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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iwoogi May 03. 2024

눈 내리는 날, 유방암 수술

삼중음성 유방암 수술

2022년 12월 19일 수술 전날.

입원을 위해 병원에 가려고 집에서 준비하고 있을 때, 2인실 병실에 배정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즈음 종합병원 환자가 급증하여 입원실을 배정받지 못하고 복도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는 후기 글이 많았다. 그런데 병원 도착하기도 전에 병실 배정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병실 부족이 뜬소문이었는지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걱정은 덜 수 있었다. 


병실에 입실하기 전,  유방 외과 담당의사를 만났다. 진료 시간이 짧아서 자세하게 질문할 수 없었고, 수술 방법에 대한 설명 내용이 어려워서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듣고 나왔다.

 “암 덩어리의 크기가 많이 작아져서 부분 절제로 수술할 것이다.” 나는 다른 어떤 말보다 그 말이면 됐다. 어차피 수술은 담당 교수님이 잘해 줄 것이라 믿었다. "꿈 잘 꾸고 내일 만나자" 며 교수님은 가벼운 미소를 보이며 진료를 마쳤다. 담당 교수님의 밝은 미소는 내 수술의 결과인 양 내 마음도 가벼워졌다.     


입원실 입실.

진료실을 나와 암센터 5층으로 올라가 입원 수속을 했다. 2개의 침대가 있는 2인실 병실이었고 내 자리는 창가 쪽이었다. 버스나 기차를 타도 창가 쪽을 좋아하는 나는 수술을 위해 들어온 병실의 침대가 창가 쪽이라고 좋아했다. 마치 여행 온 사람처럼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감상했다. 항암주사를 맞으러 다닐 때마다 임시 주차를 했던 주차장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주사실에서 내 이름을 부를 때까지 두세 시간을 기다릴 때 가끔은 차 안에서 누워있었던 곳이다. 이제 긴 항암의 시간을 끝내고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간단하게 준비해 온 짐을 풀고 있을 때 간호사가 들어왔다. 간호사에게 받은 환자 문진표를 작성하여 간호사실에 제출하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니 수술을 한다는 것이 실감 났다. 입원 병동에 있는 간호사들은 아주 친절했다. 내일 수술에 대하여 이런저런 안내를 해 주고, 혈압을 쟀다. 평소에도 저혈압이었지만, 혈압이 더 낮게 나온다며 다시 측정하기 전까지 다리를 베개 위에 높게 올리고 있으라고 했다. 그 후 다시 측정해 봐도 여전히 저혈압이었지만 좀 전보다는 약간 높게 나왔고 평소와 비슷한 값이라며 계속 다리를 높게 올리라고 했다.


수술을 위한 주사를 놓고, 혈액 응고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했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동안 주사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는 주사 바늘이다. 이른 저녁 식사가 나왔는데 반찬이 부실했다. 반찬을 다 먹었는데도 밥이 2/3가 남았다. 환자인 내가 식탐이 많은 것일까? 삼성 병원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만족스러운데, 식사만큼은 아쉬움이 있었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없이     

 



수술 당일 아침 5시에 링거를 맞았다. 나를 수술할 담당 의사는 당일 6명의 환자를 수술할 예정이라고 했다. 나는 두 번째 수술 예정이므로 오전 10시쯤 수술실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오전 8시 30분쯤 유방 수술 전 과정인 바늘 정위법과 감시림프절 염색 영상 검사를 했다.     


유방 수술 전 바늘 정위법이란?

초음파 또는 유방 촬영 기계 유도하에 병변을 확인하고 

그 부위를 특수 바늘로 표시하여 수술에 도움을 주는 시술이다.

피부 밖으로 조그만 바늘이 나와 있고 거즈로 덮여있다.


바늘 정위법은 2층 유방검사실 내 초음파실에서 했다. 유방암 확인을 위해 처음 동네 병원에서 했던 조직검사나 클립 삽입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으며 큰 통증은 없었다. 담당 의사는 시술 후 위치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X선 촬영을 한 후 마무리했다.     


감시림프절 염색 영상 검사란?

감시림프절이란 암세포가 암 발병 부위 근처의 림프절로 전이될 때 

첫 번째로 도달하는 림프절을 말한다.

눈으로는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방사성 동위원소나 염료를 사용해서 찾기 위한 검사이다.

감시림프절 염색 영상 검사는 일차적으로 발생했다고 생각되는 

유방암 부위에 약물(방사성 동위원소나 염료)을 주사한 다음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촬영을 한다.

검사 부위에 약물 투여 시 통증이 있을 수 있다.

검사 후 방사성 동위원소나 투여된 염료는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검사 당일 소변 색이 일시적으로 초록색 혹은 파란색으로 변할 수 있지만 인체에 해롭지 않다.   


  

지하 1층 핵의학실에서 감시림프절 염색을 위한 주사를 맞았다. 이 주사가 아프다는 내용이 많아서 주사를 싫어하는 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괜한 걱정이었다. 채혈할 때 맞는 주사보다도 아프지 않았다. 간호사에게 "겁먹었는데. 생각보다 아프지 않아요" 했더니 "아파하시는 분들은 많이 아파하더라고요. 근데 괜찮으시죠?" 했다. 아플까 봐 걱정하며 맘 졸였던 주사가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감시림프절 염색을 위한 주사 후 촬영을 기다리는데 수술실에서 연락이 왔다. 서둘러 감시림프절 염색 영상 촬영을 한 후 휠체어에 탄 채로 3층 수술실로 올라갔다. 남편은 휠체어에 앉아있는 내 손을 꼭 쥐고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드디어 수술!


새벽부터 일어나 나와 계속 함께 이동했던 남편과 3층 수술실 입구에서 헤어졌다. “잘 받고 와. 기다리고 있을게.” “당신 좀 쉬고 있어요. 잘 받고 나올게요.” 남편과 헤어지고 수술실로 들어가니 살짝 걱정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그곳엔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초록색 천을 몸에 두르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나를 담당하는 간호사가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그 간호사는 다른 사람들이 두르고 있는 것과 같은 초록색 천으로 내 몸을 감싸 주었다. 초록색 천조각은 건조기에서 막 꺼낸 것처럼 따뜻하게 보슬거리는 느낌이 좋았다. 수술실이라 그런지 조금은 서늘한 느낌이었는데 초록색 천을 두르니 따뜻한 온기가 온몸에 전달되었다. 간호사에게 “제가 발이 차가워서 수술할 때도 걱정이 됩니다.” 했더니 따뜻한 초록색 천을 하나 더 가져와서 발을 감싸주었다.    

 

곧바로 간호사는 내가 탄 휠체어를 밀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모든 게 신기했던 나는 두리번거리며 수술실 복도와 내부를 구경했다. 복도 양쪽으로 수술실이 많았다. 아픈 사람들이 정말 많은 가 보다.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작은 수술실을 생각했는데, 내가 들어간 수술실은 넓었다. 수술실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밝고 환했으며 청결했다. 그곳에서는 많은 간호사들이 수술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수술대에 올라가서 누우니 누군가가 따뜻한 천으로 다시 한번 몸을 감싸주었다. 따뜻한 수술 침대와 친절한 간호사의 응대만으로도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간호사 한 명이 내 입에 호흡기를 씌워주었다. "이게 마취인가요?" 했더니 "아닙니다. 호흡기입니다. 마취는 곧 시작합니다" 이 말이 끝이었다. 그 이후엔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



회복실.     


눈을 떠보니 회복실이었다. 수술이 끝난 것이다. 와, 정말 자고 일어나면 끝나는 것이 수술이고, 치료과정 중에서 가장 쉬운 것이 수술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희미한 정신으로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20분 즈음이었다.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 수술이었나 보다. 정신을 차리고 내 몸에 배액관이 달려 있는지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배액관 없이 회복실에 왔다. 배액관이 없으면 회복이 빠르다는 글을 많이 봤기 때문에 배액관의 여부가 궁금했다. 배액관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수술이 잘 된 듯하여 편한 마음이었다. 회복실에서 호흡 연습을 했다. 약간의 통증이 있다고 말했더니 주사를 놓아주었다. 한 시간 정도 회복실에 머물다 병실로 올라왔다.     


입원실로 돌아오다.


가끔 간호사가 와서 상처 부위를 보고 맥박과 산소 포화도를 체크했다. 오후 2시까지 잠을 자지 말고 계속 깊은 호흡을 하라고 했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자꾸만 눈이 감겼다.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드는 가 싶으면 옆에서 남편이 잠을 깨웠고 계속 호흡을 해야 한다며 채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졸렸다. 비몽사몽의 상황에서도 간호사가 알려 준 깊은 호흡을 계속했다. 


드디어 오후 2시가 되었다. 호흡을 멈추고 잠을 잘 수 있었다. 꿀보다 달콤한 잠을 한 시간 정도 푹 잤다. 담당 교수의 회진 시간이 다가오자 내 수술 결과가 궁금해졌다.  교수님은 밝은 웃음을 보이며 수술은 잘 되었고 수술 부위에서 암세포는 보이지 않았으며 림프절에서도 깨끗하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진료 때 설명해 줄 수 있으나 “좋은 소식 기다려 보자”라고 했다. 


수술 후 첫 번째로 힘들었던 건 소변을 보는 것이었다. 간호사는 오후 4시까지 소변을 보고 소변량을 체크하라고 했다. 소변량을 체크하기 전까지는 물을 마시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 봐도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억지로 생리 현상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일인데 간호사는 소변양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오후 4시가 조금 지나자 간호사는 소변이 너무 나오지 않으니 초음파로 방광에 모여 있는 소변량을 체크해 보겠다고 했다. 확인 결과 190ml로 양이 적어서 나오지 않는다며 물을 마시고 저녁 식사 전에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양을 체크해 달라고 했다. 그 후 물을 마시니 자연스럽게 첫 소변을 볼 수 있었다. 미리 물을 마시게 해 줬더라면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랬더라면 방광에도 모여지지 않은 소변을 보겠다며 오후 내내 억지로 힘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수술 환자이므로 저녁에 죽을 먹었다. 저녁 식사 이후에도 큰 통증은 없었지만 밤새 한 시간 간격으로 잠을 깨는 것이 힘들었다. 호흡을 위해 목에 호흡줄을 넣었다고 했는데 그 때문인지 목이 타는 듯한 느낌이어서 계속 물을 마셔야 했기 때문이다. 물을 자주 마시다 보니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물 마시느라 화장실 가느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너무 자주 가다 보니 나중엔 옆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에게 미안했다. 목이 타는 느낌과 화장실에 가느라 여러 번 잠에서 깬 것을 제외하면 수술 후 큰 불편함은 없었다. 


     

퇴원

퇴원 날 아침에 눈이 많이 내렸다. 남편은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럽겠다며 나를 데리고 안전하게 집에 갈 걱정을 했다. 눈 내리는 모습을 좋아하는 나는 창문에 붙어서 눈 덮인 병원의 산책로를 바라봤다. 눈이 많이 내리는 걸 보니 내 수술  결과도 좋을 거라며 논리에 맞지도 않은 말을 하며 나는 퇴원 준비를 했다.  5층 담당 의사가 와서 상처 부위를 소독해 주었고, 뒤이어 담당 간호사가 퇴원 후의 주의사항과 복용할 약에 대하여 설명했다. 엔테론정(vitis vinifera) 150mg 15일분. 림프부종의 보조요법이므로 아침, 저녁 식후 1알씩 꼭 복용할 약이다. 모티리톤(motilitone) 30mg 위장 운동 촉진제이며 필요에 의해 아침, 점심, 저녁 식후 1알씩 복용하고, 써스펜이알서방정(acetaminophen) 650mg은 해열진통제이므로 이 약도 필요하다면 아침, 점심, 저녁 식후 1알씩 복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상처 부위 관리 시 주의할 사항과 샤워 방법, 팔 운동에 대한 설명을 했다. 


수술 부위에 자극이 가면 안 될까 봐 팔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의사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팔을 움직여서 가동 범위를 넓혀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집에 가서도 계속 팔 올리는 운동을 하라고 했다. 열심히 운동하리라. 그래서 수술 후 회복이 빠르게 되도록 할 것이다.


드디어 퇴원이다. 나는 눈 내리는 모습이나 눈 쌓여 있는 풍경을 좋아한다. 수술 결과 림프관 전이도 없이 깨끗하고 배액관 없이 깔끔하게 퇴원해서 좋다.  게다가 남편이 운전하는 편안한 차 안에서 눈 쌓인 풍경까지 볼 수 있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내 콧노래를 불렀다. 집에 들어오니 더 좋다. 퇴근하고 집에 온 아들은 “엄마 고생 많았죠. 수술 잘 되었으니까..”하며 나를 안아주었다. 항암 주사 치료와 수술까지 마치고 나니 일상에 조금씩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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