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의료용품!
몇 주 전의 일이다. 드디어 독일의 의료보험 공단인 KV에서 개인병원들에게 의료 용품을 지급해 주었다. 독일 정부에서 의료진들에게 최선을 다해 필요한 의료용품을 빨리 지급하겠노라 공표 한지 한 달 반 만이었다. 코로나 환자들이 입원한 병원 들과 선별 검사소 등을 우선순위로 하다 보니 개인병원 들 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더 걸린 듯싶다.
그럼에도 선물 받는 아이처럼 기쁜 마음으로 택배로 받은 상자를 열어 보니 그 안에는 의료용 마스크, 일회용 장갑, 소독제, 방호복, 등이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사실 내용물의 상태를 보자면 우리가 사용하고 있던 마스크 보다도 훨씬 형편없는 재질의 의료용 마스크는 필터 조차 달려 있지 않은 밀착 마스크라 숨쉬기가 힘들었고 일회용 장갑은 썼다 벗으면 가루가 묻어 나와 손가락이 하얗게 되고는 했다. 마치 실내 암벽등반할 때 손에 묻히는 초크처럼 또는 밀가루 반죽하다 온 것처럼...
그리고 방호복이라고 얇디얇은 비닐 천으로 만든 것은 어찌 보면 커다란 쓰레기봉투 몇 개를 이어 붙여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도록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고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 검사를 하라니? 미친것 아님? 양심도 없어!"라며 투덜 대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선별 진료소도 아닌 개인병원에서 무슨 코로나 검사? 그렇다 독일에서는 선별 검사소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의 병원에서도 코로나 검사를 한다. 그리고 선별 검사소를 가려면 우선 본인의 가정의 병원에 가서 의사 상담 후에 의사소견서를 받아 가지고 가야 한다.
선별 진료소 일의 절반은 우리가 한다.
요즘, 독일도 여기저기서 집단감염 사례들이 줄지어 일어나고 있다 그렇게 예외 적인 경우를 제외한 개인의 코로나 검사들은 독일에서는 먼저 가정의 병원을 들렀다 가도록 되어 있다.
어느 날 인가 친정 엄마와 의 통화에서도 엄마가 이해가 안 된다고 이야기하신 것 중에 하나가 한국은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면 선별 진료소로 바로 가면 되는데 왜 독일은 굳이 가정의 병원을 들렸다 가느냐는 것이었다. 거쳐가는 과정 중에 의료진과 다른 환자들의 감염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독일에서 그렇게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지난 시간 독일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외신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예를 들어, 독일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발 빠른 대처를 했고 의료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음압시설이 되어 있는 중환자실 도 충분히 확보가 되어 있고 사망률도 높지 않았고 등등 말이다.
뭐, 맞는 이야기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그중에 의료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가령, 그 충분한 중환자실을 확보하기 위해 급하지 않은 수술들이 대거 미루어졌다는 것, 또 코로나 환자 병실 들을 확보 하기 위해 초기 에는 모든 확진자들을 입원 격리시켰던 한국 과는 다르게 초기부터 지금 까지 호흡곤란 등의 중증 증상을 동반한 환자들만 입원시키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가격리했다는 것, 그리고 한국으로 하자면 선별 진료소 지만 내용은 선별 검사소 인 곳에 가기 전에 수많은 가정의 병원에서 진료를 통해 환자의 검사가 꼭 필요한지 한 번 더 걸러?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선별 검사소에서 일할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하고 초반 에는 진단 키트 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가정의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직접 하기를 강추하고 있다.
그래서 미끼를 던져 주듯 가정의 병원으로 보호복이라고 쓰고 비닐 봉지라고 읽는 의료용품 들을 나누어 주지 않았겠느냐고 우리들끼리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환자가 검사 후 확진이 되어 자가 격리 중일 때 케어와 필요한 약 처방들도 모두 가정의 병원에서 맡아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리해서 조금 과장되게 이야기한다면 독일은 선별 진료소와 선별 병원의 일들의 반은 가정의 병원에서 떠맡아해 준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우리 병원 코로나 확진자 1번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다. 계속해서 울려 대는 전화를 받자 상대방은 대뜸 자기는 우리 병원 환자 누구누구인데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부터 물었다 왠지 느낌이 쌔 했다.
요새 독일의 많은 가정의 병원에서는 직접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유는 어차피 선별 검사소 가기 전에 진료를 해야 하고 소견서를 써주어야 하니 하던 끝에 그냥 검사까지 쭈욱 가즈아 하는 이유도 있겠고 너나 할 것 없이 코로나 때문에 병원 환자수가 줄어서 그 위험을 감수하고 서라도 환자수를 확보해 보자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검사를 묻는다는 것은 그에 해당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해서 나는 우리 병원에서는 코로나 검사를 직접 하지는 않는데 보건당국 코로나 핫라인이나 선별 검사소로 전화해 보았느냐 차분히 물었다.그랬더니 보건당국 핫라인에 전화통화가 되었는데 거기서 당신이 다니는 가정의 병원에 가서 소견서를 받아 오라고 했다는 거다. 그래 익숙하다 보건당국의 이런 패턴,... 그런데,나는 환자와 조금 더 전화 통화로 내용을 이야기하다 보니 쌍욕이 튀어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혹시나 요사이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을 했다거나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는지 를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를 해온 우리 환자의 동생 직장동료가 지난주 코로나 19로 확진이 되었고 그 사람과 함께 일하는 동생도 검사를 받았는데 확진이 되었다는 거다.그런데 전화한 양반이 그 동생이 검사받고 확진되기 며칠 전에 그 집으로 가서 만났다는 거다.
나는 속으로 아니 왜? 굳이? 이 와중에? 동생네로 가? 검사 결과나 나오면 만나러 가지? 그새를 못 참고? 그리고 보건당국 핫라인도 이 정도 사안이면 바로 검사 오라고 해도 되겠구먼 굳이 가정의 병원에 들러서 소견서 받아 가야 해? 하는 말들이 랩처럼 맴돌았으나 오이지 담을 때 눌러 담듯 꾹 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는 전화한 우리 병원 환자가 코로나 의심 증상 즉 열감이 있거나 목이 아프거나 기침이 있거나 호흡이 곤란하거나 등등의 증상이 있는지를 물었다.
증상은 아무것도 없다 했다. 그러나 이런 경우 혹시나 하는 확률은 굉장히 높아진다. 그래서 대중교통 이용하지 말고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서 병원 앞으로 오기를 부탁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병원 앞에서 다른 환자들과 마주치는 일이 생길까 싶어 병원 도착하면 자동차에서 내리지 말고 병원으로 전화를 하고 의료진인 우리가 나갈 때까지 자동차 창문도 내리지 말고 기다려 주기를 부탁했다.
우리는 다른 일을 처리하면 서도 그 환자에게 전화가 걸려 올 때까지 신경을 곤두 세우며 기다렸다.
마침내 도착했다는 환자의 전화가 걸려 왔고 그 환자는 고맙게도 우리가 부탁한 주의 사항들을 충실히 지켜 주었다. 전화 진료를 통해 미리 소견서를 작성한 남편은 그럼 에도 짧게 라도 대면 진료를 해야 해서 소견서 들고 방호복 입고 완전무장? 한 체 환자를 만나러 나갔다.
받은 지 얼마 안 된 방호복을 이렇게 빨리 쓰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바람에 나부 끼는 남편의 입었다기보다는 덧씌웠다는 표현이 맞을 방호복의 모양새가 마치 폭우 속에 찢어진 비닐우산 하나 달랑쓰고 나가는 것 같아 보여 마음이 짠해왔다.그러나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감염되지 않기를 바랄 뿐 다른 방법은 없었다.
병원 길 건너 에 차를 주차한 환자와 반대 방향의 창문 쪽에 서서 그쪽 창문을 열어 줄 것을 부탁 한 남편은 한국에서 막내동생 에게 소포로 받은 99프로짜리 한국 마스크와 건축 재료상에서 미리 구입했던 공사 현장용 고글을 쓴 채 의료보험 공단에서 때마침 보내준 보호복과 일회용 장갑을 의지해 환자를 만났다.
남편은 그렇게 마스크 쓴 환자와 자동차 창문 사이로 대면 진료를 끝내고 소견서를 건넸다.
그런데 소견서를 건네 받은 환자는 자기는 아직 검사도 받기 전이고 증상도 없으니 짧게 빨리 마트 좀 다녀오면 안 되겠느냐 물어서 남편을 기함하게 했다.
남편은 당신이 지금 마트 가면 혹시라도 원치 않게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키게 될지도 모르니 절대로 그래서는 안된다고 단호히 이야기하고 바로 검사소로 가 줄 것을 부탁했다.
멀리서 보기에는 그럴듯한 의료현장처럼 보였지만 내용은 부들부들 떨며 아슬아슬하게 진행된 영화에 나오는 비밀요원들 접선?같은 진료였다.
그 환자가 우리 병원 코로나 확진자 1번이 되었다.
그 후에도 많은 환자들이 코로나 선별 검사소로 향했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언제 2번 3번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감기인지 코로나 인지 헛갈리는 환자들을 만나야 한다는 것은 극도로 신경 쓰이고 조마조마한 일이다.
예전에...우리 어린시절에..
한국에서는 학교 소풍을 가면 자주 하던 놀이가 있었다 이름하여 수건 돌리기.
그 놀이는 모든 아이들이 눈을 감고 동그랗게 둘러 않아 함께 손뼉 치며 노래를 부를 때 술래는 열심히 뛰어서 누군가의 뒤쪽에 최대한 표 안 나게 수건을 떨구어 둔다. 그리고는 그 수건을 받은 아이가 눈치를 채고 확인한 후 벌떡 일어나 수건 들고 뛰어서는 따라잡지 못하게 눈치껏 반대방향으로 뛰어 자리가 빈 곳에 잽싸게 앉으면 술래가 바뀐다.
그런데 그 단순하면서도 쉬워 보이는 놀이는 중간에 술래가 따라 잡혀서 술래가 바뀌지 않기도 하고 목표한 아이가 자기 뒤에 수건이 떨어진 지도 모륻고 계속 앉아 있는 바람에 목표물?이 몇 번이나 바뀌어 수건이 다른 쪽으로 옮겨 다니 기도 한다.그로인해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엉덩이로 이름 쓰기 라던가 그 당시 유행하던 노래 부르며 춤추기 따위의 벌칙을 부여 받기도 했다.
노래하며 손뼉 치고 있는 동안 수건이 혹시나 내 뒤에 떨어 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마조마 하던 그때처럼.... 이렇게 돌다가는 언젠가는 내 뒤에도 수건이 떡하니 놓여 있진 않을까? 하던 그때처럼... 누군가는 술래로 시작을 했던 그때처럼... 언제 끝날지 알수 없는 지금의 코로나 상황은 계속 돌고 돌아 길고 아슬아슬 하던 수건 돌리기를 닮았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그게 언제 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도 말이다.
내일 아니면 모레 그도 아니면 그 언젠가 어쩌면 우리 뒤에 수건이 뚝하고 떨어질지 모른다.아니면 끝날때 까지 용케 한번도 걸리지 않던 짝궁 처럼 버틸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래도 만약을 위해 여차 하면최대한 빨리 뛰어 술래를 따라 잡을 수 있도록 신발끈 다시 한번 고쳐 매고 앉아 마음을 가라앉힌다.
바스락 할 때 바로 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