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게 참 어렵다
쉬는 게 참 어렵다.
같이 일하던 동료가 복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같은 나이, 같은 포지션, 같은 성별.
우리는 공통점이 참 많다.
그런 그녀가 복귀한다는 소식에
난 또 뒤처지지 않을까..
내가 해왔던 것들이 다 그녀의 것이 되지 않을까
괜히 두렵고 불안했다.
내가 회사에서 했던 일들이,
내 것이 아니다... 내 것이 아니다...
속으로 무한히 되뇌면서 이제 많이 내려놨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닌가 보다.
불안한 마음에 위로가 받고 싶어서
남편에게 슬쩍 얘기를 꺼냈다.
남편은 가만히, 조용히 얘기를 듣더니
'여보가 버린 거잖아, 그러니 아까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아마 이 얘기가 듣고 싶었나 보다.
그 한마디로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내가 가졌던 것 혹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더 많은 가치를 두는 것이 흔히 하는 인지 오류라고 하던데, 내가 그런가 보다.
어쩌면 세상에 더 가치 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는 게 이 기간의 나의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여러 가지로 참 쉬는 게 어렵다.
그룹 차원에서의 새로운 비지니스 개발 기획 단계부터
허양은 참여했다. 그 이후로 M&A와 이후 과정까지 손을 대지 않은 것이 없다.
처음에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라 하더니 어느 순간 계륵처럼 되어버렸다. 그 와중에 허양이 지쳐 나와 버리니 이제야 인력을 보충하고 지원해 준단다.
그 와중에 출산휴가를 갔던 동갑내기 동료가 같은 부서에 복귀한다. 허양이 온몸으로 맞았던 풍랑의 시기는 피한 채로 말이다.
이후 사업이 성장하면 그 과실은 허양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겠지?
억울하고 불안할 일이다.
직장인의 숙명이랄까?
성공한 프로젝트에는 너도 나도 자기가 한 일이라 하고
실패한 프로젝트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다.
그게 회사 생활이다.
그래서 미련을 가지면 아프다.
어차피 내가 오너인 사업은 아니지 않은가?
더구나 사업이 나아져봤자 허양이 떠나려는 조직은
구성원이나 문화나 리더십이 바뀌지 않는데
뭐가 부러우랴.
어차피 버린 떡이다.
누가 주워 먹든 구워 먹든 뭔 상관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