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어제 우연히 점심 식사 자리에 초대받았다가,
그와 그녀가 나에게 미안해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나에게 직접 연락을 못하고 있는 것이고, 사실은 미안해한다고..
그러기엔,
나는 남편이라는 소통 채널을 열어 놓았었고, '연락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하는 메모를 남겨두어도 되었을 텐데. 그들은 역시 바쁘다는 핑계로 (진짜 바쁠 수도 있다.) 연락조차 주지 않은 것이었다.
그 핑계가 무엇이든 간에 나는 '역시 필요 없는 존재'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이 조직에 늘어나고 있다.
파견될 인력 3명 제외해도 3명 더 추가되었으니까.
진작에.. 내가 이렇게 되기 전에 1명이라도 붙여줬음 어땠을까?
짙은 아쉬움을 숨길 수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혹자는 이야기한다. 왜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느냐고.
근데,
나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그 일이 좋았고,
내 손으로 시작했었고,
사업을 배우는 것이 재밌었다.
일이 싫어서, 나랑 안 맞아서 그만두려던 게 아니라서인지
잘됐으면 좋겠으면서도..
나 없이 잘되는 게 싫기도 하다..
이런 나의 생각 역시, 나의 욕심이겠지?
소를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냥 소를 늘렸을 뿐...
솔직히 내가 후회를 하고 있는지조차도 잘 모르겠다.
외양간은 고쳐지지 않았다.
늘어난 소도 언젠간 잃게 되겠지.
제약회사에서 R&D를 하다 전혀 새로운 분야로 이직을 하게 된 허양은 바이오/제약분야에 ‘전문가’ 란 이유로 관련된 이슈에 관한 것이라면 모든 일을 해야 했다.
마켓 리서치, 보고서 작성 기타 등등.
그중 M&A 는 정말 맨 땅에 헤딩하듯 처음부터 일궈내야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들이 배움이었고 좋았다. 그래서 애착이 컸다.
자신이 떠난 사이 과실을 다른 사람이 가져갈까?
그 과실을 자신이 따기 위해 돌아가야 할까?
그렇기엔 이미 너무 고장 나 버린 것 아닐까?
이렇게 고장 나도록 둔 그와 그녀가 너무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