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좋은 계절이다.
하늘이 살아나고 자연이 꿈틀대는 계절이다. 집 안에만 있으면 안 된다고 몸이 먼저 말한다. 책에 더 빠져들기 전에 나가자고, 운동화가 먼저 재촉하는 것 같다.
한라산 정기를 받으며 발걸음을 내딛는다.
처음에는 왼쪽 발목이 시큰했다. 무리하지 않는다. 마음을 차분히 내리고 걸음을 늦춘다.
하나둘 하나둘, 쓰읍후, 쓰읍후.
느긋하게 걸으며 몸의 상태를 살핀다. 발목이 아직 덜 풀렸다고 말한다. 미안. 천천히 할게.
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 걷고, 또 한 바퀴를 더 걸었다. 이 정도면 풀렸을까 싶어 조금 속도를 올린다.
왼쪽 발목이 살짝 꾹 눌리는 느낌이 든다. 살살 달래며 톡톡 뛰었다. 그러자 점점 부드러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몸도 같이 가벼워진다.
달리기란 참 묘하다.
못할 것 같아도 막상 뛰면 신난다. 몸이 살아난다.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 꿈틀거리는 느낌이다.
세상이 흔들리고 내 몸도 흔들린다. 몸은 흔들리는데 마음은 잔잔하다. 몸은 앞으로 나가는데 마음은 멈춘다.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심장은 터질 듯 뛴다. 그렇게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복잡했던 생각들은 슬그머니 물러난다.
맑은 하늘 아래, 조금 더 가벼워진 몸과 잔잔해진 마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