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 사내소통 이야기 [ 글: 준작가, 그림: 커피 ]
"퇴사, 보물을 찾아 떠나는 항해.”
'회사는 한 배를 탄 거야. 이제 돌이킬 순 없어.'라는 비유를 들어 본 적 있다.
난 이 말에 반대하고 싶다. 회사원은 영화에서의 깡패가 아니다. 검정 껍데기를 입고
보스에 충성하며 몸을 바쳐 희생할 필요는 없다. 배를 갈아탈 때 손가락을 자를 필요도 없다.
배를 타거나 내리는 것은 나의 자유이다. 배가 잘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른 채 한 번 선택하면
끝까지 가야만 하는 빨간약과 흰 약의 흑백 선택도 아니다.
타이타닉처럼 큰 배를 탔다가 라이프 오브 파이처럼 작은 배를 탈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배를 탔든 간에 그 배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함께 항해를 하며 무슨 일을 겪었고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게 경력이 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무엇을 배우게
되었고 어떤 일을 잘하게 되었는지는 역량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나한테 잘 맞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발견은 없을 것이다.
바로 나의 적성이라는 보물을 찾은 거니까. 그리고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은 또 하나의 보물이
되어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속이 다 시원하다면.”
퇴사를 상상할 거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이직 걱정이다. 이직은 마음먹는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사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당장 구매할 수 없듯이
일하고 싶은 곳에서 나를 받아 줄 거라는 보장은 없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일하고 싶은 곳이긴 한데 나와 적성에 맞지 않는 자리라고 한다면 나는 거절할 것이다.
반대로 나는 다 수긍한다고 했는데 마침 그 자리에 더 우수한 누군가가 앉아 버렸다면,
역시 또 부러지는 게 이직이다. 인사 일을 하면서 합격과 불합격 수 백개의 사례를 보았다.
누구나 면접에서 불합격한 경험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합격까지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지원해 보기를
추천하는 것은 그 변수들이 역으로 나를 뽑을 수밖에 없는 사유가 되기도 하니까.
그나마 내가 제일 나은 후보로 인정하게 만드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누구나 합격을 경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보, 나 다른 데 좀.. 한 번 알아볼까?”
퇴사와 이직 얘기는 처음 꺼내기 조차 힘들다.
"아, 그래?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고?"
듣는 사람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자기 얘기하는 것보다 조금씩 천천히
포장지 리본을 하나하나 열듯 속 내를 밝혀보는 것이 더 낫다.
애초부터 복선을 자주 주는 것이다. 그러면 꺼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자연스러울 수 있다.
눈높이를 좀 맞추고 머리를 맞대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대화가 된다.
그러면 그것은 분명 밝고 웃는 상상으로 발전한다.
상상만 해도 속이 다 시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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