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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치스러운글 May 18. 2021

헤어지고 가장 위로가 되는 말

불가항력적이었어 이건.


본 글은 최근 필자의 친구와 맥주 한 캔에 담소를 나누다 필자 본인이 한 말을 적은 것입니다.


약간의 취중진담이 섞여있습니다.

함께 위로가 되시길 바라며-




헤어지고 가장 위로가 됐던 말은

“어차피 다시 만나도 같은 이유로 헤어진다” 나

“사람은 사람으로 잊어야 돼” 라던가

“그 사람은 그만큼 널 사랑하지 않은 거야”

“지금 연락하면 먼 훗날의 네가 니 뺨을 때릴 것이다”

가 아니야


나에게 가장 위로가 됐던 말은

인연이 아니었다” 였어


헤어지고 자기반성 좀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거 치고는 좀 모순적인 생각인데,

이런 때에는 오히려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이 이별은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 하는 게 편하더라고


그냥 인연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이 정도의 인연이었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때부터 막 상황을 맞추는 거야.


왜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면 별게 다 인연 같고 운명 같잖아. 내가 이 사람을 만나서 날씨가 좋은 것도 운명 같고, 하필이면 그 날 그 사람을 만난 게 또 운명 같고. 그냥 그때는 지나가는 개미들 조차도 다 짜여진 운명처럼 느껴지는 거야.

어떻게 우리가 이렇게 멀리 있는데 만나게 된 걸까! 하면서


헤어지고 나면 그걸 똑같이 반복해.

우린 운명인데, 인연인데 어떻게 헤어질까

근데 그냥 인연이 아니었다. 혹은 이 정도 인연이었다. 생각하면 그때부터 마음이 편해져


내가 이 사람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 이유가 헤어지고 나니 조금 풀린 것도. 내가 어느 때 어떤 걸로 화를 내게 된 것도. 그 날 내가 보지 않아도 될 무언가를 보게 된 것도.

다 헤어질 운명이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생각하는 거지


잠깐의 인연도 있고 평생의 인연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냥 우리는 잠깐의 인연이었다 하고

이 모든 걸 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맡겨버리는 거야.



남녀가 헤어지는데 네 탓 내 탓하면 힘들어지니까.

높으신 절대적인 '그 분'의 보이지 않는 손이 내 연애 인생에 암묵적인 자율 작동 원리를 만드셨다..!! 하는 거지.

인연이 아닌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잖아.



지금 헤어진 사람이 잠깐의 인연이라면 이대로 나는 좀 머뭇거리다가 새로운 다른 인연을 만나게 될 거고, 평생의 인연이라면 우리는 누군가의 용기로 인해서 혹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운명적인 만남으로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이 연애로 깨달은 어떤 것을 다음 연애를 위해서, 혹은 다시 올 연애를 위해서 고쳐두면 되는 거야.


그니까 그냥 지금 내 삶을 살면서 내 운명에 집중하자 하고 사는 거야.

나한테 운명적으로 쥐어진 내 하루들, 내 일, 내 몸, 내 친구들을 충분히 누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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