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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iwoogi Apr 26. 2024

유방암 수술 전 검사를 받던 날.

삼중음성 유방암 수술을 받기 위한 준비.


2022. 12월 16일. 금요일

유방암 수술을 위한 준비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갔다. 

전날 내린 눈과 암 병원 로비에 있는 대형 트리가 크리스마스와 연말임을 알려주었다. 세밑 분위기에 들떠있던 여느 해와 달리, 병원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바라보는 마음은 복잡했다. 


수술 예정 날짜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이었는데 병원에서 조금 앞당겨서 20일에 하자는 연락이 왔다. 일찍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무조건 가능하다고 했다.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불안한 마음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않고 싶었다.  


삼성 병원에 가는 길에 구청에 들러 코로나 검사를 했다. 코로나 시국이었으므로 코로나 증상이 없어야 병원에 입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병원에서 하는 어떤 검사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항상 불안했다. 검사를 받는 당시에 코로나 증상이 전혀 증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무증상 코로나로 인해 수술을 못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수술 전 검사는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온종일 병원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진행되었다. 유방검사실에서 초음파와 X선 검사를 위한 접수를 했다. 내 순번까지는 2시간 정도 밀려있었기 때문에 1층 방사선과에서 가슴 X선을 먼저 촬영했다. 1층에서 가슴 X선 촬영을 받고 난 후 다시 2시간여를 더 기다린 후 초음파를 받을 수 있었다. 요즘 종합병원의 환자가 많아서 어떤 검사든지 많이 밀려있다고 하더니, 삼성 병원 유방검사실의 대기는 끝이 없을 정도로 많았다. 다음으로 예약된 MRI 시간에 맞추지 못할까 봐 시간을 계속 확인하고 있었더니 MRI 촬영 시간에 늦지 않게 상황 맞춰 보겠다고 간호사가 말했다. 환자가 신경 쓰지 않도록 병원 내에서 시간을 조율해 주는 시스템이 맘에 들었다. 



초음파실에 있는 의사도 끝없이 이어지는 환자를 보느라 많이 지친 듯했다. 남은 환자가 몇 명인지 확인하는 듯하더니 “아직도 멀었네.” 하며 한숨을 쉬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환자나 안에서 진료하는 의사나 모두 힘든 시간이었다. 초음파 검사를 하는 의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며칠 전부터 다른 부위에서 작은 무언가가 잡혀서 신경이 쓰여요”라고 했더니 “처음 발생했던 암 부위는 거의 형태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내가 말한 부위를 쓱 한 번 보더니 별거 아니라고 했다. 친절함은 없었지만 내 상태가 좋다고 해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오후 12시 30분. MRI 촬영을 위해 지하 3층으로 갔다. 수술 전 검사를 받기 전부터 생각만 해도 괴로운 것이 유방 MRI 촬영이었다. MRI 촬영 도중에 조영제를 투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두꺼운 주사를 손등에 꽂아야 한다. 두꺼운 바늘을 꽂는 것도 아프지만 더 두려운 것은  통 안에 엎드려 있어야 하는 것이다.  30여 분 동안 통 안에 엎드려서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징징거리고 윙윙거리는 기계 소리를 들으며 엎드려 있어야 하는 것이 고통이었다. 자세라도 편하면 견딜 수 있겠는데, 엎드린 자세는 너무 불편했다. 그런데다 몸을 움직이면 다시 해야 하므로 움직이지 말라고 하니 더 신경이 쓰이고 힘들었다. 며칠 전 지인과 통화 중에 “MRI 촬영은 생각만 해도 괜스레 몸이 움찔움찔해지며 불편하다”라고 했더니 “MRI 촬영은 통속에 들어가서 눈 감고 자면 되는 것 아냐? 그냥 눈감고 누워있으면 된다고 하던데.” 지인이 알고 있는 것처럼 MRI 촬영이 쉽게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유방 mri 촬영 과정을 몰랐더라면 겁먹을 일이 없었을까? 지난번 촬영 때 30분 동안 통 안에 갇혀 있는 답답한 느낌을 기억하며, 잔뜩 겁을 먹고 통 안에 엎드려 있었다. 통속에 들어가서 '얼마나 더 있어야 할까? 주기도문을 암송할까? 아니면 무슨 생각을 해야 30분을 견딜 수 있을까?' 생각했다. 수학 강의 하는 과정을 생각하며 이차방정식 근의 공식을 유도하는 장면을 생각해 봤다. 윙윙거리는 소리 때문인지 자기장의 영향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생각의 흐름을 컨트롤할 수가 없었다. '아, 괴로운 시간이다.' 하는 순간 헤드폰에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오며 간호사가 헤드폰을 벗겨주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시간이 짧은 건가요?”라고 물어보니 다른 때와 같다고 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걱정했던 MRI 촬영이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지 않게 끝났다. 무거운 마음으로 기다렸던 mri  촬영이 끝나고 나니 하루의 고단함도 잊히는 듯했다. 



엎드린 자세로 30분 동안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mri  촬영에 이어 지하 1층 핵의학실에서 전신 뼈 검사를 위한 주사를 맞고 다시 2층으로 올라와 심장 초음파, 심전도, 폐 기능 검사를 했다. 아침부터 금식으로 인해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1층, 2층, 지하층까지 온종일 병원 곳곳을 휘젓고 다녔다. 채혈실에 갔더니 피를 거의 10통 가까이 뽑는 듯했다. “안 그래도 배고파서 힘도 없는데 피를 왜 이리 많이 뽑아내는 거야. 이렇게 피를 많이 뽑아서 나 빈혈 오는 건 아니겠지?” 남편과 실없는 농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주사를 싫어하는 데 온종일 검사하느라 내 팔과 손등 위엔 온통 주사 바늘 잔치다. 간호사는 무심하게도 여기저기 주사를 꾹꾹 쑤셔 넣는다. 참으려 해도 여전히 아팠다.     



1층 CT실에서 복부와 가슴을 촬영을 위해 접수를 했다. 간호사는 물을 3컵 마시라고 했다. “금식 중인데 괜찮아요?” 물었더니 “괜찮아요. 물 3컵을 모두 마셔야 해요.”라고 간호사가 말했다. 허기져서 등가죽에 붙은 것 같은 배에 뭐라도 채우고 싶었는데 물을 마시라고 하니 살 것 같았다. 



CT 촬영은 MRI와 달리 반드하게 누워있기 때문에 힘든 것은 없었다. 그러나 주사를 통해 들어가는 뜨끈한 조영제 퍼지는 느낌은 여전히 좋진 않다. 그러나 싫다 정도의 느낌이기 때문에 힘들 건 없었다. CT 촬영을 끝으로 드디어 금식이 풀렸다. 긴 시간 동안 검사받는 것에 지쳐서인지 배고픔과 별개로 입맛이 없었다. 그나마 후루룩 먹을 수 있는 쌀국수를 먹을 생각에 지하 식당에 내려갔으나 하필 브레이크타임이라서 주문할 수 없었다. 옆에 있는 교수 식당에 가서 소고기 불고기를 시키면서, “나는 많이 못 먹을 것 같으니까 당신이 내 것까지 먹어야 해요.”하며 남편에게 내가 시킨 불고기도 먹을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응, 알겠어. 배고프니까 일단 시키자.” 그런데 막상 먹기 시작하니 한 그릇 뚝딱이다. 남편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당신 안 먹는다고 하면서 음식 먹기 시작하면 끝을 보잖아.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어. 배고프니까 많이 먹어.” 입맛이 없어서 안 먹고 싶다고 손사래까지 쳤는데 민망했다. 에잇, 간사한 입맛!

       


식사 후 한 시간 이상을 더 기다려서 뼈 검사를 받았다. 전신 뼈 검사는 주사 맞은 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하므로 앞의 검사들이 일찍 끝났어도 뼈 검사는 시간을 앞당길 수 없다고 했다. 그나마 전신 뼈 검사는 반듯하게 누워만 있으므로 환자가 힘들거나 아플 일은 없었다. 오히려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림의 연속이었던 시간과 복잡했던 하루의 움직임에 지치고 힘들었는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설핏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더니 검사가 끝났다고 했다. 드디어 온종일 병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받았던 수술 전 검사가 끝이 났다.



몸은 무척 피곤했지만, 수술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수술 전 검사 결과가 잘 나오길 바랄 뿐이다. 


수술 전 검사까지 마무리했으니 사흘 후에 있을 수술이 잘 될 수 있도록 잘 먹고, 많이 걸어서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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