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늘 당신을 배신한다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늘.

by 핵추남


사람이란 참 얕다.


아플 땐 그렇게 건강하겠다며 다짐을 하더니

아픈 게 좀 나으면 언제 그랬냐며 잊고 산다.

건강은 당신의 믿음에 따라주지 않는다.


어느 순간 우리의 몸은 고장 나고 늙어 있다.

어제까지 괜찮던 다리는 오늘따라 이상하게 불편하다.

점점 딱딱한 음식을 씹기가 어려워 부드러운 음식을 찾게 된다.

그렇게 매운 음식을 좋아하던 친구는 요새 맑은 국물만 먹는다고 한다.


부단히 노력하여 건강을 유지한다고 믿지만 1년 전 지금과 비교하면 나의 기력은 매우 떨어져 있다. 아쉽게도 우리의 몸은 새것으로 교체가 안된다.


오랜만에 피가 흘렀다.

조금 지나면 낫겠지 하고 두었는데 점점 심해진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병원을 찾아간다.

가기 전 증상에 대해 검색하면 온갖 정보들이 두려움을 준다.


모르면 무섭지도 않은데. 정보의 홍수는 사람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의료지식이 대표적이다.

검색 결과만 보면 주위엔 모두 희귀병 환자들이다.



키스를 자주 하면 건강해진다고 한다



의사의 진단은 5분 만에 끝났고 의료보험이 안되는 항목은 몇만 원을 내게 한다.


돈 벌기는 어렵고 쓰기는 이리도 쉽다.






의료기술의 발전은 건강함을 증진시킨 게 아니라 수명만 늘렸다고 불평한 적이 있다.(팩트는 아니다. 실제로 의료기술의 발전은 영양적 균형과 다양한 질병에 극복을 가능하게 했다.) 늙은 몸으로 오래 살게 되었다는 말이다.


동시에 죽음은 피해야 할 것, 이겨내야 할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마 요새 집에서 장례를 치른다고 하면 동네에서 난리가 날 거다.


죽음은 그렇게 가까이 있어서는 안 될 부자연스러운 게 되어 버렸다.




할머니가 위독했다. 갑작스러운 하반신 마비, 침투된 세균과 염증수치 증가.

하루가 어려울 거라고 혹은 일주일이 쉽지 않을 거라고.


다행인지 삶에 의지가 강한 당신과 진보된 의료기술은 고비를 넘실 수 있게 도와줬다. 마음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앞으로의 경제적 부담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불안함은 걱정스럽다. 위 단락의 생각을 복기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에 남아있는 자로 하여금 생각을 정리하고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준 듯도 하다.


이렇게 덤덤하게 말하는 것조차 어색하게 여겨질 정도로 이 시대의 죽음이란 삶에서 꽤나 멀어졌다.




나의 부모가 지금의 할머니 즈음 되었을 때 나의 나이는 어떤가?


그렇게 생각해 보니 갑자기 이기적이게 된다.

평균수명이 환갑 전후는 인생을 살고 떠나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다.

더 살고 싶다. 더 건강히 그리고 여유 있게.

건전한 생각으로 전환되기보다는 욕망을 부추긴다.


'더 좋은 것 먹고, 더 돈을 벌고, 더 편히 살아야 한다, 나만이라도...'



장마로 인한 폭우로 날씨가 좋지 않아 잠시 우울해진 것이 분명하다.


부모님께 선물 드렸던 책을 다시 펼쳐봐야겠다.



이젠 내가 다시 봐야 할 책이다. 부모님께 선물 드린 것이 건방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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