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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 가로수길 근처 소재의 일식집이다. 일전에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급히 갈만한 곳이 없나하고 구글링하다가 알게 되었다. 보통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곳에 관한 웹정보들은 믿지 않는 편이지만 since 1986이 마음을 움직였다.
약속 당일에 갈까 했으나 예약이 필수이고, 점심코스가 부담이 없다는 정보에 주말에 어머니 모시고 다녀왔다.
한국식 일식집이라고 표현을 해야하나, 어찌했건 일제강점기- 한국 근현대를 거치면서 거칠게 자리잡아온 일식이라는 장르도 한국에선 묘한면이 많다. 고급아닌 '고급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듯한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한정식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서 먹은 일식코스에 비하면 대체로 생선의 질은 살짝 떨어지고 (종류나 부위적인 측면에서) 양이 많고, 다채롭다. 그리고 다소 상투적이다. 하나하나를 따진다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거하게 잘먹었다는 혹은 잘 대접받았다는 인상이 중요하다. 그래서 젓가락이 떨어지면 바로 눈치껏 새로 꺼내주고, 미소장국을 한 번 리필 주문해 놓으면 알아서 그 이후 주문은 하지 않아도 가져다줄 정도이다.
어릴때는 이런 일식집이 많아 간단히 매운탕을 먹는다거나, 회덮밥을 먹는다거나 하는 정도로 소소하게 갈 곳으많았는데 이제는 점심에 생선요리가 먹고 싶으면 구이집말고는 가기가 힘들다. 언제서부터인가 알 수 없는 스끼다시 경쟁에서 악순환이 시작되었던 것 같기도하고, 점점 가벼워지는 사회문화에 도태되어 부담스럽다거나 고리타분한 기분이 들게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반대급부로 요즘엔 이자카야 형식의 선술집 늘어나는데, 뭣하나 제대로 못하는 집도 많고 무엇보다 한국식 일식이라고 부를만한 것의 매력이 아예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너무 반가웠다. 가게가 오래되어 좋은 점은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여 두터운 층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손님들도 노인부터 아이들까지 다양하고, 요리하는 사람들도 청년부터 장년층까지 함께 일한다. 이런건-하루아침에 잘 생기지도, 하루아침에 잘 무너지지도 않는다.
아쉬운 건 다소 식재료가 평이하고 주방음식이 소바(소바도 추억의 단맛으로 흡입)외에는 계란찜 거품도 제대로 없애지 못하는 수준인게 아쉬웠다.
아쉬움을 뒤로, 그래도 있어줘서 고맙고 살아남아줘서 반갑다고 해야할까. 몇 번쯤은 더 가봐야겠다. 편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