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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iwoogi Apr 05. 2024

유방암 AC 항암_내 입맛 돌려줘  

 AC항암 주사 후 기간별 증상 

AC 항암 1차 주사 당일 집에 돌아와서.


새로움은 낯설음과 함께 온다.  12주동안 투여했던 주사에 익숙해질만하니 새로운 주사약으로 바뀌었다. 악명높은 빨간약 항암 주사 AC( 독소루비신, 싸이톡신)로 바뀌었다. 새로운 약의 부작용을 맞이하는 마음을 두려움이라고 쓰고 싶지 않았다. 견뎌낼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을 담아 낯설음 정도로 표현하고 싶었다.


2시간 정도 주사를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온 몽에서 힘이 빠진 듯 기운을 차릴 수 없었다.  어지러움과 약간의 울렁거림이 느껴졌다. 울렁거림이 느껴지면 본격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약을 먹는 것이 좋다는 말이 생각났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맥페란 2알을 먹었다. 맥페란은 항암시 나타나는 구역이나 구토에 효과가 있어서 암환자에게 처방해주는 약이다. 암 경험 환자들의 후기를 보면 울렁거림이 올라 온 후에는 맥페란 약을 먹어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매슥거리는 느낌이나 울렁거림이 느껴지는 초기에 곧바로 약을 먹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오심이 올라오기 전에 미리 약을 먹은 덕분인지 속이 편안해졌다. 1시간 정도 푹 잤다. 


오후 6시 즈음에 된장국과 버섯볶음, 닭고기 야채 볶음으로 저녁을 먹었다. 식사한 음식으로 인해 울렁거림이 느껴질까봐 염려되었다. 그래서 평소 먹던 양의 1/3 정도만 먹었고, 소화를 잘 시키기 위해 꼭꼭 씹어서 삼켰다. 식사하는 것도 힘들었는지 다시 기운이 없어졌다. 예전같으면 저녁먹고 아파트 정원을 산책했겠지만 그럴 힘이 없었다. 침대에 누웠다. 책을 읽기도 싫고 유튜브의 화면을 보는 것도 싫었다. 라디오를 켰다. 볼륨을 낮추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사연을 듣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렇게 아침까지 잠을 자는 언감생심이다.  파클리탁셀과 마찬가지로 주사 당일 저녁엔 엄청난 양의 땀을 흘렸다. 자다가 흘린 땀때문에 놀라서 여러 번 깰 수밖에 없었다.   




구토와 오심을 다스려라.

     

주사 맞은 다음 날부터 3일 동안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에멘드와 유한덱사메타손 약을 먹었다. 에멘드와 덱사메타손은 항암 중 나타나는 구토나 오심을 예방하기 위한 약이다. 빨간 약 주사를 맞기 1시간 전에도 에멘드를 먹고, 주사약 투여 이후 3일 동안 구토방지제를 먹는 것이다. 만약 이 약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운 구토와 오심이 있었을까? 30년전 위암으로 고생하던 언니가 화장실에서 변기를 끌어 안고 구토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약이 그런 증상을 줄여주는 것이 고마웠다.


약을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3일 동안은 오심이 심하게 느껴졌다.  또한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 불량 증상이 자주 나타났다. 이것은 덱사메타손의 부작용일수 있다고 했다. 소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해보려고 노력했다.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었고,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었다. 걷기를 할때 산책로에 있는 트위스트 운동 기구에 올라가서 몸을 회전해주었다. 그러나 더부룩하고  메스꺼운 느낌은 없어지지 않았다. 


    



주사후 가장 힘든 시간_6일부터 8일 사이


주사 맞은 지 6일부터 8일 사이는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온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힘들었다. 일어나 앉아있기도 힘들고, 걷는 것은 당연히 할 수 없었다. 온종일 침대에 누워있기만 해도 힘들었다. 입맛은 완전히 저 세상 맛이다. 물에서는 쇠붙이의 녹슨 냄새가 났다.  양치할 때도 힘들었고,  물을 마시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래도 몸에 있는 항암 약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했다. 억지로 물을 마시긴 했지만, 물이 입안에 닿을때부터 느껴지는 녹슨 쇳덩이의 맛은 참기 힘들었다. 


오심과 느끼함이 계속되다 보니 매콤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싶었다. 그러나 입안이 예민해졌기 때문에 매콤한 것을 먹는 것은 또 다른 고생일 게 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칼한 음식을 먹고 싶었다.  매운 음식이 오심을 가라 앉혀 줄것만 같았다. 고민끝에 김치찌개를 순하게 끓여서 먹었다. 역시나! 김치찌개를 몇 숟가락 먹고 나니 입술에 물집 같은 것이 올라오고, 뱃속은 불이 난 듯 화끈거렸다. 김치찌개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순한 맛이었지만, 속이 화끈거리고 쓰라림이 강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속이 너무 쓰려서 밥먹기를 멈추고 핫팩을 배에 얹고 있었다. 그런 정도로는 진정이 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쓰린 배를 움켜쥐고 뒹굴거리는 것 뿐이었다. 


순하고 부드러운 음식은 입 안으로 넘기고 싶지 않을 만큼 속이 느끼했다. 조금이라도 자극이 있는 음식은 입안과 뱃속을 자극했기 때문에 먹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기운을 차리기 위해서는 뭐든 먹어야 했다. 코를 움켜쥐고라도 물을 마시고 음식을 삼켰다. 


먹는 것도 힘들었지만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말초신경병증이었다. 파클리탁셀 주사약이 끝났으므로 손발 통증도 멈춰주길 바랬다. 그러나 내 바램과 달리 손발 통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발시림과 발통증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손톱과 발톱은 검은색으로 변색되었다. 발은 퉁퉁 부어서 평소 신던 신발보다 두 사이즈가 큰 신발을 구입했다. 손의 움직임은 둔해져서 여전히 병뚜껑을 여는 일이 힘들었다.


주사 맞고 6일부터 8일 사이의 시간은 내 의지로 해 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내가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회복기간_주사 후 9일에서 14일 사이

   

AC항암 주사를 맞은 후 9일에서 14일 사이는 서서히 몸이 회복되는 기간이었다.  입맛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입맛과 상관없이 열심히 잘 먹었다. 억지로 열심히 먹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맛있어서 잘 먹은 게 아니고, 먹지 않으면 회복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 무조건 먹었다. 큰 접시에 내가 먹어야 할 음식을 담은 후 접시에 있는 모든 음식을 남김없이 먹었다. 이른바 한 접시 먹기다


밥을 먹을 때도, 과일을 먹을 때도, 양치할 때도 뱃속에서부터 냄새가 올라오는 듯했다. 물을 마시면 여전히 쇠붙이 냄새가 났다. 내가 마실 물에 녹슨 쇠붙이를 담가 놓았다가 마시는 기분이었다. 간절하게 음식 본연의 맛과 물맛을 느끼고 싶었다. 평소에 맹맹하다고 느꼈던 그런 물맛이 그리웠다. 다행히 주사 2주가 지날 즈음부터 몸의 세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3주째는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2주까지의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나니 사람다운 생활이 찾아왔다. 조심스럽게 외출도 할 수 있었고, 밀린 집안 일도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긴장을 놓을 수는 없었다. 호중구 수치가 떨어지지 않게 관리해야 했다.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잘 먹고 걷기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근육이 손실된다는 것을 느꼈다. 나름 근육부자라고 자부했던 적이 있었다. 항암 후 근육이 쭉쭉 빠져나감을 느꼈지만, 내가 운동으로 채워넣을 수는 없었다. 그저 한끼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먹고 걷는 일만 빠지지 않고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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