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애
#형수님께_24년 3월 어느 날
안뇽하세요 형수님, 이번주에 심리상담받고 와서 형수님께 꼭 쓰고 싶은 글이 있었어요. 원래 감성대로 라면, 편지로 전달드리는 게 맡는데, 요즘은 디지털 노마드로 전환 중이라, 그냥 이렇게 적습니다. ㅎㅎ
이번주 심리상담에서는 심한 감정 폭발이 없어서 그랬는지, 다행히도 선생님과 했던 말들이 기억나더라고요.
그중에 ‘창조적 절망감’이라는 말이 너무 좋아서 공유드려요. 물론 좀 있어 보여서, 맘에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요.
인간이 너무나 슬프고, 지치고, 우울한 시간을 지속적으로 보내게 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 오는 것은 인간의 몸이 보내는 당연한 신호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내가 나를 돌보고 돌아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고, 이는 인간에게 또 다른 시작,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내용이랍니다.
요즘은 무조건 적으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긍정으로 지금 상황을 회피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지금 있는 그대로의 제 상태를 꾸준히 기록하고, 우울하면 우울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피곤하면 피곤한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정말 신생아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곳저곳 병원도 많이 다니다 보니 많이 피로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지켜보고, 미래를 조금씩 설계하면서, 저를 더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점은 너무 좋습니다.
감정들이 너무나도 깊이 얽혀 있는 것들이 많아, 아마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받아 들이려구요. ㅎㅎ
내일은 드디어 출국이에요.
제가 또 누나 생각날 때마다, 이렇게 적으려고요. 저희 ‘창조적 절망감’의 시기를 같이 보내는 동지 이잖아요 ㅎㅎ. 꼭 자신을 많이 사랑해 주세요~
#나의 환우 ㅇㅇ이에게 (2024.3월 어느 날)
'창조적 절망감' 너무 좋다. '절망감'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 부정적인 단어인데, '창조적'을 붙이니까 조금은 희망적인 느낌, 용기를 주는 느낌이랄까? 멋있어서 좋아하면 어때~ 너가 좋으면 좋은 거지.
너가 써준 말에 여러 부분이 참 공감이 많이 간다. 일부러 긍정적이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도, 갓난아이처럼 살고 있다는 말도, 병원을 많이 다니는 것도, 그래서 지친다는 말도.
나는! 너랑 비슷하게 살고 있어. 매일 불안했다가, 우울했다가, 기뻤다가, 즐거웠다가, 감동했다가, 다시 절망했다가.
하지만 분명한 건 너랑 나는 뿌리에 있는 긍정적 에너지 때문에 결국엔(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길고 굽어진 터널을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옆에는 항상 곁에서 지켜봐 주는 너의 형이자 나의 남편이 있다는 것.
매일매일 뭘 해야 되나, 뭘 안 해도 되나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나도 그러려구. 급하게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고 살아보려고.
돈이야 또 벌면 되고, 미래의 성숙해진 나에게 미리 빚지지머. ㅎㅎ
잘 다녀와!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좋은 사람들과 아무 생각 없이, 소년 시절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다녀오렴!
다녀오면 우리 또 환우회 합시다.
이 시기를 너와 함께 보내고 있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 보다도
너도 너를 더 많이 사랑해 주길
얼마 전 서로 만났던 허양과 남편의 사촌동생
같은 아픔을 서로 위로해 줄 동료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