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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ug 23. 2020

#25.독일 병원의 왕진과 코로나 상황


코로나 시대의 왕진


남편이 독일에서 가정의 병원을 개원하고 그 일을 도우면서부터 내가 가장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독일에 왕진이라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었다.

(어쩌다 독일 병원 매니저 자세한 병원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왕진이라 함은 거동이 불편 한  환자 들을 의사와 의료진이 직접 방문해서 진료를 하는 을 말한다. 그동안 종합병원에서 근무했던 남편은 외래환자들을 진료하는 것과 입원 병동 회진은 돌았어도 환자를 왕진하러 직접 집으로 간 적은 없었기 때문에 사실 남편에게도 왕진은 낯선 것 중에 하나였다.


독일의 의료 시스템은 가정의를 중심으로 주치의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합병원 의사들은 왕진을 하지 않지만, 가정의 들은 그 병원의 환자들 중에 병이 위중해져서 또는 사고로 거동이 어려워질 경우 병원으로 진료를 올 수 없는 환자들을 집으로 또는 양로원으로 왕진을 가야 한다.


개원하고 처음 일 년 동안은 일주일에 삼일 이상 어느 때는 거의 매일 왕진을 다녔다. 그러다가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최소한의 왕진 만 하고 있다.

왕진받아야 하는 환자들 이야말로 코로나 감염 위험군을 두루 갖추고 계신 고령의 당뇨, 폐질환, 심혈관계 질환 등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계신 환자 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꼭 왕진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남편은 마스크뿐만 아니라 바로 바꿔 입을 수 있는 짧은 가운을 입고 또는 그위에 얇은 방호복까지 착용한 체 왕진을 간다.

한여름에 사우나가 따로 없지만 고위험군 환자들의 감염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

그리고 평상시에 나는 환자 기록 차트 들고 함께 왕진을 따라가서 환자 혈압 재고 차트 기록하고 남편이 채혈하거나 주사하는 등의 일을 할 때 옆에서 보조해 주는 일을 했었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인 요즘은 왕진 환자들이 외부인 특히나 병원에서 매일 환자들을 만나는 의료진을 한 명이라도 적게 대면해야 혹시 모를 감염위험 을 줄일 수 있기에 나는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다.

그리고 남편의 이동용 초음파 등의 의료 장비 들을 소독 해서 교체해 주고 채혈된 혈액 등을 담고 검사서를 작성하는 등 다음 왕진을 위한 준비를 한다.

이 더운 날 의료진이 이렇게 신경을 쓰고 조심하건만 개념을 달나라로 휴가 보내신 보호자 들을 만날 때면 속 터지고 답답하기가 이를 때 없다.

이번 주에 있었던 일이다.


*사진 출처 DV live TV 8월 22일 토요일 오늘자 코로나 뉴스 기사,
 다시 확산 중인
독일 코로나 19 상황


우리 병원 환자들 중에서 부부가 나란히 왕진 환자에 속한 가정이 몇 집 된다.

그중에서도 V 패밀리네는 두 분이 모두 80대에 당뇨 합병증, 신장, 폐질환, 심장 등등 부부가 가지고 있는 질환을 합치면 종합병원 하나 나오게 생긴 집이 있다.

그분들은 워낙 가지고 계신 질환도 다양한 데다가 환자들의 상태가 좋지 못해서 수시로 종합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던 분들이다.


그런데...

그분들의 보호자인 딸내미가 병원에 와서는 급히 왕진을 와줄 것을 부탁했다.

이유인즉슨, 다음 주에 자기가 휴가를 가야 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몇 주 요양원에 모셔 두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 검사를 왕진 와서 해달라는 이야기였다.

다른 때 같으면 그래, 환자를 간병하고 있는 보호자 도 쉬어야 하고 일도 해야 하고 휴가 등 개인 생활 또한 중요 하지라고 이야기하겠으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지 않은가?


요즘 한국도 코로나가 전국 적으로 재 확산되고 있어 힘들고 불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독일도 다시 늘고 있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심상치가 않다. 8월 22일 토요일 아침자 RKI(한국의 질본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의 로버트 코흐 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하루 사이에 독일 전역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자그마치 2034명이 나왔다. 이여름을 참지 못하고 이나라 저나라로 휴가를 다녀오신 분들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 확진자가 확산되고 있고 위험지역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아무리 독일 땅덩어리가 한국에 비해 넓다 해도 이런 빠른 확산 세는 걱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독일도 여름휴가 이후에 급증하고 있는 코로나 확산 세와 그로 인해 학교 다닌지 이제 며칠 안된 학생과 교사들이 줄줄이 코로나 양성이 나와서 다시 휴교에 들어간 학교 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 코로나 관련 뉴스들이 매일 쏟아지고 있는데도 뉴스도 안 보고 사는지 이 상황에도 기저질환의 고위험군 환자들을 요양원으로 보내고 휴가를 가야겠다는 보호자를 보며 어이가 없었다.


물론, 그 휴가를 예전에 예약해둔 것이라던가 기타 등등의 취소 못할 개인 사정이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코로나 19가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지구촌 구석구석을 뒤덮고 팬데믹이 되었는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약국에서 마스크 FFP2 ,KF95  에 준하는 마스크 한장에 11유로 95 한화로 약 만오천원 판매  하는데 그마저도 싸게 나온것임,방역수칙과 당부 포스터

올가을이 코로나 고비가
될지 모른다.


동네 약국에도 올봄부터 붙여 놓은 "집에 좀 있자, 해피버스데이 노래 두 번 부를 동안 손을 씻자, 비쥬나 끌어안는 대신 자주 웃자, 사재기하지 말자" 등의 코로나 방역수칙과 아무 생각 없이 싸다니는 젊은이 들 에게 코로나를 할머니에게 가져가지 말고 제발 집에 좀 있어 달라는 당부의 포스터들이 아직도 붙어 있다. 그리고 이제는 독일의 대중교통과 공공건물 안에 들어갈 때 마스크 없이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럼에도 여기저기 휴가를 다녀온 사람들이 퍼다 나르고 있는 코로나의 재확산 세는 거세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올 가을 독감과 코로나가 동시 다발로 유행하며 카오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소리들이 현실이 될 판이다. 그렇게 되어 다시 락다운이 되면 버틸 수 있는 자영업자들이 많지 않고 경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걱정의 소리들 또한 말이다.


얼마 전, 독일 티브이 뉴스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에게 올 가을 코로나 재확산과 유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것이 있었다.

인터뷰 한 사람들 중에 사람들이 저렇게 휴가 다녀오고 휴가지에서 마스크도 없이 방역수칙 안 지키고 했으니 당연히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고 답하는 것을 보았다.


코로나의 재확산은 이미 시작되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 병원만 해도 매일 진료 시간에 여러 건의 문의 전화를 받는다.

코로나 확진자와 직간접으로 접촉이 있었던 사람들 에게 서다.

어떤 엄마는 딸의 친구 아버지가 코로나 양성으로 확진되었다. 그 딸의 친구는 아직 양성 확진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하니 그 친구와 만났던 딸과 본인이 코로나 검사를 같이 받고 싶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본인의 직장 동료의 가족이 확진되었다 그래서 검사를 받고 싶다 등등 이제는 직접 확진자와 접촉을 하지 않았어도 한 다리 건너 사람만 확진 이어도 미리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주변에 코로나 확진세가 급증 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인 셈이다.

이제는 다시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방역수칙을 제대로 준수하고 차분히 하나하나 준비를 해 나가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우리 병원은 소독약부터 마스크 등 가을 방역에 필요한 의료용품 들을 미리 챙겨 두었다.

그리고 오늘 한국에서 막내 도련님이 보내 주신 한국 KF99 마스크가 집에 잘 도착했다.

독일에서는 지금 구하기 어려운 귀한 마스크다.(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지만 약국에서 필터 달린 KF95에 준한 FFP2마스크만 들어와도 광고를 한다.)

독일 의료보험 공단 KV에서 의료진 들을 위해 나누어준 중국산 FFP2 마스크는 KF95에 준하는 마스크 인 데다가 유럽 사람들 코와 얼굴에 맞춰서 만들었는지 우리가 사용하다 보면 코 있는 곳을 눌러써도 사이가 뜬다.

그러니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는 남편은 좀 더 확실한 KF99 마스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다시 매일 긴장의 연속이고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이 긴 시간 들을 모두가 지치지 않고 무사히 잘 넘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오늘 한국에서 도착한 KF99 마스크, 우리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독일 의료공단에서 지급한 FFP2 마스크,KF95에 해당,코 있는 부분의 사이가 떠서 안경으로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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