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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g Oct 13. 2016

나의 첫번째 사진책

지은이 / 곽윤섭

나의 첫번째 사진책 / 곽윤섭저 / 한겨례출판사 


- 그리고 언제부턴가 사진을 배우게 되었다. 물론 사진기자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또 어떤 시기엔 집중적으로 공부했으며, 독학도 하고 선배한테 배우기도 했다. 심지어 지금도 배우고 잇는데, 이건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사진은 리얼리티에 기초한 분야라 객관적 측면이 강해야 하는데, 날이 갈수록 주관적인 면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있어 여전히 배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으로도 평생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서 배워 가야 할지 모른다. [7p]


- 그렇다면 자동카메라는 무엇을 자동으로 찍어 준다는 말일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초점 조절 자동 기능이다. 다음으로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화이트밸런스 등도 자동 조절이 된다.[16p]


- 그러나 f뒤의 숫자가 작을수록 조리개의 크기가 커진다는 정도는 기억해 둬야 한다. 조리개의크기가 커진다는 것은 빛이 들어오는 구멍이 커진다는 뜻이므로 많은 빛이 들어오리라는 것 - 중략 - 사진을좀 찍어 본 사람이라면 '심도'라는 용어를 만나게 된다. 초점이 얼마나 깊게 맞았는지를 따지는 것인데, 심도는 조리개와 깊은 관계가 있는 사이다. 그래서 나는조리개 수치가클수록 빛이 적게들어와서 헷갈리는 대신에, 조리개 수치가 커지면 심도가 깊어진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22~23p]


- 여기서 선택을 해야 한다. 초록색 물이 잘 나오게 찍을 것인가, 아니면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찍을 것인가. 혹 , 둘다 살리는 것이 가능하다면 둘 다 살릴 것인가? 사람이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카메라는 도저히 혼자서 결정하지 못한다. 바로 이런 것 때문에 사진을 배우는 것이다. 일단 이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각자 기준으로 삼고 싶은 쪽을 중심으로 노출을 재고 찍으면 되는데, 스폿측광으로 기준이 되는 곳의 노출을 재서 카메라가 알려 주는 값대로 찍으면 되는 것이다. 둘 다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27p]


- 나머지 두 조건이 동일하다고 할 때
1. 조리개 수치가 커질수록 (빛이 들어오는 구멍이 좁아질수록) 심도는 깊어진다.
2. 촬영 거리, 즉 카메라와 피사체의거리가 멀수록 심도는 깊어진다.
3. 렌즈의 초점거리가 짧을수록 (광각으로 갈수록)심도는 싶어진다.
- 어쨋든 자기가 가진 카메라의 사용 설명서는 꼭 볼 필요가 잇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모든 기능을 한꺼번에 숙지하려고 들어서는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 셔터 누르는 법, 배터리 갈아 끼우는 법, 메모리 카드를 넣는 법, 조리개와 셔터, 화이트밸런스, ISO의 조절 등 몇 가지 필수적인 사항만 먼저 찾아서 익혀두고, 나머지는 늘 들고 다니면서 심심할 때나 궁금할 때 찾아보는 것이 최선이다. *ISO - International Standards Organization, 국제표준규격 카메라 필름의 감도, 높을수록 고감도이며, 고감도일수록 빛에 빨리 반응하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도 잘 찍을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도 같은 개념으로 사용한다. 
- 이때 조리개를 가장 많이 열어서 (가장 작은 f 수치로) 찍어 해당 렌즈의 최고 밝기가 얼마인지를 같이 알아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실제론 설명서와 렌즈 혹은 카메라에 다 표시가 되어 있어 꼭 찍어서 알아볼 필요까진 없다. 그렇지만 찍어서 눈으로 그 수치를 확인하는 것은 경험에 의한 학습이므로 머리에 쏙 들어온다.
찍고 나면 컴퓨터 모니터로 보면서 확인한다. 파일정보를 보면 셔터 속도, 조리개, 촬영 시간 등 모든 사소한 정보까지 다 저장이 되어 있다.[38p]


- 그림의 경우는 그림을 그리는 순간보다 전에 일어난 사건들의조합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화가가 준비해 놓은 밑그림, 화가가 즐겨 쓰는 색채, 화가가 즐겨 인용하는 빛 등은 모두 과거의 경험과 예술적 소양에서 시작된다. 거기에 상상력이 추가된다. 상상은 시간을 뛰어 넘기 때문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그릴 수도 있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그릴 수도 있지만, 아무리 손이 빠른 화가도 실시간에 벌어진 모습을 옮길 수는 없다. 줄여서 말해 그림은 관찰과 기억력과 상상력에 의존하는 특성이 있다. 그에 비해 사진은 현재의 빛을 즉시 받아들인다. 찍고 난 사진은 모두 지난 일이라 말하지만 적어도 셔터를 누르고 있는 현재를 담는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래서 다르다. 사진가에게도 관찰력과 기억력과 상상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가 프레임에 담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시공간의 일부 단면이다.[51p]


- 이때 초보들 문제의 핵심은 눈으로 본 것과 사진으로 찍히는 것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눈으로 볼 땐 있었던 것이 사진엔 잘 안보이는 경우도 있고, 눈으로 보면서 셔터를 누를 땐 안 보이던 것이 사진에 찍혀 있는 경우도 있다. [61p]


-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의차이는왜 발생하는 것일까? 파인더에 시공간을 잘라서 담기 전까지는 세상의모든 것은 아직 3차원의 세계다. 그런데 셔터를 눌러 그 장면이 CCD나 CMOS(필름카메라에선 필름)로 저장되는 순간부터는 2차원으로 변한다. [65p]


- 사람이 눈으로 본 것을 '본다'라고 인식하는 것은 뇌의 기능이다. 그런데 이때 뇌는 단순히 눈이 전달해 준 모든 것을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뇌에 저장되어 있던 갖가지 데이터베이스를 기초로 해서 선별적으로 '보게' 된다. 그런데 카메라를 통과한 빛이 CCD나 필름에 도달할 때는 사람 눈과 뇌의 작용처럼 선별적으로 강조하거나 무시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파인더로 본 것이 고스란히 담기게 되는 것이다. [66p]


- 찍고자 하는 주인공 하나만, 또는 필요한 경우 조연하나만 추가로 등장시켜 단순한 배경에서 찍으면 된다. 난센스 퀴즈의 답처럼 들릴 수도 있겟지만, 사막을 배경으로 사람 하나와 낙타 한마리를 찍으면 헷갈릴 일이 없다. 복잡한 구성을 피하고 최대한 단순하게 프레임에 담는 것은 분명 좋은 방법의 한 가지다.[68p]


- 심도_심도를 얕게 해서 배경과 전경의 초점을 흐린다. 주인공만 초점이 맞아 돋보이게 되면서 시선을 끌게 된다. 
노출_ 주인공만 햇빛(혹은 특정 조명)에 노출되게 하고 나머지는 그늘 속에 들어가게 한다. 꼭 그늘일 필요까지는 없을 수도 있다. 노출이 한 스텝 이상만 차이가 나도 주인공과 배경에 차별성이 생긴다. [71~73p]


- 사진을 찍긴 찍었는데 뭔가 부족한 기분이 든다. 노출이나 초점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구성도 그런 대로 단정하고 구도도 쓸 만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허전하다. 찍고 싶은 것을 발견하고 프레임 구성을 충실히 해서 관찰한 다음 셔터를 눌렀기 때문에 거기까지의 과정에는 문제가 없는것 같은데, 결과물을 보니 감동이 없다는 말이다.
이런 사태는 찍인 사진에 이미지만 있고 메세지가 없을 때 생긴다.[76p]


- 다른 식으로 이야기하지면 이렇다. 사진 속에는 점과 선과 면이 잇고 각 요소의 혼합에 의해 이루어진 형태가 들어 있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이런 형태를 보면서 각자의 기억 속에 들어 있는 경험, 지식에 따라 저마다 다른 상징이나 추억을 떠올린다. 그 형태가 아주 보편적인 것이라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같은 상징을 떠올릴 수도 있다. 금강산의 만물상에 있는 바위들 중에는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모양을 지닌 것들이 있고 그것이 바위의 이름이 된 경우가 많다. 물론 사람마다 사진을 보고 떠올리는 메세지의 내용이 다를 수도 있다. [78p]


- 결론부터 말해서 눈높이를 바꿔 보는 것이다. 사람들의 키는 1미터에서 2미터 사이가 많다. 어린아이들처럼 1미터보다 더 작은 경우도 있고 농구 선수들처럼 2미터보다 큰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1미터와 2미터 사이다. 사람들의 키가 일생 동안 꾸준히 커 가는 것이 아니란 점도 중요하다. 대체로 20세를 전후해서 성장이 멈추고 그 후론 평생 같은 눈높이를 유지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81p]


- 난이도와 상관없이 마음먹은 대로 되질 않는다는 뜻이다. 발견하자마자 바로 그자리에 멈추어 서서 최초의한 컷을 찍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거리가 다소 멀어도 상관없다.한 걸음 더 접근했다가 도망이라도 가버린다면, 그나마도 내 손 안에 넣을 수가 없다. 멀리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있는 것과 한장도 못 찍은 것의 차이는 냉혹하다.[86p]


- 그런데 사실 중요도로 따지자면 '어떻게' 보다 더 급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무엇을 찍느냐의 문제다.[91p]


- 네 번째는 시선의 방향이다. 시선이란, 말 그대로 인물의 눈이 바라보는 방향이지만 동작의 방향이 될 수도 있다. 3분할 법칙만큼이나 보편적인 규칙이 있긴 하다. 프레임의 안쪽으로 유도하는 것과 시선이 가는 쪽을 비워 여백을 두는 것이 상식적인 선택이다. [98~100p]


- 통상 어두운 것은 밝은 것보다 무거워 보이고 넓은 것이 좁은 것보다 무거워 보인다. 또한 가장자리로 갈수록 중심의 물체보다 무거워보이고 초점이 맞은 것이 흐린 것보다 더 무거워 보인다. 색상의 무게도 고려가 되어야 겠지만 검은 색이 흰 색보다 무거워 보일 것 같다는 짐작밖에는 못하겠다. 학교 다닐 때 미술 점수가 좋지 않았던 나는 지금도 미술이 어렵다.[101p]


- 나는 내 얼굴이 해마다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아침저녁으로 세수하고 양치질할 때마다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보면서도 말이다. 그 외에도 하루에도 한두 번은 어딘가에 비친 내 모습을 보기 때문에 지금의 내 얼굴을 모르는 것이아닌데도 얼굴이 변하는 것을 잊는다. 이 증상은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꼭 드러난다.[111p]


- 이효리의 댄스 동작을 보면서 턴이 좋은지 웨이브가 좋은지 어느 한 장면을 골라내 그 순간을 사진으로 옮기면 이효리의 댄스를 표현한 것이 된다. 동작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일정 부분 그 동작에 대한 지식이 있을 경우엔 훨씬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130p]


- 프로그램 모드는 P라고 부르며, 셔터스피드와 조리개를 모두 자동으로 결정해 준다. 프로그램 모드로 놓고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중 어느 하나를 조절하면 다른 하나가 저절로 연동되면서 변한다. 조리개 우선 모드는 Av 혹은 A 라고 부르며, 조리개를 어느 특정 수치에 고정시켜 두면 노출의 변화에 따라 셔터스피드만 자동으로 변하게 된다. 셔터 우선 모드는 Tv혹은 S라고 부르며 셔터스피드를 어느 수치에 고정시켜 두면 노출의 변화에 따라 조리개 수치가 자동으로 변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한계치를 벗어나지만 않으면 이른바 적정 노출은 보장이 되므로 마음이 놓인다.[150p]


- 그러므로 우리의 실험에는 '삼각대가 있다'는 전제가 추가되어야 한다.[155p]


- 빛이 전혀 없으면 사진도 없다. 셔터를 누를 수는 있다. 그렇지만 별도 달도 없는 밤하늘에 까마귀가 눈을 감고 날아가는 것을 찍은 사진처럼 아무것도 없는 검은 도화지와 같을 것이다.[175p]


- 몇몇 사진가들은 카메라 플래시 같은 외부 조명을 쓰지 않고 사진을 찍는 것을 지금도 고집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빛이 가장 자연스러운 빛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인공적인 조명이 들어왔을 때 리얼리티가 손상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양이 제공하는 자연광과 천공광 외에는 모두가 인공조명이란 사실을 생각하면, 카메라에 달린 플래시만 안 쓴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191p]


- 그 사람은 나와 다르므로 자존심을 긁는 이야기도 하겠지만 가끔 신선한 충고를 해 주기도 할 것이다. 혼자의 생각에 몰입되지 말고 다른 사람은 이 사진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염두에 두면 분명 사진 고르기가 달리잔다. 찍고 난 직후부터 사진은 나만의것이 아닌 셈이다.[223p]


- 사란유법불가 무법역불가(寫蘭有法不可 無法亦不可)[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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