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음성 유방암 AC항암주사 2차, 3차
2022년 10월 17일 월요일. 유방암 AC 항암 2차
AC항암 주사의 부작용으로 다이나믹한 3주를 보내고 다시 주사 맞는 날이 돌아왔다. 항암주사 맞는 날은 어김없이 아침 일찍 병원에 도착하여 혈액검사를 했다. 혈액검사는 간단 과정이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매번 떨리는 마음이다. 혹시라도 호중구 수치가 떨어져서 주사 일정을 미루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그날은 일정이 바쁜 날이었다. 항암 주사 처방을 받기 위해 혈액종양내과 의사를 만나야 했고, 수술 일정을 정하기 위해 유방 외과 의사를 만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먼저 만난 혈액종양내과 의사는 피검사 결과가 괜찮으니 항암 주사를 계획대로 진행하자고 했다. 주사 일정이 미뤄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혈액종양내과의 진료가 예상보다 빨리 끝나서 항암 주사 접수를 미리 해 놓은 후, 유방 외과로 갔다. 진료를 기다리는 대기실은 언제나 환자들로 밀려있다.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병원 올 때마다 느끼게 된다.
유방 외과 의사를 만났다. 지난번 촬영한 MRI 결과에 대하여 “항암 치료를 잘 받았네요. 암 덩어리가 거의 보이지 않고 많이 줄었어요.”라고 했다. 암덩어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감사하다는 말만 연신했다. 그동안의 치료는 혈액종양내과 의사가 해 주었건만 정작 유방 외과 의사에게 거듭 감사함을 표했다. 암 덩어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상대가 누구이건 무조건 감사했다. 몇 번이고 머리를 숙이며 감사의 말을 하고 싶었다. 유방 외과 의사는 “남은 항암 잘하고 수술 때 만나자.”고 말하며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진료실을 나와 상담실에서 수술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암 덩어리 크기가 거의 보이지 않아서 부분 절제로 수술을 할 것이고, 수술을 위한 전체 검사를 12월 16일에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수술 예정일은 12월 27일이므로 하루 전 12월 26일 하게 될 입원을 위한 몇 가지 절차를 알려 주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수술을 받을 수 있구나.’ 이런저런 설명을 듣는 동안 기분이 한결 편안해졌다. 수술 일정을 얘기 수 있다는 것은 항암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술을 받을 단계라는 것에 갑자기 힘이 솟는 듯했다. 앞으로 투여 할 AC 주사약의 부작용이 힘들다고 해도 잘 견뎌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AC 항암 2차 주사실
상담실에서 설명을 듣는 동안 주사실에서 201호실로 입실하라는 문자가 왔다. 10월의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TV 방송에서는 올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고 따듯한 옷차림을 강조했다. 그러나 주사실의 201호실에 들어섰을 때, 그날이 가장 추운 날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주사실은 10월의 따뜻한 햇살을 받아서 밝고 온화한 느낌이었다. 가을날의 햇살만큼 나의 기분은 여전히 좋았다. 암 덩어리가 줄어서 기분이 좋았던 것일까? 곧 다가올 수술에 대해 안내를 받아서일까?
그러나 나의 밝은 기분과 달리 다른 환자들은 예전의 내가 그랬듯 힘없이 누워있거나 잠을 자거나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주사를 맞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오며 생각했다. ‘이번 주사는 잘 지나갈 것 같다’.
AC 2차 주사에서도 얼음이나 사탕을 입에 물지 않고 주사를 맞았다. 주사 맞는 동안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걱정은 많이 줄었다. 여러 번의 주사로 인해 혈관이 좁아졌는지 간호사는 내 손등의 혈관을 톡톡 두드렸다. 왼손 팔 아랫부분은 그동안 여러번의 주사바늘을 견뎌내느라 고생이다. 주사 바늘이 손등의 파란 혈관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움찔하긴 했지만, 기분이 편안해서인지 주사도 아프지 않게 잘 들어갔다. 지난번 독소루비신 약을 처음 투여했을 때는 엄청 긴장을 했지만 이번에는 빨간약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르르 잠이 들었다. 역시 경험자의 여유는 어디에서나 나타나는가 보다. 그렇다고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혹시라도 손을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닌지 자면서도 신경이 쓰였다. 자다가 잠깐씩 눈이 떠졌다. 다행히 이번에도 빨간약이 들어가는 동안 어떠한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싸이톡신 주사약을 주입할 때부터 식염수로 마무리할 때까지 깊은 잠에 취한 덕분에 편한 시간이었다. AC 1차에 비해 시간도 짧게 걸린 듯했다.
함암 후 처음으로 빵을 먹었다.
이른 아침에 병원에 도착하여 혈액검사를 받고, 혈종과 및 유방 외과 의사를 만나고, 항암 주사까지 맞는 계속된 일정을 끝내고 나니 배가 고팠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암 병동 지하로 내려갔다. 식사를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에 카페에서 호밀빵을 샀다. 항암 후 빵을 먹지 않았다. 암세포가 당 성분을 좋아한다는 글을 보았기 때문이다. 음식에도 설탕을 거의 넣지 않았고, 빵이나 과자 음료는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암 치료 시작한 후 처음으로 빵을 먹은 것이다. 나름 건강을 생각해서 고른 것이 호밀빵이었기에 달거나 부드럽지는 않았다. 2쪽의 양으로 만족했다. 그래도 빵은 언제나 맛있다!
AC 항암 2차 주사 후_집에 돌아와서
집에 돌아오니 오후 3시쯤 되었다. 병원에서 먹은 호밀빵 덕분에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식탁에 있는 홍시를 보니 참을 수가 없어서 하나를 먹었다.
내가 주사를 맞는 동안 남편은 병원 근처에 있는 가락시장에 가서 과일, 고기, 생선, 싱싱한 채소를 사 왔다. 치료받는 동안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잘 먹어야 한다며 남편은 수시로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내가 먹을 만한 것들을 사 왔다. 평소 홍시를 즐겨 먹는 나를 위해 남편은 오늘도 크고 맛있어 보이는 홍시를 사 온 것이다. 홍시는 부드럽고 시원한 맛도 있어서 항암 주사 맞은 후 먹으니 속이 편하고 든든하기까지 했다. 피곤함이 느껴져서 잠깐 쉬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그대로 깊은 잠이 들었다.
한 시간 정도의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컨디션이 훨씬 좋아져서 가볍게 집안일을 하고, 남편과 함께 아파트 정원을 걸었다. TV에서 본 일기 예보대로 10월의 바람인데도 평소보다 차가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소화될 정도로만 가볍게 걷고 들어왔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데 속이 약간 울렁거리는 느낌이 올라왔다. 얼른 맥페란 2알을 챙겨 먹었다. 저녁엔 미역국, 두부, 계란찜, 갈치 조림과 같은 부드러운 음식을 먹었고 평소에 먹던 양보다 줄여서 꼭꼭 씹어서 삼켰다.
역시 이날 저녁에 잠이 쉽게 들지 않았고 새벽에 땀을 많이 흘리며 몇 번을 깨고 나서 아침을 맞이했다. 3주 동안의 부작용은 첫 번째 주사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음식과 물 맛이 비릿하고 쇠붙이 냄새가 심해서 먹는 것이 고역이었다.
2022년 11월 7일 월요일 -AC 항암 3차 주사
주사당일은 같은 루틴으로 진행되었다. 진료 시간 2시간 전에 병원에 도착하여 혈액 검사를 마치고 혈액종양내과 진료를 위한 접수와 혈압 및 몸무게 측정까지 마치고 나면 편하게 쉴 수 있었다. 그날은 운 좋게 암센터 2층 복도에 늘어선 푹신한 창가 자리의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편하게 다리를 뻗을 수도 있고 넓은 창을 통해 예쁜 가을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이라서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혹시나 자리가 있는지 가장 먼저 살펴보는 곳이다. 항상 만석인데 그날따라 빈 자리가 있어서 횡재한 기분이었다. 빈 의자 하나에도 행복함을 느끼는 걸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엄청 대단한 일이 있어야 행복한 건 아닌듯 하다.
그곳에 앉아서 삼성병원 산책길의 단풍 든 나무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웠다. 유방암을 진단받고 첫 항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했던 날도 창가 자리에 앉아서 내 순서를 기다렸다. 그날은 세차게 내리는 여름비를 바라보며 항암 치료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하며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대해 걱정했었다. ‘그런데 벌써 7회차 주사를 맞는 날이 되었구나. 잘 견뎌냈다. 애썼어.’ 스스로 위안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알림 문자를 받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점점 결과가 좋아진다
담당 의사는 “지난번 피검사보다 오늘의 결과가 더 좋아요. 지금까지 잘 왔으니 오늘도 주사 잘 맞고 가요.” 무덤덤한 듯 말했지만, 그 말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혈액검사 무사통과다.” 남편과 진료실을 나오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 주사실 접수를 하고 약국에서 오심약을 받아왔다. 아침 식사를 했는데도 배가 고파서 병원 지하 식당에서 갈비탕 한 그릇을 남편과 나눠 먹었다. 지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서도 1시간 30분 정도를 더 기다리니 주사실 호출 문자가 왔다. 병원을 다니는 동안 기다림에 익숙해졌다. 지난번 주사 맞을 때와 같은 201호실이었다. 간호사들은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친절했고, 주사도 아프지 않게 놓아주었다. 이번 주사 때도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 첫 번째 주사약인 독소루비신 일명 빨간 약이 들어갈 때는 잠이 오지 않았으나, 두 번째 주사약인 싸이톡산 주사약이 들어갈 때부터는 깊은 잠에 빠졌다. 시간도 짧고 별다른 부작용도 없어서였는지 AC 주사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AC 항암 3차 주사_집에 돌아와서
집에 돌아와서 간단하게 과일을 먹고, 오후 4시쯤 아파트 정원을 걸었다. AC 1차와 2차에 비해 컨디션이 더 좋았다. 11월의 가을 단풍은 더없이 아름다웠고, 뒹구는 낙엽마저 예쁘다. 기분좋게 주사를 맞아서였는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만큼 내 마음도 깨끗해진 느낌이어서 걷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한여름에 항암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찬바람이 불고 낙엽이 뒹굴었다. 주어진 상황에 대처하다보니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갔다.
6000보 정도 걸은 후 집에 돌아와서 족욕을 하고 1시간 정도 깊은 잠을 잤다. 아주 기분 좋은 잠이었다. 계란말이와 두부, 시금치, 닭고기 야채 볶음으로 가볍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한번 남편과 저녁 산책을 했다. 걸을 수 있다면 무조건 걸었다. 할 수 있는 운동이 걷는 것 뿐이었다. 이 시기엔 혼자 힘으로 걷기 어려운 날이 많았다. 그럴때마다 남편의 부축을 받고 걸었다. 기력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손발이 붓고 시리고 찌르는듯한 통증은 점점 강해졌다. 그러나 AC 3차 주사의 부작용은 견딜만 했다. 주사 후 6일째부터 3, 4일 동안의 고통은 어김없이 나타났지만 이전에 비해 수월하게 견뎌냈다. 항암을 견뎌내는 노하우가 생긴 것일까? 고통의 시간 속에서 삶의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이 늘어갔다.
이제 항암 주사 한번만 더 맞으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