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도시의 주말 스케치
주말인 오늘은 낮 기온 25도에 모처럼 화창한 여름 날씨다. 지난주는 주룩주룩 비 내리는 날도 많았고 18도 19도의 눅눅하고 서늘한 날씨가 지속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랜만에 나온 시내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 라도 온 듯 활기차게 오가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나서 이렇게 시내를 활보? 해 보기는 처음이지 싶다.
락다운이 되었을 때 잠깐씩 시내 주변을 자동차로 이동하며 차 안에서 텅 빈 거리를 보며 묘한 기분이 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또 언제 그런 적이 있었나 싶게 사람들이 시내로 모여든다.
물론 그럼에도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이제는 길 다니면 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쉽게 보게 된다. 그리고 지나다니면서도 의식적으로 서로서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 우체국이나 빵가게, 옷가게, 서점 등의 상점 안으로 들어갈 때면 이제는 누가 지키고 서있지 않아도 안에 이미 들어가 있는 인원이 많아 보이면 밖에서 기다렸다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원래 더디게 흘러가는 독일 사회에서 그래도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생긴 일상의 변화 들을 이들의 평상시 템포보다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테다.
여름 감기와 코로나 19
우리는 시내에 차를 주차해 두고...
우체국에 볼일이 있어 들렀다가 남편의 핸디 커버 가 망가져서 시내에 있는 수리소에 잠깐 들려서
짱짱한 커버 일명 방탄 커버로 갈아 붙이고 오랜만에 노천 가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기 위해 시내 안을 걸었다. 길을 오가며 여기저기서 간간이 콜록 대는 기침 소리와 훌쩍이는 소리를 뒤로 했다.
왜 우리말에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 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독일은 지금 그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가 유행 중이다.
여름 이어도 독일의 날씨와 온도 변화를 감안해 볼 때 사실, 감기 안 걸리는 것이 더 용타 싶을 만큼 일교차가 심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사이 우리 병원에서도 감기 증상으로 온 환자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인지 여름 감기 인지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그래서 환자가 감기 증상으로 올 경우 전화로 진료 예약을 받고 남편이 자동차 또는 야외 진료를 병행 한다.그리고 연령대가 젊은 편에 속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일 하는 직업군의 사람들을 남편은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권한다.
보통 고열과 인후통,근육통을 동반 하는 코로나 19의 전형적인 증상에 비해 여름 감기는 콧물이 줄줄 하다가 코가 막히고 코 사이에 염증이 생기거나
그로 인해 기침과 가래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열이 없는 경우가 더 흔하다.
그런데 증상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코로나는 검사를 해 보기 전에는 아무도 정확한 진단을 할 수가 없으니 별도리가 없다.
그야말로 감기 와 역병이 함께 돌고 있는 시기인 것이다.
노천카페와 아이스커피
한참을 걸어 내려간 우리는 시내 중심에 위치한 노천카페에서 예전보다 서로의 간격이 멀찍이 떨어져서 놓인 테이블 중에 가장 끝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여름을 만끽할 아이스커피를 시켰다.
언젠가 글에도 등장한 적이 있는데, 독일의 아이스커피는 얼음이 들어간 우리의 아이스커피와는 달리 커피 안에 아이스크림을 퐁당 담가 둔 것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커피도 마시며 아이스크림도 떠서 먹는다.
여적 쓰고 있던 마스크도 벗고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모금을 마시니 쌉싸름한 달콤함이 사르륵 입안에 퍼진다.
파란 하늘 아래 따사로운 햇살 마주 하며 노천카페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오는 사람 가는 사람 구경하고 앉아 있으려니 짧은 순간이었지만 코로나도 잊고 마치 예전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쇼핑센터 건물 안으로 들어가며 하나 같이 주머니에 넣어둔 또는 턱에 걸고 있던 마스크를 쓰고 들어 가는 사람들...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나오며 쓰고 있던 마스크 체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아 이제 독일도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퍼펙트 모멘트
어느새 우리는 다시 코로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엊그제 우리의 또 다른 동료 가정의 병원이 다녀간 환자 중에서 코로나 19로 확진이 되어 병원 전체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로써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병원 두 곳이 차례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참 여러 가지가 어려운 시기임에는 분명한데 그래도 살기 마련이라고 이런? 생활이 나도 모르게 익숙해졌는지 처음처럼 막연한 불안과 걱정이 세트 메뉴로 밀려들어 오지는 않는다.
단지, 이대로 여름 지나 가을이 오면 환절기 감기와 코로나 19,2차 유행이 맞물려 더 어려운 시기가 올터인데 그를 위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하게 될 뿐이다.
독일에서도 이번 가을을 기점으로 해서 코로나 19 2차 대유행과 환절기 감기가 함께 올 것이 기정사실인 것 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나 의료인들 대분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듯 하다. 왜냐하면, 아직 코로나 19가 끝이 나지도 않았고,거기다가 예전에 보다는 적어졌다 하지만 그럼 에도 독일 내에 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 등으로 휴가를 떠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 여기서는 자동차에 마스크를 걸고 다닐 정도로 생활 방역수칙을 지키며 살던 사람들이 휴가지에서는 알코올과 들뜬 마음에 힘입어?
코로나 고 뭐이고 거리 두기고 자시고 간에 파티를 하며 코로나 감염 위험 수위를 알게 모르게 넘기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우려 섞인 뉴스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시원한 커피를 홀짝이고 앉아 있으려니 마스크를 하고 다녀야 하지만 이렇게 나마 시내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어딘가 싶고 이렇게 노천카페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있는 지금 이순간이 더없이 고맙고 소중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살면서 늘 크고 작은 걱정거리는 있었고 힘든 일도 양념 처럼 중간 중간 버무려져 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행복은 통채로의 무언가가 아닌 이런 작고 소소한 순간 들 한조각 한조각 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노천 카페에 앉아 여름 날씨를 누리며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퍼펙트 모멘트라 부르고 싶다.여러분의 하루중에도 이 퍼펙트 모멘트가 깃들기를 바라본다.
P.S: 모든 님들의 건강과 평온한 시간을 바라며 마음으로 나마 시원한 독일식 아이스커피를 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