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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iwoogi Mar 15. 2024

휘몰아치는 고통, 그래도 감사하다.

유방암 4차 항암치료_심각한 파클리탁셀  부작용 

항암치료 4차. 2022년 9월 5일 월요일.

4차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위해  담당 의사를 만났다. 의사와의 면담 시간은 고작해야  5분 미만이다. 의사를 만나기 전에 질문할 내용을 적어갔다. 질문 내용을 적어 놓지 않으면 의사 얼굴만 보고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매 진료때마다 내가 적는 내용의 첫 번째는 손과 발의 통증이었다. 3차 항암 이후, 발뿐만 아니라 손까지 뻣뻣하게 굳어졌다. 일상 생활에서 병뚜껑을 따는 것도 힘들었다. “지난번에 다른 교수님에게 처방받은 카발린 캡슐약이 효과가 없어요. 어지럽기만 해서  며칠 먹다가 그 후에 복용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담당 의사는 약을 먹는다고 발 통증이나 증상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약을 복용하지 말라고 했다. 


말초신경병증이 나타나는 원인이 탁셀 계열의 주사 때문인데, 그 주사를 세 번만 더 맞으면 되니까 견뎌보자고 했다. 이미 예견한 답변이었지만, '후'하고 한숨이 나왔다. 혹시라도 병원에 오면 발의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무 한 가닥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을까 기대했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의사의 말에 힘없이 “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의사도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지금까지 잘했으니까 조금만 더 견뎌봅시다”.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네”라는 대답 뿐이었다.  


'세 번만 더 맞으면 되니까.'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지금도 발의 통증때문에 고통스러운데, 세 번의 주사약이 더 들어가면 난 견딜 수 있을까? 머릿속은 앞으로 세 번의 주사를 견디자 생각하였지만, 내 발은 더 강력하게 통증을 보내고 있었다. 

 

   



항암 4차의 부작용. 너무 힘들다. 

항암 4차는 지금까지의 항암 치료 기간 중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조금씩 굳어가던 손가락이 이제는 퉁퉁 붓고 마비되더니 통증의 강도가 심해졌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특히 더 심해졌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생수를 마셨는데, 이 시기엔 병 뚜껑을 여는 것이 힘들었다.  붓고 마비된 손가락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생수를 마시기 위해 남편에게 병 뚜껑을 열어 달라고 했다. 남편은 물을 건네 줄때마다 내 손에서 열이 날때까지 손을 주물러 줬다.  


발은 강도높은 통증과 차가움이 번갈아 나타났다. 한겨울 매서운 찬 바람 속에서 맨발로 얼음 바닥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차가운 발을 날카로운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의 간격이 점점 짧아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발을 따뜻하게 하는 일과 맛사지를 통해 자극을 주는 것, 그리고 전기장판 위에 올려진 차가운 발을 붙잡고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발 온도를 올리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다. 그러나 그런 모든 일들이 순간적인 따뜻함만 줄 뿐이었다.   


또 하나의 힘든 것은 온몸에 흐르는 땀이었다. 9월에 찾아온 늦더위가 며칠 동안 계속돼서 그랬는지 아니면 내 몸의 열이 많아져서인지 알 수 없지만 수시로 땀이 났다. 더위와 땀으로 인해 밤마다 잠자는 것이 힘들었다. 손과 발은 차갑고 시려서 힘든 데, 내 몸은 땀으로 범벅이다. 발은 차가워서 두꺼운 수면 양말을 켜켜이 신어서 보호해야 했고, 몸은  더워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켜 놓은 에어컨 바람을 맞을 수도 없어서 안방 문을 닫고 가끔은 차가운 발을 덥히기 위해 전기장판을 틀어야 했다. 추위와 더위. 어디에 맞춰야 할까?      


다시 나타난 가슴의 멍울

항암 2차 이후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가슴의 멍울이 다시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다. 항암의 부작용이 힘들어도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가슴에 있던 덩어리가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항암 2차 이후에 덩어리가 어디에 있었는지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작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암 4차 이후  멍울이 다시 단단해지는가 싶더니 수시로 겨드랑이 통증까지 나타났다. 불안했다.   


  

2022년 9월 19일 월요일. 드디어 마지막 파클리탁셀 주사.

MRI 촬영과 마지막 파클리탁셀 주사를 맞는 날이었다. 항암 주사약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진행했다. 그중 한가지인 파클리탁셀과 카보플리틴 주사약을 오늘로 마무리한다.  파클리탁셀 주사약이 끝나면 발통증도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 파클리탁셀 주사가 더 반가웠다.  물론 더 부작용이 많고 힘들다는 다른 주사약이 남아있지만, 말초신경병증을 일으키는 탁셀 주사가 끝나서 다행이다. 


그동안 총 12회 투여했던 항암 주사약의 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MRI를 촬영했다. 유방암 환자의 MRI 촬영은 엎드린 자세로 30여분 동안 호흡에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편하지 않다. 힘들던 MRI 촬영을 잘 참을 수 있었던 것은 다시 단단해지는 멍울 주변이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MRI 촬영으로 곧 결과를 알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마지막 파클리탁셀 주사를 맞은 후 손과 발의 시림과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이제는 견디는 방법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다행인 건 여름의 끝자락에 남아있던 더위가 가신 덕분인지 밤마다 고통스럽던 불면증이 조금씩 사라졌다. 


아프기 전에는 밤에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었다. 막상 불면증으로 고생을 해보니, 그 당연한 것이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숙면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휘몰아치는 고통 속에서도 감사할 일은 끊임없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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