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지니 시원한 옷이 입고 싶고. 더위때문인지 지각은 잦고.
반바지 vs. 칠부바지 vs. 긴바지
"안 다치고 어른이 될 수는 없어."
이제 날이 더워져서 옷을 얇게 입기는 해야 한다. 작년까지는 여름에도 주로 얇고 시원한 소재로 된 칠부바지만 입혔었다. 혹시 넘어져도 덜 다칠 수 있게. 나랑 함께 있을 때는 내가 아이를 계속 쳐다볼 수 있으니까 반바지를 입히기도 했지만 유치원에 갈 때는 칠부바지를 입혔었다.
그런데 아이가 클수록 옷에 대한 의견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날이 더워지니, 작년에 입혔던 바지도 덥고, 반바지가 좋다고 한다. 이런 것들은 최대한 존중해 주려고 한다. 한여름에 겨울 옷을 입겠다는 식의 똥고집은 아니고, 나름대로의 옷 취향, 시원한지 더운지 등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선택'을 하는 것이니까.
나 : 이 바지 (반바지) 입을래? 이 바지 (얇은 칠부바지) 입을래? 이 바지 (조거 팬츠) 입을래?
아이 : 긴 바지는 싫어. 반바지 입을래. 긴 바지는 더워.
나 : 이건 (얇은 칠부바지) 어때?
아이 : 반바지 입을래.
나 : 이런 바지 (얇은 칠부바지)를 입으면 넘어져도 많이 안 다치는데, 반바지 입으면 무릎에 피가 날 수도 있어. 엄마는 이게 (얇은 칠부바지) 좋을 것 같은데..
아이 : 반바지가 좋아.
나 : 그래. 그럼 반바지 입자. 근데 다칠 수도 있으니까 더 조심해야 해.
나 : 근데 안 다치고 어른이 될 수는 없어. 엄마도 무릎 많이 까졌었어.
지각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아."
아이 : 엄마! 시원하다. 난 기분이 좋아.
나 : 엄마는 지각해서 기분이 조금 안 좋아. 요즘 지각을 너무 많이 하고 있어서...
나 : 이렇게 늦으면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아. 지각은 원래 절대 안 되는 거야. 시간이 돼서 문 닫히면 끝인 거야. 지금은 유치원에서 이해해 주시니까 지각해도 아무렇지 않은 것 같지만. 나중에는 늦으면 끝이야. 학교 가면 선생님한테도 혼나.
아이 : 마이너스 1점이야. (이미 여러 번 들은 이야기라 아이도 안 좋은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시간 약속을 지키면서 살아야 된다. 사소하게는 식사 약속, 숙제 제출 기한, 중요한 서류 제출 마감일까지. 중요한 시험, 중요한 발표 자리에도 늦으면 안 되는 것은 당연하고. 그 관점에서 아이에게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는 결석, 지각, 조퇴가 가능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조금 피곤하다는 이유로, 어제 놀다가 늦게 잤다는 이유로 지각 등을 하는 것은 안된다고 가르치는 중인데, 이게 참 쉽지가 않다. 시계를 어느 정도는 볼 수 있는 것 같지만, 아직 시간 개념이 생기는 중이고, 시간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느끼지를 못하는 것 같다. 지각에 대해 나쁘다고 말하는 건 엄마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내가 자랄 때 부모님이 스스로 잘 알면서도 잘못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더 혼내곤 하셨는데... 아직은 완전히 알지 못하는 쪽이라고 생각해서 당분간 시계 보는 법부터 가르쳐 보려고 한다. 조금만 더 시간을 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