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화] 대부(The Godfather, 1972)

합당한 동기일지라도 그릇된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법이다

by 김주렁

0. 들어가기에 앞서

항상 마음속 숙제 같았던 영화 <대부>를 넷플릭스를 통해 관람하였다. 장장 3시간에 달하는 이야기는 긴박하면서도 정갈했다. 개봉 후 5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작품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아래에 전반적인 내용과 이에 대한 감상을 남긴다.


1. 전개

이야기의 중추를 담당하는 인물은 '콜레오네 패밀리(Corleone Family)'의 돈(Don)인 '비토 콜레오네(Vito Corleone)'와 그의 막내아들인 '마이클 콜레오네(Michael Corleone)'이다. 미국에서 가업을 운영해 나가는 비토는 인망이 두터운 마피아로, 수많은 이들이 그에게 도움을 받았고, 또 도움을 구하기 위해 그의 집무실로 찾아온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의 딸인 '코니 콜레오네(Connie Corleone)'의 결혼식날에도 어김없이 그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의 사연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요 다섯 가문을 포함한 미국의 마피아들은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서 마약을 유통시키며 큰돈을 벌고자 했던 '버질 솔로초(Virgil Sollozzo)'라는 인물에 의해 이 균형은 무너지게 된다. 그는 비토 콜리오네에게 큰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마약 거래에 대한 제안을 건네지만, 비토는 마약을 유통함으로써 자신이 쌓아 올렸던 인적자원이 끊어질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제안을 거절한다. 솔로초는 여기에서 단념하지 않고 비토를 죽인 후에 거래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그의 아들 '소니 콜레오네(Sonny Corleone)'와 마약 유통을 하고자 비토에게 총격을 가했으나, 이는 거래의 시작이 아닌 파국의 시작점이었다.


비토의 막내아들인 마이클은 본래 가업에 관심이 없었고, 대학교를 들어간 후에 군에 자원입대하여 전쟁영웅으로 이름을 떨친 이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총격으로 쓰러진 후 그는 자신의 손으로 복수를 이뤄내고자 움직인다. 그는 비토가 머물던 병원의 경비를 해산시키고 그를 홀로 남겨두었던 경찰서장 '맥클러스키(McCluskey)'와 사건의 원흉인 솔로초와 식당에서 만나 그 둘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는다. 이와 동시에 맥클러스키가 뒷돈을 받은 부패경찰이라는 사실을 신문사에 흘리며 일을 마무리하고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시칠리아로 피신한다.


솔로초의 죽음, 콜리오네 가문의 약화, 부패경찰이었다고는 하나 경찰을 죽인 죄로 보다 삼엄해진 분위기 속에서 각 조직 사이를 지탱하고 있던 힘의 균형은 무너지고, 혼란의 시기가 도래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가문의 계략에 의해 소니는 무참히 살해당하게 되고, 더 이상의 전쟁을 막기 위해 비토는 가문들 사이의 자리를 마련한다. 그는 여전히 마약의 유통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더 이상의 피해와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에 통제된 조건에서의 마약 유통에 합의하고, 이와 동시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던 마이클을 무사히 시칠리아에서 미국으로 송환시킨다.


이후 마이클은 본격적으로 비토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은 돈의 자리에 오르고, 그간의 내홍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잠재운다. 그는 다섯 가문의 인물들, 그의 형인 소니를 죽게 만든 코니의 남편 카를로, 라스베이거스의 호텔과 카지노를 손에 쥐고 있는 모 그린, 내부의 이중스파이이자 비토의 오랜 동료였던 테시오를 모두 죽이고 진정으로 '돈 콜레오네'라는 자리에 앉으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2. 대부 비토 콜레오네. 거절 못 할 제안을 건네는 억지력(抑止力)의 현신(現身)

마피아와 이에 연루된 범죄들을 다루는 여타 작품들과 <대부>의 차별점은 비토 콜레오네라는 상징적 존재가 보여주는 인망(人望)에서 기인한다. 작품 속 여러 인물들은 비토를 마치 '대부'처럼 대하며 그에게 의지한다. 비토 또한 그들을 무작정 내치지 않고 자신의 논리와 견해에 따라 합당하다고 생각되는 도움을 준다. 물론 이 도움은 대체로 폭력적이고 사람을 죽이는 일도 빈번히 일어나지만, 비토의 위상은 압도적인 무력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되레 무력은 부수적인 요소이며, 그가 가진 보다 큰 무기는 정재계와 이어진 인간관계이다. 원하는 바를 충분히 이뤄낼 수 있을 무력과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인적 자원을 가진 비토는 가히 압도적인 존재였다.


여기에서 인상 깊은 점은 그의 지위가 무자비한 살육과 파괴가 아닌 나름의 규율과 예의, 존중 위에 쌓아 올려졌다는 점이다. 눈앞의 이익만을 바라보는 보통의 마피아였다면 이만큼의 인간관계를 쌓아 올릴 수 없었다. 그가 솔로초에게 마약 유통을 제안받았을 때 자신의 인간관계를 고려하여 거절하는 장면을 보더라도 비토가 이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아들 소니가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후 그 범인이 포함된 다른 가문과의 모임 자리를 마련했을 때에도 분노를 표출하거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고, 복수가 무용하다는 사실 또한 다른 이들에게 각인시킨다. 그가 자행하는 살인 및 폭력 행위를 제외하고 보자면 비토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존중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비토가 인격 수준이 높은 마피아였다는 사실은 작품의 배경을 풍족하게 해 주었다. 이런 괴리는 관객으로 하여금 작중 인물들에 대한 가치판단에 보다 많은 노력과 관심을 할애하게 했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작품의 몰입도를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이 장점은 자칫 마피아를 미화시킬 수 있다는 단점과도 결부되기에 마냥 최선의 선택이었다고만은 말할 수 없겠지만, 서사 측면에서는 꽤나 성공적인 인물상 구축이었다.


3. 허망한 죽음

작품 속 인물들의 목숨은 굉장히 허망하고 급작스럽게 사그라든다. 차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 갑자기 총을 쏜 후 그를 방치해 둔 채로 떠나기도 하고, 마이클이 솔로초와 맥클러스키를 죽이는 것 또한 일순간이다. 요금정산소에 갇혀 수십, 수백 발의 총을 맞고 사망하는 소니의 말로 또한 처참하다. 총격을 맞고도 살아남았던 비토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손자와 놀아주던 중 심장마비로 급작스럽게 사망한다. 작품의 후반부에 배신자임이 탄로 나 죽게 되는 비토의 오랜 측근 테시오는 차에 실려 떠나는 모습만이 비춰진다(이 전에 차에서 죽은 인물들, 죽이기 위해 차에 태우고 떠난 인물들이 많았기에 이는 자연스레 죽음으로 연결되었다).


콜레오네 가문을 포함한 여러 가문의 마피아들은 제각기 다른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지만, 그들의 말로는 이렇게나 공허하다. 그들은 자신이 소중하게 아끼는 사람, 혹은 본인의 목숨까지도 빼앗긴다. <대부>는 마피아로서 성장하는 마이클의 영웅적 서사가 아닌 이 과정에서 무수히 죽어가는 인물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콜레오네 가문이 마피아 중에서는 합리적으로 이성적인 인물들이었을지라도, 결국 그들의 행동이 가닿는 곳에 깔려있는 것 또한 죽음이었다.


4. 마무리하며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수작이었다. 후대 작품들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훌륭한 레퍼런스이자 오마주의 대상으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앞으로도 종종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