작들은 옆으로 밀쳐두고..( 심술 아아 아님 )

오늘은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공모전에 참여한 스스로를 축하해 주고 쓰담 쓰담 참 잘했어요를 해 주자.



2. 스스로 에게 상을 준다.

공모전에 참가하려면 그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준비하게 된다.

누군가는 일하는 짬짬이... 또 누군가는 아이들 먹이고 씻기고 재운 후에 밤잠을 줄여가며.. 그리고 그 누군가는 오가는 지하철, 버스 안에서 시간을 쪼개어...

그 열과 성을 다한 시간 들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서 스스로도 칭찬해 주지 않는다면 그 시간들이 너무 허무 해진다.

마라톤에 참가해 등수 안에 들지 못해도 모든 참가자는 참가했다는 메달 또는 참가 증서를 받는다.

운동과 친하지 않은 나도 미니 마라톤 뛰고 받은 메달이 두 개나 된다. 남들 눈에는 뛰었는지 걸었는지 구분이 안 가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공모전 에는 참가 해도 그런 게 없다. 그래서 향기 없는 꽃다발 이어도 당신과 나를 위해 준비했다.

"공모전 준비하느라 애쓰셨어요, 다음에는 더 좋은 기회가 당신과 내게도 꼭 찾아올 겁니다.!"


나를 위해...

3. 좋아하는 영화 한 편과 달달한 조각 케이크나 와플 카푸치노, 녹차 또는 맥주나 와인을 준비한다.

누구 에게나 애정 하는 인생 영화 한두 편씩은 있을 것이다. 내 경우 이런 날 보게 되면 웃다 지쳐 저절로 위로가 되는 영화가 있다. 미녀는 괴로워라는 한국 코미디 영화인데 조금 오래된 영화 여서 감성코드도 맞을 뿐 아니라 배우님 들의 연기도 좋았고 특히나 영화 OST들이 좋다.

그중에서도 유미님의 별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넘기는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은 그 어떤 말 보다 내게 부드럽고 잔잔한 위로를 하얀 거품처럼 얹어준다.

누군가 에게는 그런 위로가 영화 명량을 보며 녹차를 마시는 것으로 될 수 있고,

다른 이에게는 영화 맘마미아를 보며 마시는 와인 한잔이 될 수도 있다.

또 누구는 조각 케이크에 카푸치노 한잔 마시며 극한직업을 보는 게 될 수도 있다.
뭣이 되었던 혼자 좋아하는 영화 한 편 보며 취향의 달달한 간식과 음료 한잔 곁들이면 마음이 제법 말랑해진다.

그리고는.....

4. 예전에 쓴 글 들과 그 글들에 달린 댓글 들을 읽어 본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 느낌 알 것이다. 자신이 예전에 써 놓은 글들을 읽다 보면 어우 어떻게 이런 글을 용감하게 썼나 싶을 만큼 민망하기도 하고 이불 킥을 할 만큼 부끄러워지기도 다. 그것은 바꿔 이야기하자면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은 보인다는 것이요 그래서 그 보이는 만큼씩은 소리 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일 테다.

거기다 그런 부족한 글임에도 누군가에게는 미소를 머금게 해 주었다는 응원의 다정한 댓글들은 공모전에 떨어져서 자기도 모르게 흐믈흐믈 녹아버린 자존감을 세워 주고 위로가 되기에 충분하다.


나는 오늘처럼 공모전에 똑떨어지고 식구들에게 또 라고 말하기도 멋쩍은 날이면 예전에 써 놓았던 나의 쌩얼 같은 글들을 우리 아이들 추억의 앨범에 힌 아기 때 사진 들여다보듯 하나하나 열어 본다.

 

그리고

5. 앞으로 글로 쓰고 싶은 새로운 테마 들을 적어 본다.

하얀 종이 위에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의 테마 들을 생각 나는 대로 적어 본다.

나는 앞으로 남은 그리스 여행기도 마무리 지을 것이고, 독일의 굴뚝 아저씨, 라쿤 사냥꾼 등 특별한 직업들에 관한 것.... 그리고 함께 달리기 하는 독일 친구들 이야기.... 또 우리 병원과 직원들 그리고 다양한 사연의 환자들 이야기와,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딸내미가 독일 운전면허 딴 이야기와 우리 집 강아지 나리와 동물병원, 강아지 호텔 간 이야기 등등 새로운 테마들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이렇듯 다채로운 글감들을 정리하다 보면 이제는 글 쓸 시간에 다른 것을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뼈 때리는 남편의 충고를 살포시 지르밟고 다음 공모전을 준비할 수 있는 또 다른 힘이 생겨난다.


나는 이렇게 오늘 하루 실컷 실망하고 맘껏 위로하고 내일은 새로운 글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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