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해제되고, 나보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대화하다 보면 나에게 육아 팁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힐 수 있었던 팁들 말이다. 이제는 미디어와 친한 보통 아이이지만, 어릴 때는 누구보다 책을 많이 봤던 아이이기는 해서 나름대로 팁을 알려주지만, 알려주다 보면 이건 실행 불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 엄마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나의 꽤 괜찮았던 커리어가 리셋되었지만.
사실 나는 흔한 서울대 공대 나온 여자였고, 일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을 얻었다.
아이와 행복하게 지낸 수많은 순간들에 대한 추억 말이다.
아이가 처음 "고마워"라는 말을 했던 순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난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두 돌 전 어느 날, 싱크대에서 간단한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아이가 내 주변에서 놀다가 무언가를 건네주면서 나의 "고마워! 준이야!"를 똑같이 따라 하던 아이의 목소리.
얼마 전에는 아이가 포카리스웨트 캔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캔음료를 이렇게 혼자서 잘 마실 수 있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아이에게 캔으로 마시는 건 처음이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과학관에서 마신 적이 있다고 대답했었다. 몇 주 전 일이었는데, 내가 잠시 까먹었었다. 아이 말을 듣고 나니 그 순간이 떠올랐다. 그날은 날이 춥고 아이가 마신 캔이 좀 큰 캔이라서 많이 마시지 못했었다. 이런 소소한 아의 처음을 함께 하고, 하나하나 함께 곱씹을 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
여전히 나는 육아보다는 일이 좋은 사람이지만, 육아 참 할 만 하기는 하다. 내 커리어가 와장창 망가지는 것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내가 아이의 육아에서 조금이 해방감을 느끼면서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이 브런치에 육아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던 이유는 두 가지이다. 육아에서 느꼈던 어려움, 쌓여있던 육아 스트레스를 글로 풀어내기 위한 것도 있고, 한 편으로는 아이와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나만 보는 일기가 아닌 조금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형태의 무언가로 남겨놓고 싶었다.
아직도 스트레스가 다 풀리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정말 많은 것들이 올해 해결되었다.
나는 여섯 살 엄마가 참 좋다.
많은 것들이 안정적이고, 아이는 참 사랑스러운 시기이다.
신생아를 보면서 예쁘다고 하는 다른 엄마들과 같은 감정을 못 느껴서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난 어린 아기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아이와의 현재가 정말 정말 좋다.
정말 오랜 시간 돌아온 것 같다.
사실 육아에 대해서 적고 싶은 글은 아직도 많다.
우선 한 챕터 정리해 보는 의미에서 조금 두서없지만, '브런치북' 형태로 엮어보려고 한다.
저의 우당탕탕 육아기.
이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