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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29. 2020

#23.코로나 시대 독일 이케아 구경 하기

슬기로운 집 캉스 1.

독일은 본격 적인 여름휴가 철.


지금 독일은 바야흐로 여름휴가 철이다. 언제나처럼 아이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고 휴가를 내고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 병원도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휴가 전 일주일은 처방전, 소견서 등 휴가 기간 동안 환자들이 필요한 서류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그 서류 들을 찾으러 온 환자들 또는 보호자 들은 하나같이 내게 묻고는 했다."휴가 어디로 떠나요?" 그러면 나는 한결같은 대답을 내어 놓았다." 집콕할 거예요. 집에도 그동안 미뤄 둔 일들이 많아할 일이 쌨답니다"라고.


그렇게,..

매일 코로나 와의 전쟁 같던 진료 시간들을 뒤로하고 집에서 휴가를 보낸 지 사흘이 지났다.

일명 집콕, 집 캉스, 홈캉스 무엇으로 불리든 집에서 보내는 휴가는 그 언제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라디오 또는 티브이 뉴스를 일부러 켜지 않는 다면... 그래서 가을에 다시 올 코로나 2차 유행이 어쩌고 백신 개발이 저쩌고 하는 내용 들이 들려오지 않는다면 코로나 이전과 우리의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느껴 지기 때문이다.


집안에 앉아서 청소를 한다거나 볕 좋을 때 베란다에 빨래를 해서 난다거나,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한다거나 하며 들쑥날쑥 한 날씨에 구시렁거리고 사용한 컵 이나 접시 식탁 위에 고스란히 올려 두고 안 치웠다며 또는 벗은 빨래 빨래통 까지 가져다 놓기가 그리 어려우냐 고 아이들 에게(남편 포함) 잔소리하는 변함없는 이 작은 일상의 모습 들은 코로나라는 역병이 만들어낸 상황을 잠시 잊게 만든다.


그러다, 떨어진 식료품을 사기 위해 마트를 간다거나 무언가를 사기 위해 상점에 들르게 되면

"아!, 그렇지, 우리 아직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지 "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코로나 이후 처음 찾은 이케아


휴가를 집에서 보내니 그동안 보여도 안 보이는 척 슬그머니 미뤄 두었던 집안일 들을 하나 둘 꺼내서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문득 자잘한 것들이 필요해졌다.

가령, 옷장을 정리하다가 그전에 서랍에 고이 모셔 두어 안 보여서 못 입었던 가벼운 티셔츠 나 와이셔츠 등을 걸어 놓을 옷걸이가 필요해졌다. 

또, 부엌 찬장과 서랍들을 정리하며 그릇들과 양념 통 등을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며 정리를 했다. 이래 저래 깨 먹어서 몇 개 남지 않은 유리컵 들과 봉지째 쓰다가 묶어 두었던 곡식 등을 종류별로 정리해서 따로 담아둘 작은 통들이 필요해졌다. 언제나 집 정리가 안 되는 것은 필요한 뭔가가 없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며 말이다.


이전에는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이 필요할 때마다 정리를 핑계 삼아 기분전환도 할 겸 동네 이케아로 쪼르르 놀러를 가고는 했었다.

어느 날, 코로나로 락다운이 되고 그 이후에도 병원일 끝나면 퇴근해서 시간이 남아도 사람들이 많이 모일 만한 곳은 마트 외에는 일체 가지 않았다.

이케아는 그렇게 핑계 김에 놀러 온 사람들로 늘 북적이던 곳 중에 한 곳이기 때문이다.


독일 사람들 에게 이케아 하면 좋은 가구들은 아니지만 가격 착하고 제법 쓸만한 자질구레한 소품들과 주방 용품들 사기에 좋은 한마디로 만만한 대형 가구점으로 통한다.

어떤 이는 이케아 가구가 한번 조립해서 쓰다 다시 조립하면 쓸만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일회용 가구라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가격 대비 괜찮고 독창적인 것들이 많아 취향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게 이케아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고 가구 외에 소소한 소품들이 많다 보니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우스갯소리로 이케아 가서 "이거 사자, 저거 사지 말자"로  부부싸움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다.



그런 이케아가 요사이 코로나로 어떻게 달라져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자잘한 것이 필요했으며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를 함께 보며 베프처럼 지내고 있는 딸내미 방에 필요한 것도 있어 우리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이케아로 향했다.


요즘은 독일에서 상점이나 공공 기관 등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면 어느 곳이나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니 각자 마스크를 챙기고 손소독제 담고 출발했다.


이케아 앞에는 공항에서 짐 보낼 때처럼 사람들이 많을 때 줄을 서서 기다릴 수 있는 길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아마도 주말 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는 그렇게 길게 구불구불 늘어선 줄의 모습이 Schlange뱀을 닮아 있다 해서 긴 줄을 뱀이라 부른다.

우리는 평일 아침 일찍 이여서 그런 뱀 뱀 이 같은  줄 서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


이케아 안으로 들어 서니...

이전에는 부모들이 맘 놓고 쇼핑하라고 아이들을 돌보아 주던 실내 놀이터는 문을 닫았고 입구에서 아이들 이름과 부모의 연락처를 받아 적던 상냥한 이모들 대신에 이케아 옷을 입은 건장한? 직원 아저씨가 세계적으로 성경보다 더 많이 배포되었다는 이케아 물품 광고 책자를 나누어 주고 계셨다.

그런데 우리 앞에 어느 할머니 한분이 마스크를 쓰고 오지 않으셔서 아저씨에게 딱 걸렸다.


답답한 마스크를 쓰기 싫으셨던 할머니는 마스크 안 가져왔다며 은근슬쩍 이케아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아저씨가 "그럼 이것 쓰시면 돼요!" 하고 일회용 마스크를 잽싸게 할머니에게 드리니 속내를 들킨 할머니 난감해하며 꼭 마스크를 써야 하느냐 되묻고 있었다.

아저씨는 자주 겪는 일인지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 할머니와 다른 사람을 위해 쓰셔야 됩니다 어서요" 하며 님아 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저 계단을 오르지 마오 하는 포스로 마스크를 들이 대고 계셨다.



코로나로 달라진 이케아 구석구석


나는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흘끔거렸다.

코로나라는 역병이 세계적으로 돌며 이제는 독일 사람들도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고

있는 이 마당에 아직도 저런 사람이 있구나 싶어 어이없기도 하고 여름인데 할머니가 마스크 쓰는 것이 오죽이 답답하면 저럴까 싶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과 종종 실랑이를 해야 하는 직원들은 또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해서 말이다.

어이구 이놈의 코로나....


어찌 되었든....

이케아 매장 안으로 들어오니 가구들로 꾸며져 있는 방들은 이전 모습 그대로인데...

바닥마다 서로의 간격 1.5 미터 간격을 유지해 달라는 노란색 표지판이 마치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이 집 찾아갈 때 흘리던 하얀 빵조각 들처럼 군데군데 떨구어져 길을 표시하고 있었다.


남편이 찜한 서재, 우리 집 서재도 이케아에서 장만한 책 고지를 사용했건만.. 같은 가구 다른 느낌..ㅎㅎㅎ
내가 맘에 든다고 찜한 부엌  남편이 한 20년쯤 후에 해준다는데 그때 내가 칼질할 힘이 있으려면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

그런데 어느 공간은 넓어서 2미터 이상의 간격 유지가 되었고 또 어느 공간은 가구 살펴보다가

마스크 쓴 옆사람이 쓰윽 스쳐지나 가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눈만 내어 놓고 마스크 쓴 사람들이 길 따라 줄줄이 지나다니는 모습은 조금 괘기스런기분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 딸내미와 함께 보았던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후유증이 체 가시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다.



이케아 안에는 이렇게 곳곳에 직원들이 상담을 해주는 안내 부스들이 놓여 있고

각자 자기가 고른 부엌이나 가구들이 집의 규모와 구조에 맞아 떨어지는지 미리 시뮬레이션하듯 계획을 맞추어 볼 수 있는 컴퓨터들이 피시방처럼 놓여 있다.

코로나로 인해 지금은 그 컴퓨터 책상 별로 그리고 안내 부스도 모두 방탄유리?ㅋㅋ 같아 보이는 투명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다.

마치 우리가 예전에 다니던 독서실처럼....


우리식으로 2층에 있던 레스토랑은 코로나로 당분간 문을 닫았다.

커피도 싸고 리필이 가능하며 크루아상도 맛나서 가끔 아침을 먹기도 했던 곳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올 때면 이케아 특별 메뉴 미트볼과 감자 퓌레를 맛나게 먹고는 했었는데..

지금은 그 복도에 쿠션, 장바구니, 피크닉용 컵 등 자잘한 소품들을 전시해 두었다.

뭐 건질 것 없나 한 바퀴 도는데 레스토랑 안쪽 주방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려왔다.

아하, 그렇지 손님들을 위한 요리는 당분간 할 수 없겠지만 직원들을 위한 식사 준비는 해야 할 테니 주방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은 셈이다.


원하는 가구의 번호를 제대로 적어 와야 찾을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이케아 탐방으로
휴가 하루를 보냈다.


우리는 딸내미 방에 필요한 하얀 옷걸이 들과 체리색 감도는 유리컵들 핑키 펑키한 냅킨 꽂이 등 소소한 소품들을 챙겨 들고 중간중간에 맘에 드는 가구와 방의 인테리어를 눈빛으로 찜해둔 체

무인 코너 셀프 계산대에서 계산을 했다.

무인 코너는 한 명의 직원이 옆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셀프로 한다.

그래서 10개 미만을 구매할 경우 물품에 붙어 있는 바코드 찍고 카드로 계산하는 이 셀프 계산대가 줄 서지 않아도 돼서 훨씬 빠르고 편리하다.


계산하고 나오니 이케아의 대표 메뉴 핫도그 판매대에 사람들이 줄 선 것이 보였다.

레스토랑도 문을 닫아서 당연히 여기도 닫혔을 줄 알았는데 핫도그는 포장해서 togo 하고 있었다.

괜히 반가운 마음에 "오늘 점심은 이케아 핫도그!" 를 외치며 포장해 왔다.

집으로 오는 길은 독일 면허를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 딸내미가 운전했다.

독일 운전면허 시스템은 면허 따자 마자 운전할 수 있도록 철저히 되어 있어서 초보운전 안 붙여도 쫄지 않고 침착하게 잘한다. (딸내미의 독일 운전면허 이야기는 다른 글로 만나 뵐게요^^)


뒷좌석에서 품고 온 덕분인지 아직 따뜻한 소시지 두 개 들어간 핫도그 세트는 일회용 케첩과 겨자 작은 통에 담긴 마른 양파가 전부였지만 집에 있던 피클오이 썰어 넣고 병 째 싸준 음료수 따서 마시며 이전에 먹던 이케아 핫도그 맛 그대로 먹었다.

그렇게 이케아 탐방으로 우리의 금쪽같은 여름휴가 중 하루를 보내며 이렇게 라도 작은 일상의 한 조각을 다시 찾은 것 같아 왠지 뿌듯해졌다.


생각해 보니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우리 딸내미는 지금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을 것이고 큰아들은 어디선가 인턴 한다고 또 다른 곳에 있었을 테고 막내는 친한 친구와 함께 여름방학 캠프에 참여하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을 가족이 함께 모여 이전에 먹던 것을 맛나게 먹으며 사소한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이 시간이 우리에게 는 특별하고도 특별한 가족 휴가인 거다.

언젠가 우린 이시간을 또 그리워 할런지 모른다.


저 끝에 보이는 모니터처럼 생긴 곳이 셀프 계산대. 그리고 앞쪽 애기 아빠 옆에 봉투에 담긴 것이  이케아 핫도그 togo
이전에 핫도그를 받아 다가 피클과 양파 그리고 소스가 무한 리필 되던 식탁과 음료수 코너 들이 코로나로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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