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음성 유방암 AC항암 주사 1차
악명높은 빨간약 AC 항암 주사 치료를 시작했다.
2022년 9월 26일. 월요일_AC 항암 1차 주사
삼중음성 유방암 항암 표준 치료는 두 단계의 항암 주사를 했다. 첫번째 파클리탁셀 12차 주사는 종양의 크기를 줄이기 위한 것이고, 두번째 주사인 AC주사는 항암 세포를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12주동안 매주 주사했던 파클리탁셀의 부작용은 손발 저림과 불면증이었다. 그 외에의 부작용은 견딜 수 있는 간단한 것이었다. 주사약이 몸에서 반응하는 주기를 메모해 놓았기 때문에 주사에 대한 반응을 견뎌내는 일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첫번째 주사약은 잘 견뎌냈지만 두번째 주사약에 대해선 두려움이 생겼다. 유방암 카페의 환우들이나 항암 경험자들의 글을 읽어보면 AC 주사의 부작용이 훨씬 힘들다고 했다. 주사를 맞기도 전에 걱정이 되었다. 내가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에 들어서야 하는데, 그 길을 거쳐 간 사람들이 힘들다고들 한다. 작은 두려움과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종양 크기가 많이 줄었어요.
새로운 주사 약을 처방받기 위해 의사 진찰을 먼저 받아야 했다. 파클리탁셀 주사를 끝내고 했던 MRI 촬영 결과도 궁금했다. 혈종과 의사는 MRI 결과를 보니 종양 크기가 많이 줄었고 항암 결과가 좋다고 했다. 나는 왼쪽 겨드랑이의 통증과 멍울 부분이 딱딱해져서 걱정했다고 했다. 의사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이번 진료 때도 여느 때와 똑같은 대화가 오갔다. “다른 건 참을 만한데 손발 저림과 시림이 점점 심해져서 힘들어요.” "손발 저림은 지난번까지 맞았던 파클리탁셀의 부작용인데 그것에 관련된 약을 처방해 줄 수 있으나 큰 효과는 없을 것이고 오히려 다른 부작용이 올 수도 있을 겁니다. 힘들겠지만 오늘부터 주사약이 바뀌니까 조금만 더 참아보죠. 말초신경병증은 증상이 오래갈 수 있어요." “얼마나 오래갈까요? 항암 끝나면 이 증상도 사라질까요?” “그건 장담 못해요. 몇 년을 갈 수도 있어요.”
의사는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부분을 강조했다. ‘헉! 몇 년이라고?’ 제발 어떤 처방이라도 받을 수 있기를 바랬던 마음도 와르르 무너졌다. ‘견딜 수밖에 없다면 견뎌내리라’ 생각하며 진료실을 나왔다.
간호사는 3주 후 일정을 알려주었다. 혈액종양내과 뿐만 아니라 유방 외과 진료를 예약을 해주었다. 수술 일정을 위해 유방 외과 의사의 진료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 수술이라는 말에 큰 안도가 되었다. 수술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희망적인 단어였었던가? 수술 일정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은 항암 주사의 끝이 다가온다는 것이기에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AC 항암 1차 주사 당일_상담실
상담실에서 새로운 항암 치료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약제는 독소루비신(Doxorubicin, Adriamycin) 일명 빨간약을 30분간 정맥주사로 투여한 후, 싸이톡신(Cyclophosphamide)을 30분간 정맥주사로 맞는다고 했다.
이들 약제를 투여한 후 나타날 수 있는 주요 부작용은 오심, 구토, 식욕부진, 구내염, 설사 또는 변비가 올 수 있다고 했다. 골수 기능 저하, 피부 색소 침착, 탈모, 심장 관련 부작용, 방광염, 소변 색 변화. 간 기능 저하, 생식기능 변화도 올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부작용이 모두 오면 온 몸이 난리나겠구나 싶었다.
상담 간호사는 연이어 설명하더니 “여기가 중요해요.” 하면서 별 표시를 했다. 별 표시 내용은 피부 손상 가능성 이었다. 독소루비신 약제로 인해 피부 손상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사 시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그 외에 피로감 흔히 올 수 있는 증상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피부 손상이 있으므로 움직이지 말라는 말에 겁이 났다. 나의 경우는 중심 정맥관인 케모포트를 삽입하지 않고 팔 부위에 직접 혈관 주사를 맞고 있었다. 만약 주사를 맞는 동안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독소루비신이 혈관 밖으로 새어 나갈 수도 있는 것인가? 주사 맞으며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말에 몸이 경직되는 느낌이었다.
주사실에서
이전 주사를 맞을 때와 루틴이 달라졌다. 이번엔 주사를 맞기 전에 병원에서 처방해준 오심 방지약을 한 시간 전에 미리 먹었다. '이 약은 어느 정도로 오심이 심하길래 약 처방을 이렇게 많이 해 주는걸까?' 평소 오심을 잘 느끼는 편이라서 약을 먹으면서 걱정이 앞섰다. 그러다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무조건 정면 돌파하자’.
파클리탁셀 주사 투여할 때도 온갖 부작용을 설명해 줬지만 견딜만 했다. 물론 말초신경병증은 끊임없이 나를 힘들게 하지만 그외는 견딜 수 있었다. 이번에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겪어봐야 알겠지만, 괜찮을 거야. 겁내지 말자.’ 스스로 다독였다. 토닥토닥.
AC 주사약은 특유의 냄새가 있어서 약이 들어가는 동안 역한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주사약이 들어가는 동안 입에 얼음이나 레몬 사탕을 넣고 있으면 좋다는 말을 들었다. 얼음이나 사탕이 빨간약 냄새를 참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병원에 가기 전에 레몬 사탕이나 얼음을 준비할까 생각했지만, 파클리탁셀 주사를 맞을 때처럼 편하게 맞아보기로 했다. 주사를 맞을 때 내 몸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느껴보고, 약 냄새가 올라온다면 무슨 냄새이며 그때의 느낌이 어떤지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다음 주사에서 내 몸에 맞는 대처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파클리탁셀 주사를 맞을 때는 항암 주사에 앞서 부작용 약을 여러 개 투여했는데, 이번엔 부작용 약을 하나만 짧게 투여했다. 그리고 곧바로 AC 항암 주사약을 투여했다. 통합치료실 간호사는 AC 항암 약제가 들어갈 때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이 얘기는 유방암 환우들도, 병원 상담실에서도 계속 들었던 부분이었다. 여러 번 듣다 보니 ‘혹시라도 주사약이 흐를 수도 있나 보다’는 생각에 더욱 긴장되었다. 그래서 주사를 맞기 전에 물을 최대한 적게 마셨다. 주사를 맞는 동안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빨간약 독소루비신이 가늘고 투명한 관을 따라 내 몸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내 몸속에 독하다는 항암 약이 들어가는구나. 독해도 좋다. 제발 내 몸에 있는 나쁜 암 덩어리를 없애다오. 주님, 이 약이 제 몸 안에 들어가 암세포를 모두 없애도록 해주세요.’ 긴장된 마음으로 혼자의 다짐도 해보고,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새롭게 바뀐 주사약으로 인해 혹시 모를 부작용이 나타날까 봐 신경을 곤두세웠다. 파클리탁셀 주사를 맞을 때는 주사 바늘을 꽂음과 동시에 잠을 자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주사 맞을 때의 몸의 변화를 체크하기 위하여 잠을 자지 않고 30분 동안 처음 자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팔을 움직이지 않았고 살짝 쥐고 있던 주먹마저 펴지 못한 채 꼼짝없이 부동자세로 있었다. 나중엔 손에 마비가 오는 느낌이었다. 손을 잠깐이라도 움직이고 싶었으나 바늘이 움직이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손을 쥐었다 폈다 할 수도 없었다.
30여 분이 지났을까? 간호사의 “수고 하셨어요”라는 말을 듣고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이젠 몸을 움직여도 되나요?” 거듭 확인을 한 후 겨우 손을 쥐어 보았다. 두 번째 항암 약인 싸이톡신을 투입하기 전에 식염수로 소독할 때가 되니 긴장이 풀렸다.
빨갛던 독소루비신이 식염수와 섞여서 주황색이 되고 나중에 투명한 색으로 변한 것을 확인한 후 물을 마실 수 있었고, 화장실도 편하게 다녀왔다. 주사를 맞는 동안 약 냄새가 날 거라고 했지만 약 냄새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주사 부위가 아프다거나 가슴 통증 같은 증상 또한 느끼지 못했다. 다만 팔을 움직이지 않고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불편함만 있을 뿐이었다. 부작용의 증상은 개인차가 있으니 다른 사람들의 느낌이 내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 번 경험했다.
내 앞에서 주사를 맞는 젊은 여성이 사탕을 입에 넣는 걸 보았다. 그녀도 빨간약 AC주사를 맞는 듯 했다. 입에 넣은 사탕이 약 냄새를 없애 주길 바랬다. 그 모습을 보면서 두 번째 항암 약인 싸이톡신이 내 몸으로 들어가는 동안 편하게 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