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기대되는 아이
아이 : 엄마! 내가 열 살 되면 어떨까? (현재 나이 여섯 살인 상태)
엄마 : 더 멋있어질 것 같은데! 엄마는 준이의 열 살이 기대된다!
아이 : 나는 엄마의 65살이 기대돼!
엄마 : 그래! 엄마도 기대된다!
유치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눈 가벼운 대화인데, 왠지 잔상이 오래 남았다.
우리 아이는 어쩌다 보니, 작년에 유치원에서 끝나면 유치원 운동장에서 열 살 형, 누나들과 친해져서 열 살 형, 누나들에 대한 좋은 감정이 생긴 것 같다. 자신이 열 살이 됐을 때는 어떨지 기대도 되는 것 같고.
열 살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미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쉽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한 팍팍함도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 다섯 살이었던 우리 아이에게 "지금 열심히 놀아야 돼!"라고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어느 날은 다시 태어나서 다시 유치원생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열 살도 부러워하는 행복한 유치원생인 우리 아이.
아직 내일이 걱정되기보다는 기대되는 우리 아이가 나도 참 부럽다.
사실 나는 문득문득 제발 더 늙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늙는 것 자체보다는 늙으면 겪게 될 신체적인 어려움이 두렵다.
무언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도 현실적인 제약 조건 때문에 하지 못하게 될 것이 두려워서.
조금 과격한 생각이지만, 아픈 상태로 늙을 바에야 그냥 일찍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 덕에 얼떨결에 나도 내 65살이 기대된다는 말을 내뱉게 된 것이다.
생각보다 잘 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 덕분에 나도 내일을 기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오늘도 멋있게 살고, 내일은 더 멋있게 살 나의 모습을 그리면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