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핵추남 Apr 15. 2024

나는 F형 회사원입니다 (17)

애써 숨겨둔 나의 불안은 숨길 수 없었다.


며칠째 악몽이 계속되었다.

3일 연달아 꾼 악몽으로 잠을 설쳤다.


#첫 번째 꿈

고3 때 담임, 전 직장 이사님, 현 상사 등 많은 어르신(?)들이 나를 둘러싸고 블레임 한다. 현실에선 나에게 우호적이었던 분들이다.

'우울증? 그런 걸로 회사를 쉰다고? 소명할 자료 보여줘 봐라'

스마트 폰에 저장되어 있는 진단서 파일을 찾으려 핸드폰을 켠다.

그러나 파일을 찾을 수가 없다. 손이 얼어붙어서 계속 오타를 내고,

현재 상사인 그는 나를 감싸주려 같이 변명을 해보지만  

결국 나는 억울해하며 허공에 손을 위적이며 울면서 잠이 깬다.


#두 번째 꿈

다시 전 직장으로 이직을 결심했다.

그리고 첫 출근날.

현실에서 나를 많이 따라주었던 연구원들이 회사 눈치를 보며 나를 외면한다.

나를 싫어하던 사람들은 텃세를 부린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다시 회사를 가지 않겠다 다짐하고 무단결근을 한다.


#세 번째 꿈

동생과, 남편과, 남편의 지인과 함께 근교에 놀러를 갔다.

갑자기 내 동생이 '무엇을 봤다'며 두려워한다.

다리 사이에 얼굴을 내밀더니 특정 장소를 바라본다.

'귀신이다' 무의식 중에 나도 그곳을 바라본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수 없다. 현실에서 가위에 눌린다. 그것도 3번씩이나.

가위에서 풀리고 나서 다시 잠이 든다.

꿈속.

검은 후드와 모자를 쓴 사람이 우리 일행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계속 따라다닌다.


아직도 난 불안한가 보다.

이렇게 돈만 쓰면서 쉬어도 되는 걸까?

내 주위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거머리 같은 이 불안감은 언제까지 날 따라다니는 걸까?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생각들이 이렇게 꿈으로 표현되나 보다.

한편으론 아직 아픈 내 상태에 안심하고(더 쉬어도 괜찮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쉴 수 있을지, 쉬면 낫긴 하는 건지 답답한 마음이 든다.


언제쯤 꿈이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을까?

언제쯤 완전히 나만 생각하며 살 수 있을까?


쉰 지 한 달쯤 되는 지금,

다른 불안감에 나는 또 아침 일찍 눈을 뜬다.


허양은 지금껏 제대로 모든 걸 내려놓고

쉬어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일까 최근 매일 새벽 잠꼬대를 하며

악몽을 꾸고 땀에 젖어 깨는 그녀가 남편은 무척 안쓰럽다.


조금 더 지나면 ‘쉼’도 익숙해지리라.

하나씩 해보자. 같이.

이전 17화 나는 F형 회사원입니다 (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