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습니다. 두 시간이나 굽고도 실패한 이유를

왜 누룽지가 딱딱했는지, 이제 알았다

by 사랑주니


누룽지 굽는 밤, 잘 쓰지 않아도 괜찮지



지난주, 누룽지를 처음 만들어 봤어요.

음식을 못하는 편은 아닌데요.

누룽지는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조심에 신중을 기하며 시도했네요.

거의 2시간 걸렸어요.

그날은 그런대로 괜찮았거든요.


다음날, 누룽지를 끓이려는데,

딱딱해서 도무지 풀어지지 않는 거예요.

'약한 불에 천천히 구웠는데...

색도 적당히 잘 나온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일까?'


레시피를 다시 찾아 보기도 귀찮고

이렇게 생각했죠.

'누룽지가 누룽지겠지 뭐.

나랑 안 맞나봐.'


친구와 대화 중에 우연히

누룽지 얘기가 나왔어요.

제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말했죠.


"양쪽을 구웠다고? 왜?

하하하.

그래서 딱딱했구나.

누룽지는 한쪽만 굽는거야.

가마솥 생각해봐.

밥하다 보면 바닥에 붙은 면만

바삭해지잖아.

양쪽 다 구우면 딱딱해지겠지.

그거, 하루 종일 불려야 풀릴걸?”


아...

그랬네요.

저, 양쪽을 정성스럽게 구웠더라고요.

그러니 더 딱딱해질 수밖에요.


누룽지는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안 먹어본 것도 아닌데

왜 그걸 몰랐을까요?




오늘, 누룽지 만들기를 다시 시도했어요.

이번엔 한쪽 면만 천천히 구웠죠.

약한 불에 올려두고 30분 정도 기다리니

훨씬 쉽게 완성되더라고요.


한쪽은 바삭하고, 한쪽은 부드러운 누룽지.

고소해서 한입, 두입 계속 먹게 되는

맛이었어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누룽지 만들던 날의 실수.

'잘하려는 욕심이 과했던 건 아닐까?'


정성을 다했고,

렌지 앞에 서서 신경을 썼고,

이리저리 살피며 애썼죠.


색도, 굳기도, '이 정도면 잘한 거지.'

싶을 만큼은 되어야 했거든요.


'그날의 난 힘을 많이 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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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하려 애쓰지 말고

힘을 빼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시작 할땐 어려워요.

얼마나 해야 할지 감이 없고,

처음이라 더 조심스럽고요.

비슷하게 해냈다 싶으면

욕심이 앞서기 마련이에요.


실제론 어떨까요?

알던 일인데도 실수했던 날이 있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던 날도 있잖아요.

그럴 땐 더 실망하게 되고,

다음을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한쪽은 힘을 주고, 반대쪽은 힘을 빼고.

한 발은 빠르게, 그 다음엔 천천히.

시작은 망설이지 말고,

나아갈 땐 유연하게.


그날의 저는

양쪽을 구워 실패작이라며

다시 만들지 않으려 했네요.

다시 해보니, 그 쉬운 걸.


친구에게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다시 해보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겁니다.


그런 날들이 참 많았을 거예요.

깨닫지 못하고 지나온 경험들.

깨달을 수 있었지만 지레 포기한 순간들.

무엇이었는지조차 모르는 날들.


이제는 생각합니다.

안되면 조언을 구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 다시 하면 되는 거라고.


앞으로는 한두 번에 포기하지 않으려 해요.

몇 번쯤은 더 해보려고요.

그래도 안되면,

그땐 또 다른 이치를 깨닫게 되겠죠.


실수했던 날보다

다시 해본 날이 많아지기를.

한 번 더 해보는 쪽으로.

조금 더 묻고, 조금 더 기다려보는 쪽으로.


오늘도 그런 마음을 연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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