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지 않았어
내 아들이 아닙니다.
첫째가 군대에 있습니다.
어제 휴가를 나왔어요.
언제나처럼 현관에서부터
반갑게 포옹으로 맞이했죠.
그 녀석이 대학 입학 전에
일본에 자유여행을 다녀온 적 있어요.
친구랑 둘이서요..
가족을 뺀 여행은 수학여행 말곤
처음이었죠.
그땐 제가 걱정이 많을 때였어요.
가기 한달 전부터 이러저러한 말을
많이 했어요.
그럴 때마다 늘 하는 말. "네. 챙길게요."
대답은 참 잘하더라고요.
그런데요.
며칠 후 확인차 다시 물으면요.
"아, 맞다. 까먹었어요."
그러기를 반복했죠.
평소 준비성이 철저하다고 소문난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이어서
나름 믿고 맡기기로 했어요.
여행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불안했지만,
꾹 참았죠.
"친구와 준비 잘하고 있지?"
"네, 그 친구 덕분에 제가 할 건 없어요."
여권이며 환전이며,
하나둘 챙기는 걸 보면서
마음을 좀 내려놨어요.
친구가 말하면 따르는 눈치였거든요.
여행 일주일 전,
혹시나 해서 물었어요.
"캐리어에 뭐뭐 넣고 갈지 챙겼지?"
"아... 딱히 가지고 갈 건 없어서..."
"너 혹시... 내 아들 맞니?"
그렇죠.
역시나가 혹시나였네요.
여행 갈 때 필요한 물건들을 알려줬어요.
말할 땐 잘 듣는 것 같았죠.
여행 3일 전,
"캐리어 다 쌌지?"
"아... 아직요. 내일 할게요."
"흠... 넌, 내 아들이 아니구나."
여행 하루 전, 퇴근 후 조심스레 물었죠.
"캐리어 보여줄래? 놓친 거 있나 봐줄게."
"앗. 내일하려고 아직 안했어요."
"내일 아침 일찍 비행기 타려면
6시에 나가야 하지 않아?
몇 시에 일어나서 언제 짐 싸려고?"
"갈아 입을 옷 말고는 딱히 없어요.
10분이면 금방되지 않을까요?"
"하.... 엄마 화내기 전에 일어난다. 실시.
이제부터 짐 싼다. 시작!"
2시간 걸렸어요.
집에 없는 물건 사러 다녀오고,
친구와 다시 통화하고,
여권 사라져서 한참 찾았거든요.
"우와. 이렇게 오래 걸리는거였어요?
내일했으면 큰일 날 뻔 했네요."
"엄마가 며칠 전부터 준비하라고 했던 말
이제 좀 이해되니?
내일 아침에 이걸 다 챙길거라고?
비행기 못 탈 뻔 했어."
"헤헤, 그렇네요.
그래도 오늘 했으니 됐잖아요.
엄마 덕분이에요. 감사해요."
"넌, 나를 닮지 않았어..."
제주에서 김포공항으로.
김포에서 인천공항으로.
그리고 일본 도쿄까지.
일주일 동안 잘 다녀왔답니다.
여동생을 위한 선물을 한보따리.
엄마 선물은 파스와 두통약.
아빤 과자 세트.
친구들에게 나눠 줄 피규어까지.
여행 가방의 빈 자리를 가득 채워
돌아왔죠.
그 아들이 이제 전역을 합니다.
"전역 후 계획은 있어?
복학 전까지 뭐 할 거야?
복학 후 엔 어떻게 할래?"
궁금해요.
물어보고 싶죠.
가만히 있으려 합니다.
아들과 저는 다르니까요.
20대의 저도
엄마 아빠의 기대만큼 삶을 계획하고
성실히 살아낸 건 아니었어요.
그 녀석은 자신의 삶을 선택하겠지요.
계획이 없는 것도
계획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꼭 꿈을 정하고
그 길을 향해 달리는 것만이
답은 아닐 테니까요.
그저
아들이 청춘의 싱그러움을 즐기고,
상큼하게 20대를 보내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인생이 아름답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기를요.
"아들아, 그래도 알바는 할거지?
군 입대 전 방구석 겜돌이를
계속 할 건 아니지?"
이건 물어봐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