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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렁 Jun 28. 2023

감상과 비평 사이 그 어드메

나는 감상문을 쓰고 싶은 걸까, 아니면 비평문을 쓰고 싶은 걸까?

감상(感想) :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생각.

비평(批評) : 

  1. 사물의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따위를 분석하여 가치를 논함.

  2. 남의 잘못을 드러내어 이러쿵저러쿵 좋지 아니하게 말하여 퍼뜨림.


(출처 : 네이버 사전)

https://ko.dict.naver.com/#/entry/koko/a0697ea528dc46ca8447fa15c2ffa376

https://ko.dict.naver.com/#/entry/koko/0ae7ab7b708e40ba82067dd11633a860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커질수록 그 대상에 대해 더 깊게 알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소위 말하는 '덕질'로 이어지는데,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구 정도인 키보드, 이어폰, 카메라 같은 물건들도 누군가에게는 애정의 영역이 된다. 키캡, 케이블, 렌즈 등 똑같은 부품 하나라도 최대한 면밀히 알아야만 그 대상에 대한 나의 애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등 이런저런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단순히 누군가에게 이 작품이 좋다고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이런이런 이유로 인해서 이 작품이 다른 작품에 비해 매력이 있다는 점을 소개하고 싶었고, 그런 마음에 하나둘 감상문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감상을 남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것 같은데, 요즘은 점점 감상문을 쓰다가 턱턱 막힐 때가 많았다. 실제로 브런치 내 '작가의 서랍'에서 완성되지 못한 감상문들도 더러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내가 게으르거나 글쓰기에 질려서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지금도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게으름을 논할 만큼 글을 자주 올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나는 내가 나의 글을 보는 기준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글이 써지기만 해도 일단 올렸던 것 같은데, 요즘은 같은 글을 쓰더라도 두세 번은 더 이게 적절한 표현과 설명 방식일까 반문해 보게 된다. 내적으로는 완성도에 대한 자체적인 기준이 올라갔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이게 맞는 방향일지 조금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서까지 생각해 보니, 어느 정도 나의 현 상황에 대해서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 초반에 글을 쓰던 나는 정말로 감상이나 느낌에 대해서 써 내려갔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는 감상보다는 비평이나 서평, 분석 쪽으로 글의 무게중심이 향했던 것 같다. 사실 이 방향성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감상문이라는 편한 껍데기 안에서 비평이나 서평을 적당히 얕은 깊이로만 써보려고 했던 것이 패착이었던 것 같다. 감상문은 쓰는데 큰 부담이 없지만, 비평이나 서평은 감상문보다는 정보 전달의 목적이 더 강하기에 레퍼런스나 배경지식 자료를 더 열심히 찾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 정도의 노력은 하지 않고 비평이나 서평 비슷한 것만 해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여기에까지 생각이 이르게 된 것은 얼마 전에 영화관에서 본 '엘리멘탈(Elemental)'이라는 영화의 감상문을 쓰면서였다. 영화는 정말 재밌게 봤는데, 왠지 글로 감상문을 남기려니 나의 재밌었던 감정이 글로 잘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되레 각 소재들이나 인물들이 내포한 메시지 해석 쪽으로 방향이 향하다 보니, '내가 정말 재밌게 본 영화를 소개하고 싶었던 건데, 이게 맞나?'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물론 글이야 쓰면 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쓰면 쓸수록 감상보다는 대학교 과제 느낌으로 글이 써지더란 말이다.


지금까지는 사실 타성적으로 말머리에 [감상문]을 달고 글을 썼지만, 앞으로는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말머리를 달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이번 기회에 하게 되었다. 요 근래 약간 오리무중이던 나의 마음속 상황에 대한 정리가 나름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으며, 앞으로도 좀 더 열심히, 좀 더 원하는 대로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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