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 이야기(2) _항암 2차, 3차
유방암 항암 치료 2차
2023년 7월 25일 월요일. 항암 주사 1차 치료를 3주동안 마치고, 다시 2차 치료를 시작했다. 파클리탁셀 주사만 맞았던 지난 2주 동안은 의사를 만나지 않고 병원 통합치료실에서 주사만 맞고 귀가했었다. 2회차 치료를 시작을 하기 전에 교수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나의 컨디션이 항암 주사를 견뎌낼 수 있는 상황인지 확인한 후 2차의 항암 여부가 결정된다.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전날 밤 심한 불안감에 잠을 거의 잘 수가 없었다. 1차 항암주사인 카보플라틴 약제를 맞고 난 후 온 몸에 땀을 흘리며 밤에 깼을 때의 불안감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다시 카보플라틴 2차를 맞아야 한다는 생각에 내 몸이 스스로 반응하였었나 보다. 밤사이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심한 뒤척거림만 하다가 아침을 맞이했었다. 병원에 도착하여 혈액 검사를 마치고 진료를 기다렸다.
교수님은 피검사 결과를 본 후, 촉진을 하더니 ''잘 진행되고 있다", "사이즈도 많이 줄었다"고 했다. 교수님의 말 몇 마디에 축 가라앉았던 온 몸의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전날의 불안감은 씻은 듯이 사라지는 듯 했다. 며칠동안 덩어리가 있었던 부위를 수시로 만져보았다. 내가 느끼기에도 조금씩 줄어드는 듯 했었다. 그런데 담당 의사의 "사이즈도 많이 줄었다"는 말은 큰 위안과 희망이 되었다.
기분이 좋아서였는지, 2차 항암 주사를 맞는 동안 힘든 부분은 없었다. 1차때는 카보플라틴을 맞을 때 열감이 느껴졌지만, 2차 때는 그런 증상도 없었다. 침대가 아닌 리클라이너 의자에 앉아서 주사를 맞는 것도 힘들지 않았다. 주사실엔 많은 환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어디가 아파서왔을까? 한창 나이의 젊은 환자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항암 2차 주사 후 몸 상태와 생활
2차 주사 후 일주일동안 크게 힘든 증상은 없었다. 주사 후 3일동안 병원 처방약을 먹여야 한다. 이 기간에는 약 성분 때문인지 소화가 잘 된다. 그래서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으면서 속을 달랬다. 피곤함과 무력감은 수시로 나타났다.
내 발 좀 어떻게 해줘!
항암 2차 이후 발저림이 심해졌다. 발저림은 뒷꿈치에서 시작하여 발바닥, 발가락 쪽으로 이동하였다. 발가락의 발저림은 단순한 발저림이 아니었다.
동상이 걸린 듯 발시림이 심하더니 차가운 발끝을 날카로운 송곳으로 쿡쿡 찌르는 듯한 증상이 더 해졌다. 수면 양말처럼 두툼한 양말을 신어야 했다. 잘 때도 양말을 벗을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수면 양말을 두 개씩 포개어 신어도 발 시림을 어찌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두꺼운 양말을 찾았고, 양말 속에 털이 최대한 많이 내장된 것을 찾아서 구입했으나 그 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시린 발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지만, 모두 그 순간만 견뎌낼 뿐이었다. 발저림만 없어진다면 항암 기간에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발저림과 함께 불면증은 꾸준하게 괴롭혔다. 그러나 불면증은 참아낼 수 있었다. 뒤척이다가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을 때는 차라리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었다. 겨우 잠이 들어도 한 두시간 후면 다시 깨어나기 때문에 아침 일찍 걷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잠을 불규칙하게 자서 인지 가벼운 방광염 증상이 나타났다. 산부인과에서 약을 처방 받아볼까 했지만, 약 먹는 것에 대해 주치의와 상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참아보기로 했다.
가족의 도움으로 견딜만한 시간이었다.
항암 2차 후 발시림과 저림은 심했지만, 다른 증상은 견딜만 했다. 그래서 만보 이상 걸었고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다 보았다. 항암 이전에 유튜브를 보며 즐겨했던 홈트레이닝도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예전만큼 동작이 나오지 않았고, 힘이 들었다. 이미 항암을 해 본 지인들은 할 수 있다면 무조건 운동을 하라고 했다. 나는 걷기와 간단한 스트레칭을 꾸준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인지 이때까지는 다리의 근육이 남아 있었다.
2023년 항암 치료 기간은 코로나 시기였으므로 감기나 코로나에 걸리면 예정된 치료를 미뤄야 했다.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암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을 오갈때와 걷기 운동을 할 때 외에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했다. 나 뿐만이 아니었다. 남편은 내가 항암하는 동안 부득이한 식사 자리가 아니면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고 저녁이면 일찍 퇴근해서 나와 함께 식사를 했다. 하루종일 혼자 무료하게 지냈을 나를 배려하기 위함이었다. 함께 저녁을 먹고 아파트 정원을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도 퇴근하면 샤워하기 전에는 나와 마주하지 않았고, 사람들 많은 곳에 다니는 것을 자제해주었다. 돌아보니 가족들의 도움과 협조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
항암치료 3차. 말초신경병증으로 발과의 사투.
8월16일 화요일. 광복절 휴무일로 인해 월요일 주사를 하루 늦춰서 화요일에 맞았다. 담당 교수님의 학회 일정으로 3차 진료는 김** 교수님에게 받았다. 혈액검사 결과를 보더니 호중구 수치가 낮아서 주사를 맞을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고 했다. 호중구 수치가 낮으면 항암 주사를 맞을 수 없다. 그래서 항암 주사 대신 호중구 수치를 높이는 주사를 맞아야 한다. 그 후 몸 상태를 살펴보며 다시 항암을 이어갈 수 있는지의 여부를 봐야 하는 것이다.
나의 호중구 수치가 낮은 것 때문에 항암 주사를 이어갈 지 고민하는 의사에게 말했다. "지난주는 다른 때보다 컨디션이 좋아서 운동을 좀 과하게 해서 그건가 봅니다". 나는 컨디션이 다른 어느 때 보다 좋았기 때문에 항암 치료를 미루고 싶지 않았다. 호중구 수치 유지를 위해 체력을 높이려 운동을 한 것이 오히려 무리가 되었나 보다. 교수님은 “그러면 주사는 계속 진행하겠지만 몸을 무리하지는 마세요.”라고 했다. 진료 당일 아침에 가볍게 방광염 증상이 있었다고 하니 방광염약을 3일분 처방해주었다. 그러나 진료받고 나와서 물을 많이 마시니 방광염 증상이 없어져서 처방받은 약을 먹지 않았다. 방광염 증상도 심리적인 것인가 보다.
의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 사이에 뭐가 문제가 된 건 없을까?’ 항상 걱정이 된다. 의사를 만나고 아무 일 없다는 확인을 받고 나면 언제 그랬나싶을 정도로 몸 컨디션이 훅 올라가는 느낌이다. 방광염 약은 혹시라도 증상이 다시 나타나면 먹으려고 보관하였으나 그 이후 방광염 증상은 없었다.
발저림 처방약 카발린캡슐을 처방받다
발저림이 점점 심해져서 힘들다고 했더니 의사는 카발린캡슐 50mg(pregabalin)을 처방해주었다. 저녁에 자기 전에 먹으면 수면제 역할도 해서 잠자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이지만 약간 어지러울 수 있다고 했다. 발저림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카발린캡슐을 복용했지만 발저림 증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저녁에 화장실 다녀오면서 휘청거려서 넘어질 뻔 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약 설명서를 찾아 읽어 보았다. 카발린 약은 말초신경병증을 약화시킬 수 있으나 어지러움, 두통, 구토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발저림이 힘들었지만 결국은 카발린 약 복용을 중단했다. 말초신경병증에 대한 효과도 없을뿐더러 어지러움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점점 심해지는 발 통증은 나를 계속 힘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