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치료를 위한 준비 과정
삼중음성 유방암 3기 판정
유방 촬영, 초음파, CT, MRI, 전신 뼈 검사 등 각종 검사를 받은 사흘 후,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검사 결과 나의 최종 병명은 삼중음성 유방암 3기였다. 하필 유방암 중에서도 예후가 가장 좋지 않다는 삼중음성이었다.
유방암에 관련한 책과 유튜브를 통해, 유방암은 각 증상에 맞게 호르몬 치료제가 많아서 치료가 쉽지만 삼중음성 유방암은 아직 정확한 치료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난 삼중음성은 아니길 바랬다. 그런데 최종 검사 결과 삼중음성 유방암이라고 하니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는 느낌이었다. 담당 교수의 원래 계획은 수술을 먼저 하려고 했지만, 종양 크기가 생각보다 커서 일단은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치료 순서를 바꾸어 항암을 먼저 하겠다고 했다. 수술 예상 날짜까지 받았었던 나는 항암을 먼저 하는 것도 어리둥절한데, 갑자기 남교수님은 “혈액종양내과 교수님께 치료 잘 받고 난 후에 다시 만나자”고 하며 일어나 다른 진료실로 이동했다.
수술은 유방외과에서, 항암은 혈액종양내과에서.
삼중음성 유방암이라는 결과와 수술이 아닌 항암을 진행하는 말에 정신이 혼미했다. 얼떨결에 진료실을 나와 상담실에 들어가서 간호사에게 물었다.
"혈액종양내과 교수님은 왜 만나는 거죠? 저는 남**교수님에게 치료받으려고 한 건데요."
"항암 주사 치료는 혈액종양내과 교수님이 담당하셔요. 따로 원하시는 교수님 있으세요? 남교수님은 혈종과안**교수님을 추천해주셨어요.”
“항암 치료는 다른 분이 하시는 건가요? 유방외과 교수님이 하시는 게 아니구요?”
“네, 유방외과 교수님은 항암 끝나고 나중에 수술하시니까 걱정 마세요.”
아, 이런. 삼성병원 유방외과 교수에 대한 추천은 받았지만, 혈액종양내과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유방암 치료 전반적인 부분을 유방외과에서 하는 줄 알았었다. ‘난, 뭘 알아본 거였을까? 이렇게 허술해서 어쩌나.’
“혈종과 안**교수님은 어떠세요? 평은 좋으신가요?” 내가 믿고 따라야 할 교수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이 걱정되었다. “좋으세요. 많은 환자들이 만족하시구요” 간호사는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사실 간호사가 어떤 대답을 해 줬어도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혈액종양내과 교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그 의사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의사가 내 안에 있는 암 덩어리를 없애주길 바라는 맘뿐이었다.
브라카 유전자전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구?
상담실 간호사는 브라카 유전자변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을 했다. ‘브라카 유전자변이 검사라면? 안젤리나졸리? 갑자기, 왜?’ 간호사는 내 얼굴 표정을 읽은 것일까? 일반적으로 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인데, 60세 이하의 삼중음성 환자도 BRCA1, 2에 대한 유전자변이 검사 대상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브라카 유전자변이 검사는 피검사를 통해 간단하게 한다고 하지만 검사 결과를 알기까지는 3주가 소요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3주 동안은 또 다시 걱정이 한가득이겠다. 검사 결과 유전자변이 상황이 나오면 친정 언니와 동생, 내 자녀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난 아들만 둘인데, 남자가 유방암이면 위험하다는 데 어쩌나.’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조정석 배우가 맡았던 역할이 유방암 환자였던 것이 생각났다. ‘남자도 유방암이 있을 수 있었지.’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브라카 유전자변이 검사는 무사 통과되길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상담이 끝난 후 유방 위치 표시 검사를 했다. 항암 후 암 덩어리가 작아질 경우 수술을 대비하여 2mm 크기의 금속 클립을 삽입하여 지금의 종양 위치를 표시하는 것이다. 클립을 넣는다기에 아픈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살짝 따끔했을 뿐 큰 통증은 없었다. 조직 검사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6월 29일 수요일 혈액종양내과 교수님을 만나다.
유방 외과에서 삼중음성 유방암을 진단받고, 이틀 후에 혈액종양내과 안** 교수님을 만났다. 연륜이 주는 여유로움으로 환자를 편하게 대해주는 교수님은 내 증상에 대해 다시 점검해주고 앞으로의 항암 절차를 설명해 주었다. 항암 치료는 총 8회 진행될 것이며 처음 4회는 카보플라틴과 파클리탁셀을 투여할 것이라고 했다. 카보플라틴(Carboplatin)은 3주에 한 번 30분 정도 주사로 맞고, 파클리탁셀(Paclitaxel)은 총 12회 투여하며 매주 한 번씩 정맥주사로 1시간 정도 맞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12주 주사를 맞고 난 후 다른 약으로 주사를 바꾸어서 치료가 진행된다고 설명해 주셨다. “힘들 수 있겠지만 힘내서 잘 해 보자”는 교수님의 말이 큰 위안이 되었다. 안 교수님의 항암 치료를 통해 암세포가 사라지길 바랄 뿐이었다.
담당 의사는 진료 당일 곧바로 항암 할 수 있는데 진행할 거냐고 하였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병원에 왔기도 했고, 첫 주사를 맞고 혹시라도 부작용으로 인하여 응급상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주사를 맞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틀 후 친정엄마의 생신 모임에 다녀온 후 항암을 시작하고 싶었다. 항암을 시작하면 당분간 엄마를 뵈러 갈 수 없으므로 그전에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주말을 지내고 월요일에 항암 주사를 맞기로 했다.
항암 주사에 따른 부작용과 관리 방법
진료실을 나와서 간호사에게 항암 치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항암 주사에 따른 주요 부작용과 관리 방법 안내문을 보여주며 꼼꼼하게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듣다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이런 부작용 증상들이 내 몸에 나타난다면 견뎌낼 수 있을까? ‘미리 겁내진 말자. 닥치면 어떻게든 해결 방법이 있겠지. 암환자들 대부분이 항암 치료를 견뎌냈으니 나 또한 견딜 수 있을 것이다. 견뎌내야만 하고.’
오심, 구토가 있을 수 있다는 문구에서 멈칫했다. 난 평소 위가 좋지 않아서 오심 증상이 가끔 나타나는 데 항암 주사를 맞으면 많이 심해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많은 항암 환자들이 오심과 구토 식욕부진으로 고생한다는 글을 많이 봤다.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겠구나.’ 생각만으로도 속이 답답한 느낌이었다.
부작용 중 탈모도 있었다. "혹시 탈모 증상이 안 나타나는 사람도 있나요?" 나의 질문에 간호사는 웃으며 말했다. "역시 그 질문이시네요. 유방암으로 항암을 하면 어쩔 수 없어요. 다 탈모 증상은 있습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예외를 바라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자신만은 예외이길 바라나 보다. ‘하긴 탈모 증상이 오면 뭐 어때? 머리카락이야 다시 날 것일 텐데, 제발 항암 주사로 암세포만 사라져라.’ 오심과 구토는 걱정하면서 정작 외면적으로 보여지는 탈모에 대해선 허허 웃을 수 있었다. 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젊은 환자들이 심적으로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탈모라고 하는데, 난 젊지 않아서 가볍게 넘기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 눈앞에 나타난 현실이 아니라서 그런 걸일까? 그때의 느낌으로 ‘탈모는 견뎌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함암 치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후, 암센터 2층에 있는 통합치료센터에 가서 주사 일정을 받았다. 월요일 오전을 원하다고 했더니 시간을 맞춰 주었다. 항암 주사 후 부작용이 나타나면 병원에 올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월요일에 맞고 싶었다. 주사 일정까지 받았으니 정말로 시작이구나. 잘 이겨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