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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31. 2020

#24.마스크를 썼는데도 꽃 향기가 나네.

슬기로운 집 캉스 2.


독일의 꽃, 나무 상가 가르텐 센터


더운 여름 우리는 지금 휴가 중이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여름휴가를 집에서 보내기로 한 우리는 매일 우리만의 슬기로운 집 캉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아침을 일찍 먹은 남편이 오늘은 꽃과 나무 그리고 정원 용품들을 파는 정원에 관해 거의 없는 것이 없는 Garten Center 가르텐 센타로 가자고 했다.

그곳은 어여쁜 꽃들을 종류대로 만나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더욱이 건물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 마치 식물원 온 느낌마저 들어 평소 좋아하던 곳이다.


사실, 시들 시들한 것도 금방 살려 내는 그린핑거인 우리 친정 엄마 와는 다르게 잊어버리고 있다 물 한 번씩 줘도 끄덕 없이 잘 산다는 선인장도 보내 버리는 블랙 핑거인 나는 정원을 예쁘게 가꾸는 재주는 없다.

그래도 해마다 꽃도 심고 감자, 상추, 토마토, 깻잎 등의 채소 농사도 지어 정원이 삭막한 적은 없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우리 집 정원이 휑하다 못해 썰렁하다. 작년에 심어 두었다고 쓰고 묻어 버렸다고 읽는 튤립이 피고 지고 나니 정원은 그냥 저 푸른 초원 위에 짜짜라 짜라 짜짜 다.

그럼에도 가르텐 센터까지는 가볼 생각 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거긴 날씨 좋으면 천장에 창문을 모두 열어 놓고 있어서 거의 야외에 있는 것과 매한가지이니 마스크 쓰고 가면 괜찮을 듯싶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가면 만나지는 정원 센터로 오래간만에 신나게 달려왔다.

마스크 쓰고 센터 안으로 들어오니 입구에서부터 생활 방역이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보통 서로 간의 거리 1.5미터 또는 2미터 간격을 유지해 달라고 되어 있는 곳이 대부분인데 여긴 3미터를 유지해 달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카트를 소독하는 소독제와 손 소독하는 센서가 입구에 각기 따로 비치되어 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다가
꽃구경하실까요?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꽃들로 한가득 이여서 아우 예뻐라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꽃도 참 취향을 탄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꽃잎이 아기자기하고 조롱조롱 한 남편 표현을 빌리자면 돈 써도 표 안나는 위에 사진들 같은 꽃들이 다분히 내 취향이다.

그런데 남편은 주먹만 한 꽃송이들.. 멀리서 보아도 눈에 확 띄고 잘 보이는 대따 큰 꽃 들을 좋아한다.

바로 밑에 사진들 같은....

서로 다른 취향의 꽃들을 보며 각각 다른 꽃들을 예쁘다고 카트에 담다가 의견 일치가 되어 함께 골라 담는 지점이 있다. 그곳은 접선 장소 가 아닌 바로 대박 세일 코너.....


접시 만한 독일 코스모스와 딱 남편의 취향인 어른 주먹 보다 큰 다알리아 종류의 노란 꽃


남편은 구석진 곳에 따로 놓여 있어도 세일 한 가격에 다시 세일이 되는 대박 세일 코너를 빨리 발견하는 촉이 장착되어 있나 보다.

어찌나 빨리 찾아내시는지...

먼저 골라 둔 꽃들도 과감히 다시 꺼내 놓고 좋아라 하기에 충분한 활짝 핀 작은 장미 화분 들은 그 고운 자태에 2유로 한화로 하자면 약 3천 원 정도 한다.

예쁘게 핀 장미들 색깔 별로 골라 담고...

넓디넓은 정원센터 안을 끝없이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꽃 들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한 귀퉁이 돌아서며....

떠오른 추억 하나
마주 하며...


몇 년 전 여름에 친정 엄니와 시엄니 두 분이 함께 독일 우리 집으로 놀러를 오셨다.

그때도 두 엄니 모시고 이곳에 왔었는데 두 분 모두 꽃 들 보며 장난감 가게에 온 아이들 마냥 좋아하셨다.

재미있는 것은...

두 엄니도 우리처럼 꽃을 고르는 취향이 다르더라는 것이다.

그것도 친정 엄니는 남편과 비슷하게 굵직굵직하고 또렷하고 화려한 꽃들을 그리고 시엄니는 내가 좋아라 하는 꽃들처럼 야리야리하고 새초롬하게 생긴 꽃들을 고르셨다.

마치 서양화와 동양화의(광박에 삼팔광땡 그 동양화 아님) 차이 같다고나 할까?


사람이 살다 보면 그때 그러길 정말 다행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만약 그때 두 분이 그 여행을 언젠가로 미루었다면 오늘 떠올리며 미소 짓게 하는 소소한 추억들은 만날 수 없었을 테고 코로나 또는 어떤 이유로 언젠가는 그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그 여름에 두 할매가 함께 다녀 가실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꽃과 식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

신기한 것은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다니는데도 꽃 향기가 솔솔 풍겨 온다는 거다.


식물원처럼 온통 유리로 되어 있어도 천장이 열려 있어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꽃과 식물들에게 직사광선을 피하게 해 주느라 가림막이 되어 있어 습하지도 뜨겁지도 않게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도 온도 조절이 되고 있다.

평일 아침이라 사람들도 몇 안되고 꽃에 물 주고 화분을 갈아주고 하는 직원들만 종종 오갈 뿐이었다.


우리는 카트 안에 꽃 들을 골라 담으며 조용한 수목원을 거닐듯, 화원을 거닐듯 이름 모를 섬을 거닐듯....

꽃 향기 가득한 곳에서 또 하루의 휴가를 그렇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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