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벌써 6월이지만 독일의 이른 아침은 아직 선선하다.
주말 이건만 우리 집 남정네 들은 아침 일찍부터 바지런을 떤다,
왜냐하면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미용실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으찌나 동네 미용실 예약하기가 어렵고 오래 걸리는지....
우리 집 두 남자 머리가 김병만 아저씨 따라 정글의 법칙 찍으러 간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 상태였다.
독일에서 미용실을 가려면 보통 때에도 바로 가서 라는 것은 거의 없다 언제나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 시대 오랜 시간 문을 닫았었고 이제 많은 것이 달라져 있어 예약마저도 오래 기다려야 한다.
몇 주 전에 아침 8시 30분 남편, 10시 에 아들, 이렇게 간신히 예약 시간을 받을 수 있었다.
가족이어도 당연히 각자 예약받은 시간에 가야 하며 우리 아들이 만 12세가 되었는지 보호자 없이 혼자 올 수 있는지도 확인을 했다.
남편은 예약 시간 아침 8시 30분에 맞추어? 15분 전에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동네 미용실로 향했다.
원래 우리 동네 미용실은 할머니, 아주머니 아이들이 많이 오는 편이어서 시끌 시끌 한편이고 커피나 마실 것도 내어 주며 정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한국 동네 미용실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남편은 이런 분위기보다는 별 말없이 조용하게 후딱 하니 척척 잘라 주고 끝났어요 하는 곳을 선호한다.
그래서 자주 가던 시내에 있는 미용실은 주로 남자들 머리를 깎는 우리로 하면 예전 이발소 같은 곳이어서 딱 남편이 원하는 분위기에 비용까지 착하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여서 예약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도 최대 3명으로 제한하고 있고 서로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해서 가급적 대화도 없으며 마실 것을 내어 준다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왠지 혼자 미용실을 가려니 뻘쭘한 모양이다.
언제나 시간 전에 가서 기다리는 것을 편안해하는 남편은 예약 시간 10분 전에 미용실에 도착했다. 안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동네 미용실이 뻘쭘 한데 레드카펫 밟으러 갈 때 포토존 앞에서나 봄직한 빨간 바리케이드 줄 너머에 서서 "들어오세요" 하며 열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주말에 8시 30분도 이른 시간이라 첫 손님 일 거라 생각했는데 먼저 와 머리를 하고 있는 손님 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먹는다 에서 부지런한 인간이 머리를 먼저 깎는다로 바뀌어야 할 판이다,
푸하하 글 쓰는 마눌 에게 소재 제공을 위해 기꺼이 이 한 몸 희생했다며 보내온 사진 속 빨간 수건을 감고 앉은 남편은 마치 동화 소공녀에 나오는 인도 아저씨를 연상케 한다.
손 소독을 하고 미용실 안에 들어 간 남편이 제일 처음 하게 된 것은 먼저 머리를 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머리를 감겨 주는 것, 드라이해 주는 것 모두 따로 계산해야 하는 서비스 옵션이다.
그래서 보통은 머리를 자르고 집에 와서 감고는 했었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생긴 새로운 미용실 위생법규에 의해 모든 손님은 머리를 하기 전에 미용실에서 머리부터 감겨 주고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에 따른 추가 요금은 본인 부담이다.
그럼 그전에는 울 남편처럼 머리 감겨주는 서비스 옵션을 구태여 돈 내고 받고 싶지 않은 손님 들은 어떻게 했느냐 하면...
Trockenschnitt라고 해서 머리 감겨주는 것은 생략하고 바로 머리를 자른다. 그럴 때 머리 감겨주는 비용이 빠졌기 때문에 머리 하는 비용이 5유로 정도 싸다. 그렇다고 진짜로 바짝 마른 머리를 그대로 자른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남편 와이셔츠 다릴 때 분무기로 촥촥 뿌려 대듯이 물을 머리에 골고루 뿜어? 대고 대강 적신 후에 자른다. 다 자른 후에는 드라이로 대충 물기만 말려준 후에 스펀지로 얼굴 옆이나 목 뒤에 처럼 머리카락 붙어 있는 곳들을 대충 털어 준다 그리고 원한다면 왁스나 젤 발라주고 스타일링 끝, 나머지는 집에 가서 해결한다.
예쁘게 드라이로 웨이브 넣어 가며 스타일링을 하고 싶다면 추가 요금을 내면 된다.
머리카락 몇 개 안 남도록 짧은 머리를 좋아하는 남편은 한 번도 드라이를 원한적은 없다.
동네마다 미용실마다 차이가 있지만 머리를 감겨 주는데 5유로 에서 10유로가량 더 내야 한다.
남편은 이게 아깝기도 했지만 어차피 머리 자르고 나면 씻어야 하는데 집에서 편히 씻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편치 않은 의자에 누워 머리 감김?을 받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돈도 더 내야 하지만 그마저도 감사하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일순간 멈춰져 있던 시간 동안 우리는 이전의 우리가 누리던 평범한 일상들이 너무나 소중해졌고 조금 불편한 것들도 왠지 손해 나는 것 같은 것들도 서로를 위해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던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예약하는 것만으로도 몇 주의 시간을 기다리는 일 들도 그리고 마트를 가던 약국을 가던 그 어디를 가던 안으로 들어갈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서 있어야 하는 상황들 마저도 감사하게 되리라 상상도 못 해본 일이 아니던가.
어쩌면 세계를 한순간에 멈춰 서게 했던 코로나라는 이역병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은 혼란, 공포와 불안 그리고 남에 대한 원망 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늘 있어 왔던 일상에 대한 특별함도 조금 불편해도 서로를 위해 감수할 수 있는 배려도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던 주변의 모두에 대한 감사함도 우리는 이 역경의 시간들을 통해 알아 가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 우리 집 두 남자는 전문가의 손길로 야생? 의 모습에서 멀쩡? 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남편은 30유로 아들은 23유로 내고 누구세요? 할 만큼 변신? 해서 집으로 왔다(팁 포함, 독일에서는 미용실 레스토랑 등에서 서비스에 고맙다고 주는 팁? 보통 1유로 에서 5유로 사이의 Trinkgeld를 주고 온다.)
물론 우리 집에 하나 더 있는 남정네는 아무리 더 오래 걸린다 해도 굳이 더 세련된 요즘 스타일링을 해줄 시내 미용실을 가겠다고 기다리고 있다. 머리가 길다 못해 땋기만 하면 청학동 가게 생겼는데 말이다.
그래 네 맘대로 하세요 어차피 갈데라고는 집 밖에 없는데 뭐...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