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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결혼식 인사말

2018년 6월 30일에 있었던 아들 결혼식은 주례없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대신 제가 인사말을 5분 정도 했답니다. 학생들 주례를 열 번 이상 해 본 경험이 있어서 별로 긴장이 안 될 줄 알았는데 엄청 떨었지요. 다행히 와주신 분들이 반응을 좋게 해 주셔서 YouTube에서도 조회수가 4만이상(2020년 3월28일 현재)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0OI-chE6mQ&t=42s





<인사말 전문>

저희 아이들의 결혼을 축하해 주시기 위해서 귀중한 시간을 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정수의 프로포즈에 기쁨의 눈물과 함께 커다란 Yes를 해 준 오늘의 신부 지윤이와, 지윤이를 너무나 예쁘고 바르게 키워주신 부모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수야, 너에게 항상 고마운 것은 너는 아빠를 계속 친구처럼 대해줬다는 것이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집안의 권력구조를 잘 이해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약자들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을 너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네가 아들로서 지금까지 제일 잘 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우리 부부의 맘에 쏙드는 지윤이를 신부로 맞이한 것이다. 엄마는 며느리감의 자격으로 성격, 미모, 학력, 예의, 품의, 자라온 집안 환경 이외에도 수 없이 많은 것들을 고려하시는데 지윤이는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점수를 얻었단다.  

그러니 너에게 더 이상 해 줄 말이 없구나. 그래도 여기서 마치면 할머니께서 섭섭해 하실테니, 아빠가 35년 동안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아가면서 깨달은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법을 얘기해 주마. 정수, 지윤이에게 각각 한 가지, 그리고 두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한 가지 만 해 주겠다.  

정수는 우리말로 왜? 영어로 why라는 단어를 지윤이에게 되도록 사용하지 말거라. 아빠는 학생들에게 항상 왜? 라는 질문을 하라고 했지만 결혼 생활에서는 예외인 것 같다. 여자는 왜? 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이해하는 대상이 아니라 여자 자신이 정말로 사랑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느끼게 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여자분들은 항상 입을 만한 옷이 없고, 들고 나갈 만한 제대로 된 빽이 하나도 없단다. 이 말은 평생 이해가 안 되겠지만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다. 아빠가 그런 마음을 갖고 난 후에 우리 가족은 더욱 행복해 졌단다.  

너무나 예쁜 지윤아, 남자는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으니 꾸중은 둘이 있을 때 하고, 칭찬은 가능한 사람들이 많을 때 해 주거라. 지윤이가 지금 잘 하고 있듯이 가끔은 밖에서 같이 놀아주고, 아주 아주 가끔은 같은 또래 친구들끼리 신나게 뛰며 놀 수 있는 시간을 줘야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될 것 같구나  

두 사람은 앞으로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그 날 화해를 하도록 하거라. 우리는 35년간 결혼생활을 하면서 다음날까지 냉전이 진행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 것은 속좁은 아빠에게 항상 먼저 말을 건네온 엄마의 덕분이었단다.  

끝으로 한 마디만 더 하마. 요즘 아빠 주위에 손주 사진들을 보여 주면서 자랑하시는 분들이 많단다. 특히 수정이 누나 애기 사진을 보면 정말 부러워서 견디기가 힘들구나. 결혼생활을 오래 한 부부들 중에 "아이를 좀 늦게 갖을 껄 그랬어" 라고 후회하는 사람들은 한 번도 본적이 없으니 부담은 전혀 갖지 말고 참고로만 하거라.  

두 사람이 앞으로 서로 아끼는 평생 동반자로서 새로운 가정을 이루게 된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되도록 양가 부모님의 도움없이!! 도움없이!! 아주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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