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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iwoogi Mar 22. 2024

항암 주사 후 나타나는 일주일 루틴

유방암치료이야기(4) 파클리탁셀 항암 주사 요일별 증상


항암 치료의 반이 지났다.


2022년 7월 4일부터 12주동안 4차까지의 항암 주사를 맞았다. 3주 동안의 치료를 1차라고 칭한다. 그동안 파클리탁셀은 일주일에 한 번씩 12번, 카보플라틴은 3주에 한 번씩 총 4번의 치료를 받았다. 


파클리탁셀 주사를 매주 맞아야 하기 때문에 한번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연달아 주사 치료 일정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치료 일정에 지장이 없도록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하며, 호중구 수치 관리에 신경을 써야했다.  그래서 가족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골고루 잘 먹고 많이 걷고 잠을 충분히 잘 자려고 노력했다. 잘 먹고 많이 걷는 것은 내 의지로 가능했지만, 잠자는 것은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나름 신경 써서 관리한 덕분인지 주사 일정에 차질없이 매주 월요일마다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항암 주사를 맞고 난 후 내 몸의 컨디션 변화에 따른 상황을 메모했다. 1차와 2차 주사 후 몸의 증상이 일정한 주기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래서 3차와 4차때는 그 흐름에 따라 컨디션 관리를 할 수 있었다. 덕분에 크게 어려움이 없이 항암 기간을 견뎌냈대.


다음은 파클리탁셀 주사를 맞은 후 나타나는 일주일간의 몸 상태 변화 과정이다.      




파클리탁셀 주사 맞는 당일. 월요일. 


 항암 주사를 맞는 당일(1일)엔 병원 주사실에서도 집에 도착해서도 컨디션이 좋다. 3주에 한번, 파클리탁셀과 카보플라틴을 함께 맞는 날은 혈액종양내과 의사를 만나는 날이다.  그런 날은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진료 예약 2시간 전에 도착하여 아침 일찍 피검사를 미리 해 놓아야 했다. 의사의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의사를 만난 후에는 통합 치료 센터에서 당일 주사 일정과 3주일간의 주사 일정을 예약한 후 또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고 힘들었다.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지하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병원 산책로를 걷기도 하고, 운 좋은 날은 2층 로비의 푹신한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보며 창밖을 구경하기도 했다. 


긴 기다림의 시간이 힘들었던 만큼 주사실에 들어가면 푹 잘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주사실의 리클라이너 의자에 몸을 기대면 피곤이 스르르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 어떤 일이든 장단점의 양면이 함께 공존하는것인가 보다.


  파클리탁셀과 카보플라틴을 함께 맞는 날은 2시간 정도, 파클리탁셀만 주사 맞는 날은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었다. 매번 주사 놓는 간호사는 바뀌었지만, 12번의 주사 일정 중 한 번만 약간의 멍이 들었을 뿐 대부분 아프지 않았다. 그래도 주사 날카로운 주사 바늘이 몸속에 들어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싫다. 나이 들어도 주사 맞는 건 항상 긴장되고 떨린다.


  처음 항암 주사를 맞던 날은 약 부작용이 있을까 봐 긴장하며 주사약이 들어가는 동안 내 몸의 변화를 체크 했었다. 별다른 증상이 없음을 알고 난 이후부터는 주사 맞는 동안 유튜브를 보거나 책을 읽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었다. 차츰 익숙해지더니 어느 순간 그런 일들도 시들해져서, 항암 주사약을 투입하기 전에 넣는 부작용 방지 약이 들어갈 때부터 잠을 잤다. 약이 바뀔 때마다 간호사가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할 때만 잠깐 깨거나 화장실 갈 때 잠깐 깰 뿐 주사약이 다 끝날 때까지 푹 자는 편이었다. 그래서 주사 맞는 동안 힘들었던 기억은 없었다.


주사를 자주 맞다보니 꿀팁도 챙길 수 있다.


주사 놓는 간호사가 혈관을 잘 찾을 수 있어야 나도 편하다. 그래서 병원 가는 차 안에서 손 근육 운동을 해 주었다. 악력기를 최대한의 강도로 높여서 쥐었다 펴는 손 운동을 했다. 12번의 주사를 맞는 동안 혈관 찾는 것에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내 혈관이 튼튼하거나 악력기 손 운동이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주사 맞는 동안 물을 마시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주사맞는 동안 700ml 이상의 물을 마셨다. 물을 많이 마신 부작용은 화장실을 자주 가는 불편함이다. 주사약을 줄줄이 달고 화장실 가는 일은 불편하고 번거롭다. 화장실의 불편함은 주사 맞는 병원에서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집까지 오는 30여 분 동안에 화장실을 한 번 더 가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 10번째 즈음부터는 병원에서 물 마시는 양을 줄이고, 집에 도착하여 많이 마시곤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병원에서나 집에 오는 길에서 급하게 화장실 가지 않으니 훨씬 좋았다.


주사 맞은 날은 낮잠과 부드러운 식사, 가벼운 산책


주사를 맞고 집에 오면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첫 주사를 맞은 날은 혹시 모를 부작용이 염려되어 저녁 식사를 부드러운 것으로 가볍게 먹었다. 1차 주사에서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을 알고 그 이후로는 일반식으로 식사하되 꼭꼭 씹어서 먹었다. 저녁 식사 후엔 최소 2, 3000보 정도의 산책을 했다. 거의 루틴처럼 지켰었다. 주사 맞은 당일은 저녁 식사 후 산책할 때까지의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저녁에 자는 동안 땀을 엄청 많이 흘렸다. 내가 흘린 땀의 양에 놀라서 자다가 2, 3회씩 잠을 깨곤 했다.

     


화요일, 항암 2일차


항암 주사를 맞은 다음날인 화요일은 일주일 중 컨디션이 가장 좋은 날이다. 주사 맞고 온 날인 월요일 밤에 몇 번씩 잠을 설치긴 했지만,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가벼운 기운이 느껴졌다. 이날은 밀린 집안일을 많이 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오기도 했다. 걷기 운동은 오전, 오후 편한 시간에 만 보 정도를 걸을 수 있는 날이었다. 


유튜브를 틀어놓고 좋아하는 홈트를 하거나 줌바 댄스를 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즐겨했던 홈트였지만 항암하는 동안 무리 될까 봐 예전처럼 역동적으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화요일엔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화요일만 같으면 항암 하는 게 힘들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기간이 아니었다면 이런 날 친구를 만나거나 가까운 곳에서 외식을 해도 좋았을 것이다.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항암 3일차부터 5일차인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은 컨디션이 가장 좋지 않았던 날이었다. 2일차인 화요일에 있었던 최상의 컨디션은 수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가라 앉았다. 금요일까지는 기운이 없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항암 4일차인 목요일엔 가벼운 산책을 하다가 중간에 쉬었다가 걸을 정도였다


말초신경병증으로 인해 발에 자극을 주기 위해 걷기 운동을 꾸준하게 해 줘야 했다. 그러나 쉬지 않고 계속 걷기엔 체력이 부족하여 힘들었다. 이런 날들은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온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었다. 집안일을 하더라도 빨래 개는 정도로 가볍게 하는 정도였지만 대부분은 가족들에게 맡겨놓고 푹 쉬었다. 


무리하게 움직였다가 호중구 수치가 떨어져서 주사 일정에 차질이 있으면 안되었기에 항암 3일차부터 5일차까지는 모든 일에 무리하지 않으려고 했다.  뭔가를 하고 싶어도 기운이 없어서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식사는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먹어야 기운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먹었었다.


  



토요일, 일요일_회복단계


항암 6일 차가 되는 주말엔 온몸의 컨디션이 서서히 회복되는 단계였다. 주말 오전엔 무리하지 않고 가볍게 집안일을 하거나 평소 다니던 산책로를 걷거나 스트레칭을 했다.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엔 남편과 근처 공원을 산책하거나 시외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오기도 했다. 그러나 컨디션 회복되는 느낌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다시 파클리탁셀 주사를 맞아야 하므로 호중구 수치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 그래서 외부 음식을 먹는 것을 조심했고, 특히 호중구 수치를 올리기 위해 주말동안 단백질 위주의 식사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반복되는 루틴을 알고 나면 컨디션 관리가 편하다.


12번의 파클리탁셀 항암 주사를 맞는 동안, 일주일의 컨디션 변화가 거의 규칙적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몸의 상태에 대처하고 관리하기에 수월했다. 


가장 힘들었던 항암 3일째부터 5일째인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에는 내 몸을 살피며 조금이라도 더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체력이 저하되어 움직이기가 힘들다고 집에만 있으면 주말 동안까지 기운을 회복시키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몸을 움직여서 체력 저하를 막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12번의 파클리탁셀 항암주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말초신경병증으로 인한 손발의 저림, 차가움, 마비, 통증에 대한 아픔이었다. 그러나 족욕과 발 맛사지 등 약이 아닌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관리를 하다보니 차츰 이 통증도 익숙해지는 듯했다


여전히 괴로운 불면증이 있었지만 부족한 잠을 낮에 잘 수 있는 상황이므로 이 또한 견딜 수 있었다.  

   

파클리탁셀 주사에 대한 루틴이 있는 것처럼, 다음 예정인 AC 항암 주사도 몸이 반응하는 루틴이 있을 것이다. 잘 메모하고 관리해서 겁먹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하여 이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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