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저녁이 되면
잘한 일보다
그만두지 않은 것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대단하게 해낸 건 없지만,
어느새 몸에 남아 있는 습관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조금 적어두고 싶었어요.
정말로 루틴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완전히 브레이크를 걸지는 못해도,
속도를 조금 늦추고
과하지 않게 조절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방향을 잡아주더군요.
예전의 저는 술자리에 가면
원샷이 기본이었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게 괜찮은 모습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던 시기도 있었죠.
지금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어요.
중간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뻔한 날도 있었어요.
그럴 때면 조금은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주 천천히, 조금씩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술자리가 줄었고,
가더라도 속도를 늦추게 되더군요.
물과 안주를 먼저 챙기고,
몸의 반응을 한 번 더 살폈고요.
신기한 건
이제는 그렇게 해야지 하고
결심한 기억이 없다는 거예요.
어느 날부터인가
이미 그렇게 살고 있었어요.
루틴이 자리를 잡으면
심신의 리듬이
그 루틴에 맞춰 정렬되는 느낌이 듭니다.
애써 끌고 가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고 조절합니다.
요즘은 일상에서 루틴이 우선입니다.
하루를 몰아붙이지는 않아요.
조금 늦추고,
조금 덜 채우는 쪽을 선택합니다.
내가 우선인 쪽으로요.
특히 새벽이요.
모두에게 같은 기준은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하루가 덜 흔들리게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새벽이 조용하면
그날 하루도 차분하게 흘러갑니다.
하루 전체를
억지로 채우지 않아도
마음이 허전하지 않아요.
아마 우리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살아가는 편이
조금은 더 편안하다는걸요.
한 해의 마지막 저녁에 돌아보니,
새로 만들지 않아도
이미 몸에 남아 있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걸로
올해는 지켜낸 게 있었고,
이대로 한 해를
보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