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Sep 17. 2019

브런치 하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


SNS는 가족과 비상 연락 외에는 거의 하지 않고 , 이래저래 지인 들과 수다 떨 목적에 개설했던 블로그도 더 이상 하지 않는 요즘.... 내가 유일하게 한글을 사용하는 것은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 전부  하겠다.

사실, 이마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가물에 콩 나듯 글 올리는 것이 다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가뭄에 콩 덕분에 가끔은 반가운 일을 만나기도 한다.

바로 며칠 전처럼....


며칠 전의 일이다.

브런치 알림 창을 통해 알림 메시지가 들어왔다.

그 안에는 누군가 기타 목적으로 보낸 메시지와 메일 주소가 하나 들어 있었다.


메시지를 꼼꼼히 읽어 보니 예전에 우리 집에 놀러도 오고 함께 식사도 했던 유학생 중 한 분이 우연한 기회에 내 브런치의 글을 읽다가 독일에 살고 있고 이름도 같고 사진도 알고 지내던 누군가와 비슷해 보여 반가운 마음에 연락을 해 보았다는 것이다.

혹시나 그 친구가  알던 그 언니? 가 아닐까? 싶어서...

나는... 그 몇 줄의 메시지를 읽으며 떠오르는 예전 기억 들 속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물론 처음부터 읽자마자 그 친구가 누군지 바로 기억 해 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적어 놓은 상세한.... 몇 년도쯤 독일의 어느 도시에서 나와 남편을 만났고 우리가 그 무렵 친하게 지내던 지인들 중에 '아하 누구네를 이야기하는구나'라고 연상케 하는 내용 들은..

자그마치 25년이나 지난날들의 기억 들을 기에 충분했다.



25년.... 그때 태어난 갓난아기가 청년이 되어 있을 세월이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어 세계 어디에 살든 실시간으로 한국소식을 접할 수 있고, SNS가 널리 이용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몇 사람만 건너 친구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사노라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그게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다.


거기다가 우리는 독일에서 살면서 세 개의 주 세 곳의 도시로 옮겨 다니며 살았던 탓? 에 주소도 전화번호도 자주 바뀌어 연락되던 분들과도 계속 이어 지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이렇게 브런치를 보고 비록 넷상이지만 25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만나게 되니 고맙고 반가웠다.




그 친구 덕분에 우리 아들만 하던 나의 20대를 다시 만나게 된 며칠이다.


추억은 참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다. 책장 구석에 꽂혀 있던 책을 꺼내어 손에 든 순간 제목도 가물가물 하던 그 책의 내용이 하나 두울  떠오르는 것처럼...

마치 어제 일 인양 그때 그 시절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음식들... 분위기... 그런 소소한 장면들이 두둥 하고 떠오른다.

내게도 그 친구 에게도 있던 우리의 20대...

서로의 시간을 공유한 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우리가 언젠가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어쩌면 그 친구는 내게 "어머나, 언니 그동안 세월 정통으로 맞으셨네요"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추억하는 그 시간 속 우리는 언제나 서로의 물들지 않은 20대.. 그때 그 모습뿐 일 것이다.

마음 한켠에 가벼이 나뭇잎을 흔드는 가을 바람 한 자락이 살포시 얹힌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에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