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무리타 사야카 | 옮긴이 / 김석희
편의점 인간
펴낸날 초판 1쇄 2016년 11월 1일
초판 5쇄 2016년 11월 14일
지은이 무라타 사야카
옮긴이 김석희
펴낸이 심민수
펴낸곳 (주)살림출판사(경기도 파주시 광인사길 30)
-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거의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다. 3할은 이즈미 씨, 3할은 스가와라 씨, 2할은 점장, 나머지는 반년 전에 그만둔 사사키 씨와 1년 전까지 알바 팀장이었던 오카자키 군처럼 과거의 다른 사람들한테서 흡수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말투에 관해서 말하자면, 가까운 사람들의 말투가 나에게 전염되어 지금은 이즈미 씨와 스기와라 씨의 말투를 섞은 것이 내 말투가 되어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35p]
- 어린 시절 내가 삽으로 남학생을 때렸을 때도, 어른들은 모두 "분명 가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근거도 없는 억측으로 우리 가족을 비난하고 괴롭혔다. 내가 학대당한 아이라면 그 행동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고 안심할 수 있으니까, 그런게 틀림없다, 순순히 인정하라고 다그치는 것 같았다. [49p]
- 바구니를 계산대에 놓는 소리가 들려 재빨리 돌아보니 지팡이를 짚은 단골 할머니가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씩씩하게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하기 시작하자 할머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여기는 변함이 없네요."
나는 조금 사이를 두었다가, "글쎄요!"하고 대답했다.
점장도, 점원도, 나무젓가락도, 숟가락도, 제복도, 동전도, 바코드가 찍힌 우유와 달걀도, 그것을 넣는 비닐봉지도, 가게를 오픈했을 당시의 것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줄곧 있긴 하지만 조금씩 교체되고 있다.
그것이 '변함없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66p]
- "이것 봐요.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에게 프라이버시 따위는 없습니다. 모두 얼마든지 흙발로 밀고 들어와요. 결혼해서 아이를 낳거나 사냥하러 가서 돈을 벌어 오거나, 둘 중 하나의 형태로 무리에 기여하지 않는 인간은 이단자에요. 그래서 무리에 속한 놈들은 얼마든지 간섭하죠." [125p]
- 그런가. 야단치는 건 '이쪽'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지만 '저쪽'에 있는 언니 보다는 문제투성이라도 '이쪽'에 언니가 있는 편이 여동생은 훨씬 기쁜 것이다. [157p]
- "아니, 누구에게 용납이 안 되어도 나는 편의점 점원이에요. 인간인 나에게는 어쩌면 시라하 씨가 있는 게 더 유리하고, 가족도 친구도 안심하고 납득할지 모르죠. 하지만 편의점 점원이라는 동물인 나한테는 당신이 전혀 필요 없어요." [189~19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