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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스러기

그리움

"누구도 관심 갖지 않을 찰나의 무게만큼"

by 조준호

거기 그렇게

여기 이렇게


삶의 딱 하루


그 시간을 몰래 가져와

그 시간을 나누고 또 나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누구도 관심 갖지 않을

찰나의 무게만큼

하루와 또 하루, 그 사이에 넣어 둔다


찾을 수는 없겠지만

잃었다고 느낄 만큼


사람들의 소음과 선율 사이의 어느 곳

초점 없이 흘러가는 아련한 풍경의 뒤편

귓등에 속삭이는 벚꽃 바람의 따스한 끝자락

스치듯 아득한 향기의 미미한 흔적 속


혹은


깨어버린 꿈속에서 해답 없이 헤매는 미간 사이

앞지를 수 없어 망설여지는 익숙한 뒷모습과 기대감 사이

뜻 모를 허전함에 하염없이 뒤적이는 손짓 사이

들리지 않는 분주한 입술과 멈춘 듯 고요한 정적 사이


아니면


빈 아이스티 잔 위로 흘러내리는 차가운 물방울 속

탁자보 위에 스며드는 오후의 따스한 햇살 자락 아래

흩날리는 꽃잎이 내려앉은 낡은 나무 벤치 위

늘 바깥세상이 궁금한 카페의 구석진 창가 한편


거기 그렇게

넌지시 떨궈두고 돌아선다


그러면 알듯 말 듯, 떠오를 듯 말 듯

애매한 표정의 얼굴을 보고선

보란 듯이 크게 소리쳐 본다


이봐, 나야 나

누가 너에게

사랑이었다고 전해 달래


또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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