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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의 엄마 Apr 27. 2023

여섯 살 아이의 배려심에 감동한 날

집에 오는 길에 간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점상을 하시는 분께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의자를 네 개 정도 두셔서 앉아서 기다릴 수가 있다. 할머니께서 아이가 심심해 보이셨는지 아이에게 말도 걸어주시고, 장난도 쳐주셨다.


할머니 : 우리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사람이 의자에 앉을 수 있는 게임 할까? 가위 바위 보!


아이는 주먹을 내고, 할머니는 가위를 내셨다.

아이가 의자에 앉자, 할머니께서 또 말씀하셨다.


할머니 : 열 셀 때까지만 앉을 수 있다고 할까? 할머니도 앉아야지! 하나~ 둘~ 셋~ 넷다섯여섯일곱여덟아홉열! 자! 다시 가위바위보할까?


아이 : (내 옆에 기대서 속삭이듯 말한다.) 져드려야 하는데...

아이 : 안 할래요!


모두가 잠시 머뭇머뭇 대서 지켜보고 있던 내가 말했다.


나 : 아이가 또 이길까 봐 걱정되나 봐요.

할머니 : 할머니 봐주려고 하는 거야?


나는 아이가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벌써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하고.


잠시 후, 할머니께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시기 시작했다. 나에게 여섯 살이면 어린이집에 다니는지 유치원에 다니는지 물으셔서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이가 더 자세히 말했다. 유치원 나눔반이라고. 담임 선생님이 누구인지도 말씀드리고.

그러다가 할 말이 없었는지 “엄마가 예뻐요. “라고 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방송에 나오는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 이름을 물으셨다. 나는 아이가 TV를 보기는 하는데, 진행자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안 봐서 말씀드리기가 애매하다고 말씀드렸다. 아마도 엄마와 진행자를 비교하는 질문을 해보려고 하신 것 같았는데... 할머니께서 잠시 후 아이를 보며 “아빠가 집에서 그런 말을 자주 하는구나!”라고 하셨다. 그러자 아이는 이번에는 “아빠는 멋있어요!”라고 했다.


할머니가 나를 보시더니 “교회에서 초등부 선생님을 10년쯤 했어요. 아이들이 이름을 불러주면 좋아하고. 아이들한테도 존댓말을 해주면 좋대요. 그리고 아이들이 교회에서 하는 행동이 진짜 자기 모습인데 가만히 보면 아이가 어떻게 자랐는지 다 보여요. 집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말투가 다르고요.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러게요. 저도 부모님이 저한테 해주신 것, 제가 받은 것을 아이에게 또 해주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또 저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제 행동을 고치게 되더라고요. 아이가 보고 따라 하니까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버스가 와서 감사하다고 인사 드리고 탔다.




아이를 키우다가 행동을 고친 이야기에 살을 덧 붙이자면. 살면서 욕을 해본 적은 없는데 “아이씨” 정도는 하기는 했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아이가 인지할 수 있을 때 몇 번 나도 남편도 했었다. 뭔가 어디에 갑자기 부딪혔을 때, 남 탓을 하고 싶은 짜증이 날 때 반사적으로 나오는 말인데.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즈음 이런 말을 너무 정확한 상황에서 하는 것을 목격했다. 남편이랑 나는 그 뒤로 이 말을 안 하기로 하고, 실제로 아이 앞에서 하지 않고 있다. 이것 말고도 내가 고쳐야 할 것은 많지만, 다 고치기는 어려워도... 노력은 하게 된다. 고칠 수 없는 나의 단점에 대해서는 해명이라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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