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폭풍을 지나, 사랑으로 닿기를
"뭐? 왜 그래? 갑자기 그렇게 울컥하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몰라!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놀랐잖아."
"짜증 나. 그냥 막 그래."
고등학생 딸이 중학생일 때의 대화입니다.
그땐 이름을 불러도 짜증, 안 불렀다고 짜증.
방문을 열 때 노크를 한 번 했다고 화를 내고.
아무 말도 안 하면 무관심하다고 울먹였어요.
대화를 하다가도 어느새 소리 없이 눈물이 주르륵.
첫째인 아들의 사춘기와는 달랐습니다.
저도 제법 복잡한 중학생 시절을 보냈기에, 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거라 자신했었죠.
자만이었어요.
우리는 달랐어요.
딸의 눈치를 보느라 조마조마, 전전긍긍했던 시간들.
어느 날, 딸이 그러더라고요.
자기도 자기 마음을 모르겠다고.
그런 자신이 싫다고.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정하고 싶다고 말이죠.
어쩔 수 없는 감정이 몰아칠 때면 엄마 아빠에게 쏟아내고, 방으로 달려가 이불 속에 숨었어요.
후회의 행동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엄마에게 서운한 것도 아닌데, 아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화가 치밀어 올랐거든"
"엄마, 난 어떤 아이일까? 친구들은 나를 좋아할까? 난 잘하는 게 뭘까?"
"인사이드 아웃 2편에서 불안이가 계속 불안해하잖아. 난 그 장면에서 눈물 나는데 참았다. 나도 그래. 다 불안해."
안쓰러웠어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감정 속에 휘청이는 아이.
존재 자체를 매일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아이.
그 폭풍 속에서 견뎌내고 있는 아이.
그럼에도 다가오려 애쓰고, 말을 건네려 노력하는 모습이 고마웠어요.
의도치 않게 화를 내고는 다시 와서 미안하다고 말해줄 때면 꼭 안아줬어요.
매번 말했죠.
"사랑한다."
"굿모닝, 오늘도 사랑해."
"잘 잤어? 오늘은 더 사랑해."
"굿나잇, 사랑하는 내 딸"
"푹 자, 잘 자. 엄마 사랑 가득 안고 자길 바라."
매일 들려줬어요.
"사랑해."
"갑자기?"
"갑자기 아냐, 언제나 사랑하거든."
"응, 오바야. 한 번만 말해도 돼."
그래도 지겹도록 말했습니다.
귀에 그 말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도록.
올해, 고등학생이 된 그 아이는 매일 밝은 얼굴이에요.
"잘 자라"는 말에도 웃고, "다녀왔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수줍게 웃어줍니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신곡이 나오면 마치 아이처럼 신이 나서 튀어와 보여줘요.
사춘기.
우리가 겪었지만, 우린 잊어버렸죠.
아이들은 다른 마음을 느낍니다.
같을 수 없어요.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세요.
부모도, 아이도. 서로 다 그럴 수 있다고요.
그 나이 땐 그래.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어른인 나도 감정 조절이 잘 안될 때가 있잖아.
엄마가 되니, 너를 향한 기대에 또 이러는가 봐.
그럴 수 있어요.
우리는 지금, 우주의 섭리를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는 존재를 이해하려 하고, 부모는 사랑을 전하려 하죠
그렇게 서로 다르고, 서로를 향한 마음을 키워냅니다.
그렇게 익어가고 성숙해가는 거예요.
아이는 자라면서 성인으로, 우린 어른스러운 부모로.
알죠?
첨부터 잘하면 천재라는 거.
우린 평범해서 더 어울리고, 그래서 더 좋아요.
그 마음, 서로에게 더 많이 닿으려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