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구의 엄마 Oct 21. 2023

코로나 엄마

코로나가 해제되고, 나보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대화하다 보면 나에게 육아 팁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힐 수 있었던 팁들 말이다. 이제는 미디어와 친한 보통 아이이지만, 어릴 때는 누구보다 책을 많이 봤던 아이이기는 해서 나름대로 팁을 알려주지만, 알려주다 보면 이건 실행 불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 엄마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나의 꽤 괜찮았던 커리어가 리셋되었지만.

사실 나는 흔한 서울대 공대 나온 여자였고, 일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을 얻었다.

아이와 행복하게 지낸 수많은 순간들에 대한 추억 말이다.


아이가 처음 "고마워"라는 말을 했던 순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난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두 돌 전 어느 날, 싱크대에서 간단한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아이가 내 주변에서 놀다가 무언가를 건네주면서 나의 "고마워! 준이야!"를 똑같이 따라 하던 아이의 목소리.


얼마 전에는 아이가 포카리스웨트 캔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캔음료를 이렇게 혼자서 잘 마실 수 있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아이에게 캔으로 마시는 건 처음이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과학관에서 마신 적이 있다고 대답했었다. 몇 주 전 일이었는데, 내가 잠시 까먹었었다. 아이 말을 듣고 나니 그 순간이 떠올랐다. 그날은 날이 춥고 아이가 마신 캔이 좀 큰 캔이라서 많이 마시지 못했었다. 이런 소소한 아의 처음을 함께 하고, 하나하나 함께 곱씹을 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


여전히 나는 육아보다는 일이 좋은 사람이지만, 육아 참 할 만 하기는 하다. 내 커리어가 와장창 망가지는 것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내가 아이의 육아에서 조금이 해방감을 느끼면서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이 브런치에 육아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던 이유는 두 가지이다. 육아에서 느꼈던 어려움, 쌓여있던 육아 스트레스를 글로 풀어내기 위한 것도 있고, 한 편으로는 아이와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나만 보는 일기가 아닌 조금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형태의 무언가로 남겨놓고 싶었다.


아직도 스트레스가 다 풀리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정말 많은 것들이 올해 해결되었다.

나는 여섯 살 엄마가 참 좋다.

많은 것들이 안정적이고, 아이는 참 사랑스러운 시기이다.

신생아를 보면서 예쁘다고 하는 다른 엄마들과 같은 감정을 못 느껴서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난 어린 아기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아이와의 현재가 정말 정말 좋다.


정말 오랜 시간 돌아온 것 같다.

사실 육아에 대해서 적고 싶은 글은 아직도 많다.

우선 한 챕터 정리해 보는 의미에서 조금 두서없지만, '브런치북' 형태로 엮어보려고 한다.


저의 우당탕탕 육아기.

이제 시작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