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01 (6)

목도(目睹)

by 김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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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무의식의 바다를 유영하던 서일은 이내 의식의 항구에 정박했다. 6시 19분이었다. 본래라면 6시 20분에 울리는 알람이 그의 입항을 알릴 터였지만, 오늘의 서일은 의지나 계획과는 관계없이 말 그대로 '문득'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 분리되지 못한 무의식과 의식 사이를 가르던 그는 그제야 20분에 울리는 알람 소리를 들으며 오늘에 다시금 닻을 내렸다. 의식이 육신으로 이어져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기까지는 다시금 수 분이 필요했다.


손에 쥔 문고리에서 한기가 전해져 왔다. 호흡과 피부는 한 목소리로 지금이 완연한 겨울임을 서일에게 속삭였다. 그는 2월의 세상과 한담을 나누며 십분 남짓을 걸어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익숙하고 새로울 것 없던 풍경이 그를 맞이했지만, 탑승구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그는 일순간 이질적인 광경에 시선을 빼앗겼다. 지하철 탑승구 앞에는 두 명의 여인이 눈을 질끈 감은 채 서로를 껴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간은 나이 차이가 있어 보이는 관계였기에 자매나 모자 관계가 아닐지 서일은 생각했다. 사람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장면은 그리 이질적인 장면은 아니었지만, 서일의 눈엔 둘 사이의 감정이 유독 진하고 무겁게 보였다. 그들의 발밑에서 가공의 존재가 강한 인력으로 주변의 감정을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그들에게 있어 오늘의 아침은 어떤 의미였기에 그토록 서로를 끌어당겼던 것일지, 아니면 단순히 잠시간의 온기를 나누기 위한 신체적 행위였을지 3인칭인 서일의 입장에선 답을 찾을 방도가 없었고, 때마침 공석이던 서일의 머릿속엔 여러 갈래의 생각들이 발아하려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선 자신에게 생면부지의 타인을 가늠하려는 오만함을 품을 자격이나 권리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피어나려는 싹을 지긋이 억누르려 하였다. 다만 위 의견에 대한 반문, 가늠하면 안 될 이유에 대한 답 또한 마땅히 찾을 수 없었던 서일은 자라나는 싹을 목도하기로 했다.


오전 7시는 누군가에겐 반복적인 하루의 시작점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작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주야가 바뀐 이에겐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 되기도 할 것이고,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온 이에겐 이윽고 집으로 향할 수 있는 여정의 종장이기도 할 터이다. 상대적이고 가변 하는 세상은 결국 받아들이고 이해하기보다는 가늠하는 것이라고 서일은 생각했다. 그 추정의 과정과 결과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사고와 가치관, 신념 등을 빚어낸다고 생각하던 서일의 육신은 어느덧 출근길의 종착역에 있었다. 외부를 향해 부유하던 사고를 정돈한 서일은 자신의 오늘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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