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환우회, 깃털 모임
쉬고 나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일단 내 주변에 지인들 중심으로 조촐하게 제1회 환우회를 열었다.
우울장애/불안장애를 극복한 선배,
증상이 심해진 나,
최근에 발병한 남편의 동생,
미래에 대해 기대감 없이 우울하지만 아직 본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싶지 않은 남편의 후배.
그리고 이들의 중심에 있는 보호자 남편.
이렇게 5명은 몸과 마음의 보양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본인이 겪고 있는 증상, 극복 방법, 불편한 점 등을 공유하면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온 마음으로 위로했고, 그간의 노력들을 독려했다.
꽤나 환우회스러워서 주최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환우(患友), 환자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
환우(換羽), 짐승이나 새의 묵은 털이 빠지고 새 털이 남. 또는 그런 일.
남편의 사촌이 해줬던 환우의 다른 말, 환우(換羽).
(아직 모두에게 말한 건 아니지만,) 나는 우리의 모임을 깃털 모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적어도 우리는, 지금의 상황에서 더 나아가 제2의 인생을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기를.
여전히 정신적인 문제는 이야기하는 것이 터부시되고
서로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의 일을 겪으면서 허양의 남편은 같은 일을 겪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의 이야기를 먼저 하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우울이나 공황장애를 겪고 있더라. 심지어 허양의 시어머니도.
말하기 전에는 모른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피가 나거나 기침을 하는 게 아니라
눈치채기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같은 힘듦을 겪고 있는 사람들끼리
보듬어 주는 게 꼭 필요한 병이라,
환우회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응원하는 시간을
가진 것에 허양의 남편은 뿌듯했다.
허양의 말처럼 새 깃털이 나는 모임이길.
2회 차 모임에는 모두 더 나아서 만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