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성가신 계절"
계절 인양
벚꽃 바람 핑계 삼아
어김없이 찾아온다
오면 시리고, 가면 쓰라린
아물지도 않을 상처 같은
반갑지도 싫지도 않을 손님처럼
계절 인양 덤덤히 찾아와선
엉킨 가슴
시린 기억만 잔뜩 뿌려 놓고
환한 미소 머금으며
돌아선다
이제 왔으면
또 언제 떠나갈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랑곳없는 추억의 이기심은
밤새 내린 시린 비를 핑계 삼아
저 멀리
계절을 한껏 밀어버리곤
바람 따라 슬그머니
사그라져 버린다
나의 계절은
이제 곧 피었는데
둘 곳 없는 마음은
덩그러니
낯선 계절 위로 버려져
무심한 발자국 아래로 으스러진다
벚꽃 인양
피할 수 없는 성가신 계절은
여린 마음 한껏 휘갈기고
어김없이
또 달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