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일식을 보러 가기 위한 미국 여행 준비 과정
준비 과정을 쓰다 보니 길어져 2편에 나눠 올립니다
요새는 스마트폰은 당연하고 태블릿 등 여러 전자 기기들을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위한 충전기, 충전케이블은 물론 이번엔 영상을 찍어서 현지에서 어설픈 영상 편집도 해볼까 해서 맥북에어도 가져가려 합니다. 추려보니 아래와 같네요.
유튜버도 아닌데 뭐 이리 챙길게 많을까요.
1) PD 고속 충전기 2개
2) 각종 충전 케이블들 : 아이폰용 라이트닝 케이블 1개 + 머리 3개짜리(애플워치용 푸함) 충전 케이블 1개 + 멀티 케이블(검은색) 1개 + 사진에 없지만 C to C 2m짜리 맥북용 케이블 1개
3) 보조 배터리 2개 : 야외에서 스마트폰을 쓰려면 충전이 힘들어 보조 배터리는 필수입니다.
보통 보조배터리는 충전 케이블도 그렇고 들고 다니는 게 번거롭습니다. 이럴 때 딱인 게 아이폰용 맥세이프 보조 배터리입니다. 자석으로 딱 붙어 떨어지지 않아 간편합니다.
아이폰용 맥세이프 보조 배터리로 1개는 5,000mAh짜리(사진 속 흰색) 한 개는 급하게 구매한 10,000mAh짜리로 아이폰 거치와 애플워치 충전도 가능한 모델입니다.(사진 속 검은색)
4) 휴대용 애플워치 충전기 : 자동차 키 모양으로 충전이 어려울 때 주머니에 있다가 간단하게 충전이 가능합니다.
5) 110V용 돼지코 2개 : 여행용 멀티 어댑터는 쓸데없이 커서 미국용으로 간단하게 2개 준비했습니다
6) 사진에는 없지만 멀티탭을 하나 챙겼습니다. 간혹 호텔에 콘센트가 부족하거나 거리가 먼 경우가 있어서요.
7) 기내용 스마트폰 거치대 : 좌석 등받이 등에 끼워서 사용할 수 있고 각도가 자유자재로 조절되는 작은놈으로 좁은 기내에서 10시간 이상 비행할 때 아주 편합니다.
8) 맥세이프 셀카봉 : 아이폰을 맥세이프 자석으로 척 붙였다 뗄 수 있는 셀카봉입니다. 촬영 각도도 45도 단위로 조절되고 자력도 강해서 안정적입니다. 높이가 조금 낮지만 발을 벌려서 삼각대로 쓸 수도 있고 블루투스 리모컨도 포함되어 있어 역시 편리합니다.
일반적인 패키지여행이 아니다 보니 2차례에 걸쳐 Zoom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했습니다.
먼저 천체 전문 사진작가인 권오철 작가께서 개기일식 촬영방법에 대한 강의와 질의응답을 해주셨습니다.
개기일식의 간략한 원리와 촬영 노하우, 각각의 촬영지에서의 경험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한번 개기일식을 보면 또 보고 싶어 진다고 합니다. 개기일식마다 따라다니는 사람을 Eclipse Chaser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주의할 점은 섣부르게 망원경이나 카메라로 태양을 직접 보거나 찍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렌즈를 통해 태양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3~4분간 뿐이라고 합니다. 단 1%라도 태양이 덜 가려진 상태에서 렌즈를 통해 태양을 보면 망막이 타버린다고 합니다. 망막은 통증을 못 느껴서 많이 탈 때까지 모른다고 하네요.
개기일식이 시작되면 밤하늘을 찍는 것과 같기에 작가님이 추천하는 카메라 세팅은 아래와 같습니다.
셔터속도 15초, 노출 F/4, 감도 ISO 1600
경험이 쌓이면 취향에 따라 조금씩 조절할 수 있지만 가장 찍기 무난한 세팅이라네요.
하지만 작가님의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굳이 사진 찍으려 하지 말고 그 순간을 느껴라
일식 시간은 너무 짧다. 그저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이나 남겨라
사진 찍다가 몇 분 안 되는 일식의 소중한 순간이 금방 지나간다
스마트폰으로 찍을 거면 삼각대 준비해서 동영상 눌러놓고 눈으로 보는 게 좋다
작가님의 블로그를 소개합니다. 정말 감동적인 사진들입니다.
여행사 대표님이 여정 전반에 대해 이동, 호텔, 준비해야 할 것들, 주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 설명하시고 질의, 응답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명 과학자들의 OT가 있었습니다.
천문학자 K 박사님(이명현 박사님)이 개기일식의 원리, 과거의 개기일식과 앞으로 예정된 개기일식 일정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한반도에선 2035년엔 평양을 관통해서 강원도 고성 쪽으로 빠져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때까지 통일이 되지 않는 이상 비무장 지대 정도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네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
4월 8일 관측 때는 성능 좋은 망원경을 가져오신다고 하네요.
NASA에서 과거 있었던 일식부터 앞으로 있을 일식을 총정리해 놓은 웹사이트를 소개합니다.
https://eclipse.gsfc.nasa.gov/solar.html
그리고 뒤이어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 관장님께서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의 전시물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국립과학관장님이셨기에 직접 방문해서 찍으신 사진을 보여주셔서 더 기대가 됐습니다.
생물학자시지만 항공우주박물관에 있는 거대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실물 앞에서 찍은 사진이 가장 기대가 됐습니다.
기타 확장팩 선택한 사람들을 위해 이틀간의 뉴욕 자유시간에 가볼 만한 곳들과 주의할 점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이번 개기일식은 4분 남짓 진행되지만 부분일식이 앞뒤로 거의 4시간 가까이 이어집니다.
OT 때 K 박사님이 소개해준 대로 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몇 가지 놀거리(?)를 준비했습니다.
태양 안경을 주최측에서 준비한다지만 내내 태양만 바라볼 수 없고 태양이 1%라도 남아있는 상황에서 함부로 태양을 보다간 실명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럴 때 아주 간단하게 관측하는 방법 중 하나가 Pin hole box입니다. 말 그대로 바늘구멍상자입니다.
종이상자에 볼펜 구멍 정도로 구멍을 뚫고 그 구멍으로 태양빛이 통과되면 상자 내부에 태양의 모양이 비칩니다. 일종의 간접 관측이죠. 부분일식부터 시작해서 개기일식까지의 전 과정을 맨눈으로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도 할 수 있죠.
개념 이미지와 DIY 만드는 방법 링크입니다.
저는 다이소에서 흰색 택배상자를 하나 샀습니다. 캐리어 바닥에 깔아서 가져간 뒤 현장에서 간단히 테이프로 조립해서 만들 예정입니다.
그리고 태양이 가려지기 시작하면 기온도 떨어집니다.
예전에 제주도 천문대에서 부분일식 관측을 한 적이 있는데 일식이 시작되자 기온이 최소 3~4도는 내려갔다 일식이 끝나자 다시 올라갔던 기억이 있어 온도변화 관측도 하려 합니다.
다이소에서 5,000원짜리 온도계를 사서 가져갑니다.
https://www.timeanddate.com/eclipse/box-pinhole-projector.html
이번 개기일식 관측 여행은 원래 4월 5일 출발해서 4월 10일 한국으로 출발합니다. 하지만 '확장팩'을 선택하면 11 ~ 12일 이틀간 뉴욕에서 자유시간을 더 보냅니다.
10일은 공식 일정이 없고 11일에 2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11일 오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도슨트 투어와 하루종일 하는 아이비리그 투어입니다.
저는 메트로폴리탄 도슨트 투어를 선택했고 오후엔 맨하탄 일대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여행자들을 위해 단톡방이 개설됐는데 여기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뮤지컬을 보기도 하고 전망대에 가거나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도 하고 MOMA를 보러 가기도 합니다. 합종연횡하면서 같이 돌아다니려고 합니다.
10일은 뉴욕에 사는 처제를 만나고 저녁에 뉴욕 양키스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기로 했습니다. 같이 가는 분 중 한 분의 친구가 차로 호텔에 데려다주신다고 해서 고맙게도 신세를 지기로 했습니다.
2015년에 출장으로 가서 구장 투어만 했는데 드디어 어릴 적부터 막연히 상상하던 양키스타디움에서 야구를 봅니다.
아 그리고 아침에 애플 Vision Pro 데모를 신청했습니다. 감히 살 수는 없어도 체험은 하고 싶네요. 역시 설렙니다.
미국은 팁의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팁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팁이 올랐다고 합니다. 얼마 전 미국 출장을 다녀온 친구 말로는 햄버거 가게와 스타벅스에서도 결제 때 태블릿에 최소 20%의 팁을 입력하는 버튼을 띄운다고 하네요.
안 그래도 물가가 제일 비싼 뉴욕에서 한 끼 먹으려면 음식값에 세금, 팁 더하면 얼마일지 무척 걱정됩니다.
단체여행이라 식당 팁은 포함되어 있지만 여행 기간 중 버스기사 팁을 하루에 $10씩 5일간 총 $50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호텔도 아침에 나갈 때 방을 정리하는 메이드를 위해 요즘은 $2 정도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번 4월 8일 개기일식이 나이아가라에서도 있기 때문에 캐나다 나이아가라시에 관광객이 100만 명이 올 것으로 예상되어 시에서 비상사태를 내렸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원래 오전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이동하려 했으나 쉽지 않아 보이네요. 숙소에서 개기일식을 보기 위한 장소인 버펄로의 오차드 파크로 이동하는 것도 전쟁이 아닐까 싶어서 걱정입니다.
이만큼 미국에서 개기일식은 엄청난 이벤트이고, 또 한편으론 땅덩어리가 크니 몇 년에 한 번씩 개기일식이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점도 부럽긴 합니다.
뉴욕 숙소가 타임스퀘어에 있어 비교적 안전하지만 지하철을 혼자 타는 건 권하지 않는다는군요. 양키스타디움은 맨하탄이 아닌 브롱스이고 야구장 바로 옆이 좀 험해 보이는 동네입니다. 일찍 갔다 오는 길에는 절대 지하철을 타지 않을 겁니다.
이제 내일 새벽같이 출발해야 하니 마무리하고 자겠습니다.
첫날부터 시작해서 매일 에피소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잘 자요 (성시경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