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이쁜 오리 새끼

#POTD 7



바람이 세고 쌀쌀한 날에 반포 한강공원을 산책 중이었다. 한강 물결이 제법 거세게 보였다. 어른 오리들이 작은 오리 새끼를 앞뒤로 호의하며 어디론가 열심히 간다. 어미 오리 혼자서 새끼들을 여럿 데리고 있는 것은 자주 보았지만 새끼 한 마리를 여럿이 보호하며 가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바람을 피할 곳을 찾는 것 같았는데 근처에는 딱히 그런 곳이 보이지 않았다. 저들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서 오리들을 한 참 지켜보다가 나도 바람을 피해 자리를 떠났다. 저 오리들은 어떤 관계일까? 


인간이나 동물의 세계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면 그들이 세상에 적응할 때까지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국가의 성장은 인간이나 동물의 성장과 다를까? 한 국가가 탄생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도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가? 보호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국가경제도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자국 정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의 주장이다. 그에 의하면 자유 시장 정책을 써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영국, 미국을 포함해서 선진국들  대부분은 모두 보호 무역과 정부 보조 등을 통해 오늘의 선진국이 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60, 70년대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룰 때 정부의 도움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있다. 이들이 정부의 도움 없이 자유 시장 정책으로 외국과 경쟁했더라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을까? 남북전쟁의 영웅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은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자유 무역을 하라는 영국의 압력에 맞서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200년 정도 보호 무역을 해서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다 취한 다음에 미국도 자유 무역을 할 것이다."


자국을 위한 철저한 보호 무역으로 선진국이 된 나라들이 이제는 후진국들에게 자유 시장경제 정책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아프리카의 정체를 불러온 요인은 이 지역 국가들이 추진하도록 강요받았던 자유 시장경제 정책 때문이라고 장 교수는 말한다. 그런 현상을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그는 이름 지었다.


나도 지금 내 위치까지 올라오는 데 사용한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매거진의 이전글 할아버지 쉼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